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우리 공군이 폴란드 공군 조종사 심화 교육…11번 실전비행

기사등록 2023/06/21 12:00:00 최종수정 2023/06/21 13:24:05

제16전투비행단, 폴란드 조종사 전투기입문과정 진행

22주 교육기간, 습득능력·최상 기상조건에 17주로 단축

"한국서 배운 공중 전투기술, 폴란드 영공 수호 잘 활용하길"

[예천=뉴시스] 19일 제16전투비행단에서 마지막 훈련 비행을 마치고 착륙한 폴란드 공군 바르토슈 구와(BARTOSZ GUŁA) 소령(왼쪽 세 번째)과 세바스티안 라이헬(SEBASTIAN RAJCHEL) 대위(오른쪽 세 번째)가 우리 공군 조종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군 제공) 2023.06.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예천=뉴시스] 옥승욱 기자 = 한낮 기온이 35도에 육박하던 지난 19일 오후. 경상북도 예천군에 위치한 공군 제16전투비행단에서는 폴란드 공군들의 TA-50 전투기 막바지 교육이 한창이었다.

마지막 실전비행을 마치고 TA-50 전투기에 내린 파베우 므워지코브스키 폴란드 공군 대위는 교육훈련 종료에 대한 만족감에 환한 웃음을 보였다. 광활한 활주로 위에 선 파베우 대위는 "한국의 풍경이 참 아름답다"며 "폴란드에 돌아가서 FA-50 비행경험도 쌓은 뒤 빠른 시일 내에 교관이 되고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공군 제16전투비행단은 비상대기 등 영공방위 임무 뿐만 아니라 최정예 전투기 조종사를 양성하는 교육훈련까지 담당하는 전투 겸 교육부대다. 1976년 8월 1일 공군기지 최초로 순수 우리의 자본과 기술력으로 창설됐다.

제115전투비행대대는 2012년 7월 최초의 국산 경공격기 TA-50을 전력화해 전술입문과정(LIFT)을 통해 최정예 전투기 조종사를 배출하고 있다. 제202전투비행대대는 2016년 3월 최초 국산 초음속 전투기인 FA-50을 전력화해 중북부 영공방위의 핵심전력으로서 그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이날 TA-50 비행교육을 마무리한 폴란드 조종사들은 총 4명이다. 이들은 16전비에서 전투기입문과정(LIFT, Lead-In Fighter Training)을 수료했다. LIFT는 고등비행교육을 마친 조종사들에게 전투비행대대 배치 전 공대공, 공대지 사격 훈련 등 전술과목을 교육하는 과정을 말한다.

[예천=뉴시스] 19일 제16전투비행단에서 폴란드 공군 세바스티안 라이헬(SEBASTIAN RAJCHEL) 대위가 TA-50 항공기에 탑승해 이륙에 앞서 제스쳐를 취하고 있다. (사진=공군 제공) 2023.06.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폴란드 조종사들은 이 곳에서 항공기 시동절차, 공중조작, 계기 비행, 비상처치 훈련 등을 배운다. 뿐만 아니라 공격·방어 기동, 편대 공격전술, 무장 운용 등 전투기 조종사로서의 실전대응 능력도 기른다. 총 11소티(비행횟수를 세는 단위) 실전비행과 8소티의 시뮬레이터 교육을 마치면 모든 교육 과정이 마무리된다.

당초 폴란드 조종사들의 교육기간은 22주였는데 습득속도와 기상환경이 받쳐준 덕분에 17주만에 훈련을 끝내고 본국으로의 귀국을 앞두고 있다.

공군 관계자는 "전투기는 기종이 달라지면 반드시 해당 기종에 맞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폴란드 조종사들 모두 교관조종사이지만 TA-50 비행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수탁교육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TA-50은 공군 조종사의 전술훈련을 위한 항공기다. T-50고등훈련기를 기반으로 레이더와 공대공, 공대지 무장이 장착됐다. 지난 2011년 1월24일 도입됐으며, 가격은 약 250억원이다.

이날 지상교육훈련대에서는 또 다른 폴란드 조종사가 마지막 비행 시뮬레이터 교육을 받고 있었다. TA-50 전술훈련시뮬레이터라 불리는 이 교육에서는 전술입문 과정 전 과목 훈련과 각종 전술 숙달 훈련이 진행된다. 브리핑 1시간, 탑승 1시간, 디브리핑 30분으로 해서, 1회 교육 시 총 2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예천=뉴시스] 19일 폴란드 공군 조종사들이 항공기 전방석에 탑승해 TA-50을 조종하고 있는 가운데, 후방석에 탑승한 우리 공군 교관 조종사들이 양국의 국기를 펼쳐보이고 있다. (사진=공군 제공) 2023.06.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높이가 족히 10미터는 될 만한 거대한 원형 설비 안으로 들어서자 마치 공중에서 전투기를 조종하고 있는 듯한 장면들이 연출됐다. 360도 전체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장면에 어지러움증이 바로 왔다.

사다리 위로 올라가자 실제 전투기 조종석을 옮겨 놓은 듯한 앞자리에서 폴란드 조종사가 시뮬레이터 교육을 받고 있었다. 그는 바로 옆 사무실에 자리잡은 우리나라 공군 교관과 무전기로 교신하며, 교관이 부여한 가정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배우는 중이었다.

이 곳에서의 교육은 시뮬레이터에 탑승한 교육자와 그 옆칸에 자리한 사무실에서 네대의 모니터 앞에 자리한 우리나라 공군 교관과의 교신으로 이뤄진다. 모든 의사소통은 영어로 진행됐는데, 우리나라 공군 교관의 능숙한 영어실력이 돋보였다.

이들을 처음부터 교육해 온 윤필상 공군 대위는 "시뮬레이터 교육이 전부 8개 정도 된다"며 "오늘은 기지 주변에서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폴란드 조종사들이 비상에 맞는 처치를 잘해 기지까지 잘 올 수 있는지를 점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산 전투기의 우수성과 '한국형 비행교육체계'를 수출한다는 마음으로 교육에 임했다"며 "폴란드 조종사들이 이 곳에서 배운 공중 전투기술을 본국 영공 수호에 잘 활용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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