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알몬티대한중석, 강원 영월 상동광산에 통신 인프라
LTE 기반 통신케이블 구축…동선 파악, SOS 알림 등 안전 강화
[영월=뉴시스]윤정민 기자 = "너 집이 어디였지? 구로야?"
혼자 자취하는 기자를 위해 11일 오전 반찬을 주러 서울에 온 어머니. 강원 영월군 상동광산에 온 기자는 끝내 어머니와 카카오톡 대화를 나눌 수 없었다. 취재를 위해 광산 안 깊숙이 들어가자 통신 자체가 끊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옆에 광산 작업자는 집에 있는 딸과 영상통화를 나누고 있었다. 음성·영상 품질 모두 문제가 없었다. 기자 스마트폰이 문제가 있던 게 아니었다. KT가 상동광산에 유일하게 기지국과 통신 케이블을 설치했기 때문에 KT에 가입하지 않는 기자만 광산 안에서 전화, 문자, SNS 등을 이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내부 굴곡 심한 광산, 누설동축케이블 등으로 LTE 통신 강화
KT는 이날 영월 상동광산 현장에서 설명회에서 광산 재해사고를 막기 위해 상동광산에 통신 인프라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국내 광산에서 일어난 재해 사고 건수는 364건이며 393명이 피해를 봤다.
연도별 재해자 수가 2012년 60명에서 지난해 상반기 15명으로 줄어드는 등 사고는 계속 줄고 있다. 하지만 광산 내부는 돌발 상황에 즉각 대응하기 쉽지 않아 재해사고에 취약한 곳이다. 붕괴 사고는 물론 유해가스 누출 등 비상 상황을 공유하기 어려워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다.
이에 KT는 자사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상동광산을 재개발한 알몬티대한중석과 협력해 광산업 안전 시스템에 새로운 체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KT는 우선 통신 인프라 구축을 위해 광산 내부에 누설동축케이블을 설치했다. 이 케이블은 전송 중인 신호를 외부로 방사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 일종의 안테나 역할을 한다. 정명주 KT 강북강원광역본부 강원법인고객담당 팀장은 "(상동광산이) 총 16㎞ 채굴 구간이 발생할 텐데 현재 약 1.6㎞까지 채굴됐다"며 "지금 채굴된 곳 어디서든 100% 통신이 가능하도록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발파 작업 등 구축 중인 갱도에는 누설동축케이블 대신 야기안테나를 임시로 설치해 통신을 지원한다. 또한 300m 구간마다 KT가 자체 개발한 광산 전용 라인앰프를 설치했다. 누설동축케이블은 전파를 송수신하지만 전파 손실이 발생한다. 라인앰프는 이 손실된 전파를 증폭해 통신 품질을 안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로써 지속적인 채굴로 갱도 구조와 작업장 위치가 계속 변하는 등 심한 내부 굴곡과 전파 송수신을 방해하는 광산에서도 통신을 원활히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광산에 구축한 통신 인프라는 LTE 기반이다. KT는 기존 광산 통신이 구축이 용이한 와이파이와 무전이 주로 활용된다며 LTE는 이 두 방식에 비해 커버리지와 동시 접속량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KT는 상동광산에 차후 개발될 채굴 장비 원격 제어와 차량 자율 주행 시스템 운영을 위해 통신 인프라에 비인가 단말 외부 접속을 차단하는 등 보안성을 더할 계획이다.
◆작업자 동선 파악, 비상상황 알림 등 솔루션으로 광업 안전 강화
KT와 알몬티가 개발한 광산안전DX 솔루션은 ▲스마트기기 ▲출입·위치관리 ▲인공지능(AI) 기반 광산안전시스템 ▲작업장 환경 모니터링 등으로 구성됐다.
스마트기기는 작업자가 착용하는 스마트밴드와 스마트태그가 장착된 안전모, 스마트폰이다. 스마트밴드는 작업자가 착용하면 위치 정보뿐만 아니라 심박수 등 생체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착용자가 오랜 시간 움직임이 없거나 심박 등에 이상이 생기면 외부 관제 센터 근무자에게 자동으로 알림이 발송된다.
