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으로 온 특허 발명자 지위 여부
개발자 "지식 없는데 인공지능이 발명"
1심 "특허법상 발명자, 자연인 의미"
"AI 인정 여부, 제도 개선으로 해결돼야"
30일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미국의 AI 개발자 테일러 스티븐 엘이 특허청장을 상대로 "특허출원 무효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우리나라 특허법 문헌 체계상 발명자는 자연인을 의미한다고 보는 게 분명하다"며 "발명자에게는 발명과 동시에 특허에 따른 권리가 귀속되기 때문에 권리능력도 있어야 하지만 자연인이 아닌 AI는 물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어서 독자적인 권리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수 기업의 AI 기술 독점에 따른 규제 및 법적인 책임 문제가 불분명하는 등 상당한 우려와 문제점이 공존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AI를 발명자로 인정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산업 발전에 반드시 기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발명이 총 16개국에 출원됐는데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외 모든 국가에서는 (특허 인정이) 거절됐고, 그에 대한 취소소송 역시 현재까지 모두 기각됐다"며 "향후 AI를 독자적 발명가로 인정할 것인지 여부는 정책적·기술적 고려에 따라 제도 개선 등을 통해 해결할 문제"라고 판시했다.
앞서 개발자는 지난 2019년 9월 AI를 발명자로 표시한 국제특허출원(PCT)을 냈다. 우리나라에서도 출원이 완료돼 국내 1차 심사가 진행됐다.
개발자가 최초의 AI 발명가라고 주장하는 AI 프로그램 이름은 '다부스(DABUS·Device for the Autonomous Bootstrapping of Unified Sentience)로 식품 용기 및 개선된 주의를 끌기 위한 장치로 알려졌다.
그는 자신이 해당 발명과 관련된 지식이 없고, 자신이 개발한 다부스가 일반적인 지식에 대한 학습 후 식품 용기 등 2개의 서로 다른 발명을 스스로 창작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례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AI가 발명자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특허심사 사례로 전해졌다. 심사에 착수한 특허청은 AI를 발명자로 기재한 특허출원서 양식에 형식상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우리나라 특허법 및 관련 판례는 '자연인'만을 발명자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인이 아닌 회사나 법인, 장치 등을 발명자로 표시할 수 없다는 게 특허청의 입장이다.
이후 특허청은 '자연인이 아닌 AI를 발명자로 적은 것은 특허법에 위배되므로 자연인으로 발명자를 수정하라'는 보정요구서를 통지했다. 하지만 개발자가 보정 요구에 응하지 않아 해당 특허출원이 무효가 됐다. 개발자는 지난해 12월 특허청의 무효처분에 불복해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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