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스타트업이 뛴다⑥] 유봉석 유락 대표
퇴직자 노트북·핵심시설 몰카촬영 흔적 다 찾아내…해외 매출 40% 돌파
【서울=뉴시스】송혜리 기자 = "'증거'를 찾고 싶을 때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포렌식 서비스를 내놓겠습니다."
대표자가 유 씨여서 유락일까, 혹은 있을 유, 즐거울 락?. 유락은 대체 무슨 뜻일까 했더니 유봉석 대표(43)는 영어로 YOU ROCK! 즉 '너 짱이다!' 또는 '유락을 선택한 당신 최고의 선택이야!'란 뜻을 담고 있다고 했다. 설명을 듣고 나니 그간 보이지 않았던 느낌표 하나가 유락이란 이름 뒤에 강렬하게 따라붙었다. 유봉석 대표는 "음식점 이름 같다고 하는 분도 계셨다"면서 사람 좋게 웃었다.
유락은 유 대표가 지난 2018년 설립한 디지털포렌식 전문 기업이다. 디지털포렌식은 디지털 매체에 남아있는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증거를 찾아내는 기술로, 유락은 해외 디지털포렌식 컨설팅, 디지털포렌식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 완전 삭제 솔루션 그리고 디지털 증거보존(이미징)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유락은 전사적자원관리(ERP) 공급사로 유명한 더존비즈온 포렌식센터가 원조다. 유 대표가 더존비즈온 포렌식센터에서 해외 포렌식 컨설팅 부문을 담당한 바 있으며, 2021년엔 해당 센터를 인수해 지금의 유락의 모습을 갖췄다. 지난 3일 판교제2테크노밸리 정보보호클러스터에서 유봉석 대표를 만나 유락의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핵심인력 이직·퇴직시 몰래 유출되는 데이터도 잡아낸다
유 대표는 "국내 보안 업체들 대부분 내수 위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지만, 유락 해외 사업 매출은 이미 40%를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더존비즈온 포렌식센터에서 수주했던 오만 디지털포렌식 랩 구축 사업, 오만 국가 디지털포렌식 랩 구축 국제인증 갱신 사업, 브루나이 국가 디지털 포렌식 및 사이버 감사센터에 대한 자문 서비스가 주춧돌이 됐다.
유 대표는 "더존 시절 오만 사업을 시작한 이후 탄자니아, 브루나이 사업을 지속하고 있고, 일본에 이어 올해 대만 쪽과 첫 파트너십을 맺고 제품을 공급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대만 수주 건은 미국 강자들을 물리치고 선정됐다는 점에서 유 대표에게 의미가 각별하다. 탄자니아의 경우 3년 짜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유락은 PC·모바일 디지털포렌식을 모두 제공한다. 특히 PC 디지털포렌식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PC 디지털포렌식 제품의 경우, 퇴직자·외부 근로자 PC와 노트북을 대상으로 데이터 유출 증거 획득을 위한 이미징·완전 삭제 기능을 제공한다.
유 대표는 "이 기능을 통해 핵심 인력의 퇴사와 이직에 따른 기술 유출에 대응할 수 있고, 또 퇴직자에 대한 보안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수사기관, 유수 대기업엔 다 공급했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모바일 디지털포렌식 수요도 껑충 뛰고 있다는 게 유 대표의 귀띔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재택·원격 근무가 늘어난 덕분이다. 유 대표는 "모바일로 업무를 보는 일이 많아졌고, 또 중요한 업무 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게 중요해졌다"며 "현재 금융권, 통신 관련 기업, 지방자치단체 등에 서비스를 공급했다"고 말했다.
유락 사업의 또 하나의 축은 '게이트 매니저'. 물리 보안을 위한 현장용 모바일 포렌식 도구다. 보안이 필요한 핵심 설비나 장소에서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로 사진·영상을 촬영했는 지 여부를 분석할 수 있는데, 삭제 파일까지 복구해 확인할 수 있다.
유 대표는 "주요시설 출입 시 휴대폰에 검은 스티커를 붙여본 경험이 있을 것"이라며 "게이트 매니저를 설치하면 이같은 과정이 필요 없으며, 해당 시설 출입 동안 삭제 촬영 파일을 확인하고 또 삭제된 촬영 파일 복구까지 지원함으로써 정보 유출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포렌식 플랫폼 만든다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포렌식 플랫폼 서비스'를 만들 계획입니다."
이 회사의 차기 사업 아이템이다. 최근 들어 디지털포렌식에 대한 개인 이용자들의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개인 이용자들이 필요한 디지털포렌식을 어떤 방식으로 공급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 형태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는 "예를 들어 개인 간의 싸움, 왕따 사건, 개인을 상대로 한 해킹, 가상자산 분실 등의 문제로 디지털포렌식을 의뢰하는 개인들이 늘고 있다"면서 "이에 PC 백신을 무료로 배포 하듯이 저희 기술을 악용하지 못하는 선에서 일반에 공급해 보려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자본과 인재 확보다. 그는 "시리즈A 투자 유치를 준비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문제는 스타트업 업계에 경력 개발자들이 잘 합류하지 않는 다는 것인데, 신생 회사지만 같이 성장하면서 그에 따른 보상을 받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지 않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ewo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