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모평 과탐Ⅱ 최고 표점 98점…작년 수능보다 25점 '급등'

기사등록 2023/06/28 18:22:53 최종수정 2023/06/28 20:46:04

서울대 과탐Ⅱ 제한 폐지로 최상위권 빠진 탓

과탐Ⅱ 네 과목 평균도 작년 수능대비 21점↑

전형변화에 '휘청'…"실력 아닌 운 작용" 지적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치러진 지난 1일 서울 용산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2023.06.0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지난 1일 실시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6월 모의평가에서 과학탐구Ⅱ 영역 표준점수 최고점이 지난해 수능보다 25점이나 올랐다.

서울대의 자연계열 응시자격 제한 완화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되는 가운데, 특정 현상에 일관성이 쉽게 흔들리는 수능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수능 출제당국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이번 수능 6월 모의평가 과학탐구Ⅱ 영역 표준점수 최고점은 98점(지구과학Ⅱ)을 기록했다. 지난해 수능 과학탐구Ⅱ 최고점(73점·화학Ⅱ)보다 25점이나 오른 점수다.

과학탐구Ⅱ는 물리학Ⅱ·화학Ⅱ·생명과학Ⅱ·지구과학Ⅱ 총 4과목인데, 이들의 표준점수 최고점 평균 또한 지난해 수능 70.5점에서 이번 6월 모의평가 91.75점으로 뛰었다.

입시 전문가들은 서울대의 입학전형 변화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까지 서울대 자연계열에 지원하려면 과학탐구Ⅱ를 필수 응시해야 했는데, 서울대는 올해부터 그 자격제한을 없앴다. 이에 최상위권 학생들의 과학탐구Ⅱ 응시가 급감, 원점수 평균이 급락하며 표준점수 최고점은 올랐다는 분석이다. 실제 올해 6월 과탐Ⅱ 응시인원은 지난해 6월 대비 4167명(19.4%) 감소했다.

문제는 이로 인해 탐구 영역 간 표준점수 격차가 심해졌다는 점이다. 이번에 과학탐구Ⅱ 최고 표준점수인 98점(지구과학Ⅱ)은 과탐Ⅰ 최고점(71점·지구과학Ⅰ)보다는 27점, 사탐 최고점(73점·생활과윤리)보다는 25점이나 높다.

대입에는 원점수가 아닌 표준점수가 활용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경쟁에 유리한 표준점수를 획득하기 위해 과학탐구Ⅱ 선택을 고려할 만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이런 현상이 수능에서도 지속된다면 서울대 정시처럼 탐구영역 표준점수를 그대로 반영하는 경우 굳이 과학탐구Ⅱ 가산점이 없더라도 유리한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남은 기간 탐구 공부를 하는 데 부담을 느낀 학생들이 과학탐구Ⅱ 과목으로 선택과목을 바꾸는 경향이 가속화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높은 표준점수를 받기 위해 과학탐구Ⅱ로의 선택과목 변경을 고민하는 수험생이 늘어날 수도 있으나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시점에서의 선택과목 변경은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처럼 최상위권 대학의 입학전형 변화로 수능 과목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20점 이상 급등하고,  6월 모의평가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공정 수능' 발언을 계기로 킬러문항을 배제하는 식으로 출제기조가 바뀌는 등 현상이 수능 시스템의 불안정성을 나타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 소속 장지환 배재고 교사는 "상대평가라는 틀 안에서 학생들은 점수 획득에 유리한 과목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현재 수능은 응시집단에 따라 점수가 결정되는, 어떻게 보면 실력이 아닌 운이 작용하는 시험"이라며 "킬러문항도 일부 문제가 아닌 수능이라는 제도의 문제기 때문에 어떻게 해도 해결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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