이외에도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안전모 뒤편에 부착된 스마트태그 버튼을 누르면 관제센터로 SOS 신호를 보낼 수 있다. 이날 설명회에서도 상동광산 작업자가 광산 안에서 스마트태그를 누르자 사이렌 소리가 울리면서 관제센터에도 위험을 알리는 신호가 전송됐다.
또 작업자가 소지하는 스마트폰으로도 외부와의 소통은 물론 긴급 상황 발생 시 위험 경보를 보내거나 받을 수 있다.
출입·위치관리는 작업자와 차량 출입 확인 외에도 작업자 실시간 위치, 위치별 작업 사항 확인, 작업자의 위험 지역 진입, 차량 접근 알림 등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KT는 갱도 내 정밀 측위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저전력 블루투스 비컨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저전력 블루투스는 기존 블루투스와 달리 별도 페어링 절차 없이 연결된다. 스마트기기는 주변 비컨들과 신호를 송수신하는데 각 비컨들로부터 수신되는 신호 강도에 기반해 거리를 계산하고 작업자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한다.
AI 기반 광산안전시스템은 관제센터에서 현장과 작업자들의 안전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관리자는 작업자의 심박수, 넘어짐 등을 실시간 관제하고 요주의자에 관한 휴식 등 선제적인 안전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
비상상황 발생 시 작업자들에게 비상 메시지를 전송하고 탈출로와 피난처를 안내한다. 작업자 건강 상태, 갱도 내 위치 정보 등 축적된 데이터도 AI 분석과 학습을 거쳐 광산 안전 관리 개선을 위해 활용될 예정이다.
작업장 환경 모니터링은 갱도 내 배치된 다양한 측정기로 여러 환경 요소를 실시간 감시하고 위험 수치에 도달 시 작업자와 관제센터에 경고 알림을 발송한다. 유해가스 측정기는 산화질소, 이산화질소,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이산화항 등 5종의 공기 중 농도를 측정한다.
이외에도 각종 측정기가 온도·습도, 주요 장소 수위, 미소진동(지진과 무관한 바람, 불 등 자연적 원인에 따른 지각의 약한 진동) 등을 파악해 위험 여부를 모니터링한다.
KT와 알몬티는 광산 출입자 명부 작성, 광산 작업자 대상 영상 안전 교육 등 기존 오프라인 방식 안전 관리 업무와 문서 관리 체계에도 디지털 전환을 통해 광업 종사자의 편의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스마트 광산으로 개선한 상동광산, 자원개발 산학협력 공간으로 변신
양사는 상동광산이 ICT가 접목한 스마트 광산으로 개선되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도 기대한다고 전했다. 상동광산은 1916년 채광을 시작한 국내 텅스텐 개발 시초다. 1993년 폐광했으나 최근 반도체, 이차 전지 등에 필요한 소재로 주목받으면서 캐나다 광업회사 알몬티가 광업권을 인수해 최근 상동광산 재개발을 시작했다.
광산에 디지털 전환을 해도 기업 입장에서는 매출이 많이 늘어나진 않는다. 하지만 알몬티는 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해 KT와 함께 솔루션 개발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강동훈 알몬티대한중석 이사는 "광산은 사고가 나면 그 하루 손실이 막대하다. 안전 관리를 잘하면 2차 손실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자동화 장비를 도입할 때 통신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어 생산성 향상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중요한 건 경제성을 보고 투자한 게 아니라 근로자 안전을 보고 한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알몬티는 국내 대학과의 산학협력을 기반으로 국내 광업 인재 양성을 추진해 국내 광업계 4차산업 기술 적용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상동광산이 솔루션을 적용함으로써 국내 대학 자원개발 관련 학과생들이 첨단 기술로 발전하는 광업 현장을 실습할 공간이 마련됐다는 게 알몬티의 설명이다.
이어 KT와 알몬티는 광산안전DX 공동 특허 출원을 추진 중이며 앞으로도 상동광산 사례를 분석해 다른 광산에도 확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정명주 팀장은 현재 강원 태백시에 개발 중인 티타늄 광산에도 KT가 향후 안전DX 솔루션을 도입할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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