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 공지 7시간 전 가상자산 전량 출금
정상호 대표 "운용 목적으로 출금…오해할만해"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돌연 입출금을 중단했던 델리오의 먹튀(러그풀)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입출금 중단 직전 보유 중인 코인 92억원어치를 전량 이체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 사실을 투자자에게 '미리' 알리지 않은 점도 이번 의혹을 부추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델리오는 지난달 14일 오후 6시 30분 입출금 중단 공지 7시간 전에 92억4000만원 규모의 보유 가상자산을 익명의 외부지갑 3곳으로 모두 출금했다. 이는 앞서 회사나 정상호 델리오 대표가 사전에 공개하지 않은 출금 내역이다.
당시 출금한 가상자산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리플 등 핵심 피해자산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델리오 피해자들이 맡긴 코인 비중의 9할을 차지한다. 또 델리오가 입출금 중단 원인으로 꼽은 '하루인베스트'가 다룬 코인이기도 하다. 하루인베스트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테더 ▲ USD코인 ▲리플의 예치만을 지원했다.
이번 내역은 한 가상자산 전문매체가 델리오 피해자를 통해 확보한 델리오 지갑 주소를 분석하면서 밝혀졌다. 이는 누구나 모든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블록체인의 특징 때문에 가능하다.
해당 내역을 구체적으로 살피면 델리오는 회사 지갑에서 지난달 14일 오전 11시 20분부터 오전 11시 59분까지 ▲비트코인 125개(당시 기준 약 42억4000만원) ▲이더리움 719개(약 16억4300만원) ▲리플 497만개(약 33억6000만원) 등을 전량 출금했다.
전량 출금 직후 일부 가상자산이 입금되기도 했다. 비트코인 0.98개(약 3340만원)와 이더리움 4.66개(약 1060만원), 리플 9980개(약 670만원) 등이 해당 지갑에 다시 입금된 것이다. 다만 이는 당초 출금 규모의 0.5% 수준이다.
◆정상호 대표 "전량 출금은 운용 목적"
정상호 델리오 대표는 이번 전량 출금 사실로 먹튀 의혹이 확산하는 것에 대해 "억울하다"고 밝혔다. 전량 출금은 운용사로서 늘 해오던 작업일 뿐, 횡령 목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 대표는 이날 뉴시스와 통화에서 "전량 출금했던 해당 델리오 지갑은 기존에도 이체와 운용 관리 목적으로 이용했다. 이체는 이전에도 있었던 활동 중 하나"라며 "2~3년 전에도 전량 출금한 내역이 몇 번 있었다"고 말했다.
왜 7시간 전에 출금했냐는 질문에는 "이번 사태로 재택근무가 예정돼 있어 자금 관리 및 운용을 쉽게 하기 위해 출금했다"며 "재택근무 기간 정상적인 관리 업무 차원에서 옮겨놨을 뿐 횡령이나 먹튀 의도는 전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투자자에게 해당 사실을 미리 공지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했다. 정 대표는 "투자자가 오해할 만한 일이었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결국 온체인 상에서 다 공개된 내역이기 때문에 횡령 목적이 아님을 공감해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법원에서 보전 명령도 났기 때문에 회사가 자산을 함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사기와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만큼 현행법상 문제가 된다면 처벌을 받을 것이다. 상황을 차분하게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피해 보상 자구책에 대해서는 "회사 매각과 투자 유치 등 할 수 있는 방안은 다 진행 중"이라며 "그중에서 1순위는 채무자로부터 채권을 회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채무자들이 상환 의사를 밝힌 만큼 채권 회수 가능성이 가장 커 보인다"며 "현재 진행 중인 자구책 현황들은 투자자 대표단 등을 통해 공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부 델리오 피해자들은 현재 법무법인을 통해 회생을 신청한 상태다. 회생 절차 개시 여부는 오는 13일 결정된다. 정 대표는 이에 대해 "사태가 발생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회생 신청이 들어와 당황했다"며 "회생을 하게 되면 투자금 및 예치금 회수가 줄어 사태 해결에 도움이 안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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