15일 오전 8시40분께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망자 9명 운구…장례식장엔 오열만 가득
실종자 가족들도 눈물 흘리며 발만 동동
"밝게 웃으며 나타나주길", "제발 살아와주길"
[청주=뉴시스]박광온 임철휘 기자 = "결혼한 지 두 달 만에 그렇게 수장돼서 시신으로 돌아왔습니다…너무 슬프고 가슴이 아립니다."
충북 청주시 지하차도 침수 피해 희생자 A씨의 외삼촌 김모(50)씨는 16일 오후 12시1분께 충북 청주 하나노인전문병원 장례식장에서 A씨의 사진을 끌어안은 채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A씨가 침수 피해 사망자로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병원으로 달려왔다고 한다. 그는 온몸에 피멍이 든 채 안치실에 누워있는 A씨를 보며 한참을 울었다.
1시간밖에 자지 못했다는 김씨의 눈은 붉게 충혈돼 있었고, 얼굴엔 피곤함이 묻어나왔다. 지친 마음에 몸조차 제대로 가누기 어려워 의자에 반쯤 누워 있는 상태였다.
김씨는 "착하기만 했던 우리 조카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억울하고 억울합니다"라고 말했다.
당시 A씨는 그의 처남과 함께 인근 역으로 향하던 중 급격하게 불어난 물살에 갇혀 숨졌다고 했다.
김씨는 "이건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다"라며 "시청이나 도에서 제대로 도로를 통제했더라면 우리 조카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이날 하나병원 입구에는 수십 명의 실종자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차량이 들어오면 흠칫흠칫 놀라며 그중 자신의 가족이 있는 것은 아닌지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서로 부둥켜안은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서로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소리 내 울기도 했다.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참사 현장에 직접 찾아가 시신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앰뷸런스를 가로막기도 했다.
고모부가 궁평2고속도로 침수로 실종돼 기다리고 있다는 40대 박모씨는 "주말에 가족 다 같이 놀러 가기로 했었다"며 "그런데 통화가 안 돼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눈물 지었다.
박씨는 "제발 살아 돌아오길…그 밝은 분이 웃음 지으며 앞에 나타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오전 8시40분께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에서 시내버스 등 차량 15대가 물에 잠겼다.
이날 충북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오전 1시56분 기준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 현장에서 시신 9구가 인양됐다.
소방 당국은 밤샘 배수 작업과 물막이 공사로 지하차도 수면 위 1m 공간을 확보, 이날 오전 6시께부터 잠수부를 투입해 실종자를 찾고 있다. 특전사 등 인력 399명과 장비 65대가 투입된 상태다.
소방 당국은 당시 강한 비로 지하차도 인근 하천 제방이 무너져 6만t(톤)가량의 강물이 차도를 집어삼키면서 참사가 벌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13~16일 청주 지역 누적 강수량은 453.4㎜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특히 전날 오전 8시18분부터 33분까지 15분 강수량은 10.6㎜로 강하고 많은 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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