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국내 전기차 60% 이상 점유
중견 완성차 3사 시장 점유율은 2% 불과
르노 등 국내 전기차 생산라인 증설 시도
전기차 배터리 물량 부족에 어려운 상황
◆현대차와 수입차가 양분한 시장
27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에 등록된 순수 전기 승용차는 총 30만3016대다. 이 중 현대차와 기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64%에 달한다. 수입차에서는 미국 테슬라가 4만9157대를 팔아 단독으로 전체의 16%를 점유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 테슬라를 제외한 수입 전기차도 지난달 국내 전기차 시장점유율 17%를 달성했다.
반면 르노코리아와 한국GM, KG모빌리티 3사의 전기차 판매는 6694대로 전체의 2%에 불과했다. 사실상 국내 전기차 시장을 현대차·기아와 수입차 업계가 양분하는 셈이다.
중견 3사는 전기차 모델도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르노코리아의 SM3 EV, 한국GM의 스파크 EV, KG모빌리티의 코란도 e-모션 정도가 현재 시중에서 판매 중이다. 르노코리아가 수입 판매하는 조에 EV와 한국GM이 수입하는 볼트 EV를 포함해도 지난달 전체 전기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에 그친다.
◆전기차도 국내 생산 추진
르노코리아는 부진한 국내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해 국내 현지 생산을 준비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르노그룹의 프랑수아 프로보 부회장이 최근 한국을 방문해 한덕수 국무총리와 면담하고 전기차 공장 건설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르노의 귀도 학 부회장도 지난 2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본사를 방문한 박형준 부산시장을 만나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 연간 20만대 규모의 전기차 생산시설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은 혼류생산 방식을 채택해 지금도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지만 규모는 제한적이다. 전용 생산시설이 갖춰지면 전기차 생산과 판매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KG모빌리티는 준중형 SUV인 토레스의 전기차 모델인 토레스 EVX를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이다. 토레스 기반의 전기 픽업트럭 'O100'도 개발 중이다. 한국GM은 아직 국내서 전기차 생산 계획은 없지만 2025년까지 전기차 10종을 출시할 예정으로, 당장 올 하반기 캐딜락 리릭이 시장에 출시된다.
◆충분한 배터리 확보가 관건
중견 완성차 업체의 국내 전기차 생산 확대에 가장 큰 걸림돌은 배터리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배터리 물량이 부족해 전기차 생산을 늘리기 쉽지 않다.
KG모빌리티는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전기차 원가를 낮추기 위해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할 계획이다. 이미 중국 BYD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다. 토레스 EVX에도 BYD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사용될 예정이다.
르노그룹도 부산공장 전기차 라인 신설에 앞서 배터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프로보 부회장이 한덕수 총리를 찾은 이유도 배터리 문제 해결을 위해 지원을 요청하려는 포석으로 알려졌다. 유럽과 미국 시장에 전기차를 수출해야 하는 르노코리아는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는 중국산 배터리 대신 한국산 배터리가 꼭 필요하다.
다만 국내 배터리 업계가 짧은 시간에 국내 생산량을 늘리기는 쉽지 않다. 물량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투자를 늘리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서 생산하는 전기차 배터리는 대부분을 현대차와 기아가 소화하고 있다"며 "이미 진행 중인 해외의 대규모 공장 투자도 부담이 큰 상황이어서 국내 캐파(생산능력)를 갑자기 올리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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