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리튬·흑연 확대 예상
단기간에는 문제없지만 장기화 국면 돌입은 우려
흑연 中의존도 90% 달해 수입처 다변화 서둘러야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중국이 다음달부터 희귀금속인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통제를 본격화하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업계는 추가 수출 통제 대상에 배터리를 만드는데 사용하는 리튬, 흑연 등이 포함될 지 주시하고 있다.
당장은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해온 만큼 중국이 리튬과 흑연을 수출 금지 목록으로 포함하더라도 큰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중국의 수출 통제로 인한 여파가 제품 가격 상승 및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오는 8월1일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의 재료로 쓰이는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를 시행한다. 이에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업자들은 이들 금속을 수출하려면 중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중국의 이번 수출통제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 반도체 규제에 대한 보복 조치 차원으로 읽힌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중국을 방문, 미중간 협력 방안을 모색하려 했지만 소기의 성과를 얻지 못했다는 평이다.
중론은 당분간 미국의 대중 견제와 중국 보복 조치가 계속 맞물릴 수 있다는데 모아진다. 2018년 확대된 미중 무역전쟁에 이은 제2차 무역전쟁 또는 광물전쟁이 올해부터 본격화할 수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광물 수출 통제 목록에 리튬, 흑연, 망간, 코발트 등이 포함될 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이들 품목은 대중 의존도 80% 이상을 기록하고 있어 수출길이 막히면 국내 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리튬의 경우 대중 의존도가 80%에 달한다.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섞은 전구체를 리튬과 배합하면 양극재를 만들 수 있는데 이때 사용되는 리튬은 양극재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원자재로 꼽힌다.
리튬은 칠레, 호주, 아르헨티나 등의 매장량이 중국보다 높지만 양극재로 활용하기 위한 제련은 환경 오염 등으로 인해 대부분 중국에서 이뤄진다. 지리적으로 가까운데다 물류비가 싸고 수급이 쉬워 중국 의존도가 높은 광물이다.
흑연 수급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중국산 흑연은 전세계 82% 수준의 수급을 담당한다. 더욱이 천연흑연에 대한 정제도 대부분 중국에서 이뤄져 국내 배터리용 흑연의 중국 의존도 90%에 육박한다.
기업들은 그동안 '탈중국' 정책의 일환으로 수입처 다변화를 진행온 데다 자체 확보한 원재료 물량도 적지 않아 단기적으로 중국의 배터리 소재 광물 수출 통제가 이뤄지더라도 단기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선제적으로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한 기업을 살펴보면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 등을 고려해 2021년부터 칠레, 호주, 미국, 독일 등 각국의 광물 업체와 직접 공급 계약을 맺었다.
또 SK온은 미국 소재업체와 함께 직업 배터리 음극재 개발에 나섰으며 인조흑연 국산화에 성공한 포스코케미칼은 2021년 연산 8000톤 규모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탄자니아 흑연 광산 지분을 인수해 공급망 다변화를 노리고 있다.
증권가에선 그러나 중국의 자원 무기화가 장기화 할 수 있는 점을 우려한다. 중국의 광물 자원 지배력이 예상보다 클 수 있어 배터리 제조 원가 상승 등을 막기 위해 수입처 다변화 전략을 서둘러야 한다는 조언이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추가적으로 수출 통제를 할 수 있는 광물은 희토류, 흑연 등이 있다"며 "흑연의 경우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생산량이 낮아 단기간에 중국을 대체하는 것은 어렵고, 생산을 위한 투자와 실제 생산을 위한 준비가 더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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