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경애 정직 1년으로 본 '변호사 징계'…"지나치게 가벼운 경향"

기사등록 2023/06/21 08:00:00 최종수정 2023/06/21 08:05:35

피해자, 3회 불출석해 패소, 소송비용도 부담

변협 징계위 정직 1년 결정 두고 반응 엇갈려

"자격 박탈해야" vs "과거보다 중징계" 온도차

술 마시고 장애인 때린 변호사 과태료 100만원

"변협, 지나치게 가볍게 징계해 온 경향 있어"

국민정서 부합하려면 조사 확대 등 개편 필요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자신이 소송대리를 맡은 학교폭력 피해 사건에 불출석 해 재판 패소를 초래한 권경애 변호사에게 정직 1년 처분이 내려진 것을 계기로 변호사 징계에 대한 논란이 나온다. 권 변호사 학교폭력 소송 불출석 피해 당사자인 이기철 씨가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열린 징계위원회 전체회의 시작을 기다리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학교폭력 피해로 숨진 학생의 모친 이기철 씨는 이날 권 변호사에 대한 영구제명 징계를 촉구했다. 2023.06.19.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박현준 기자 = 자신이 소송대리를 맡은 학교폭력 피해 사건에 불출석 해 재판 패소를 초래한 권경애 변호사에게 정직 1년 처분이 내려지며 여론이 들끓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사안의 중대성을 외면하고 가벼운 처분을 내렸다는 비난이지만, 법조계에서는 유사 사례와 비교해 중징계가 내려졌다는 의견이 다수다.

이 같은 온도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변호사 징계 과정에서 조사 절차를 강화하고, 사유별 처벌 범주를 세부화하는 등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변협 징계위원회가 심의 끝에 "성실의무 위반의 정도가 중하다"며 권 변호사에게 정직 1년의 징계 처분을 내린 후 솜방망이 처벌 아니냐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전날 약 4시간 동안 현장을 지켰던 고(故) 박주원양의 어머니 이기철씨가 언론을 통해 징계위 심의 과정을 공개하며 화살은 변협에게로 향하는 모양새다. 이씨는 심의에 참여한 일부 징계위원들이 자신에게 "예의를 지켜달라" "왜 이렇게 화가 났느냐"고 했다고 밝혔다.

권 변호사는 2015년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박양의 모친인 이씨를 대리해 가해자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했지만 항소심 재판에 3회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이 소송은 원고 패소로 판결됐다.

더구나 권 변호사는 이 같은 사실을 이씨에게 5개월 간 알리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고, 뒤늦게 언론보도로 불출석에 따른 패소 사실이 알려지며 물의를 빚었다.

권 변호사의 과실로 재판에서 패소한 데 이어 이씨가 가해자 측 소송비용까지 부담하게 된 황당한 상황임에도 권 변호사에게 정직 1년의 처분만 내려진 것은 지나치게 가볍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온다.

실제로 권 변호사의 징계 처분이 보도되자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변호사 자격을 박탈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 '다른 사람의 인생을 파탄시켜놓고 1년이라니' '1년 간 쉬라고 보내주는 것'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그런데 법조계에서는 유족에 대한 안타까움과 별개로 과거 사례에 비춰 이번 처분이 중징계에 해당한다는 시각이 많다.

현행법상 변호사가 받을 수 있는 징계는 ▲영구제명 ▲제명 ▲3년 이하 정직 ▲3000만원 이하 과태료 ▲견책으로 나뉜다.

하지만 역대 영구제명 처분을 받은 변호사는 1명에 그치고, 3년 이하 정직 처분 역시 전례를 찾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현주소다.

이번 권 변호사의 징계가 과거 유사 사례와 비교했을 때 중징계일 뿐, 그동안 소위 '사고를 친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 자체가 낮은 수준으로 자리 잡아왔다는 것이다. 이미 '솜방망이' 논란이 나올 만한 징계 사례가 쌓여있어 유사 사건이 나와도 형평성을 의식해 또 비슷한 수준의 징계를 내릴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가능하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자신이 소송대리를 맡은 학교폭력 피해 사건에 불출석 해 재판 패소를 초래한 권경애 변호사에게 정직 1년 처분이 내려진 것을 계기로 변호사 징계에 대한 논란이 나온다. 권 변호사 학교폭력 소송 불출석 피해 당사자인 이기철 씨가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열린 징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학교폭력 피해로 숨진 학생의 모친 이기철 씨는 이날 권 변호사에 대한 영구제명 징계를 촉구했다. 2023.06.19. mangusta@newsis.com
실제로 변협에 따르면 이번 사례와 같이 수임 사건을 진행하지 않고 재판에 불출석해 '소 취하 간주'로 사건이 종결된 다수 사례에서 담당 변호사에게 내려진 징계는 정직 3~6개월 수준에 그쳤다. 술을 마시고 장애인을 때린 한 변호사에게 내려진 징계는 과태료 100만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욕설 및 폭행을 한 변호사는 견책 처분을 받았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반적인 변호사 징계 수준을 감안하면 중한 처벌이라는 생각"이라며 "하지만 변협이 그간 변호사에 대해 지나치게 가볍게 징계해온 경향이 있다"고 짚었다.

그는 "지금껏 변협 징계위원회의 양상과 비교해 무거운 징계란 의미"라며 "변호사 수가 늘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징계는 결국 국민을 위한 것이니 엄중히 처벌하는 관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불성실한 변호사에 대해 국민 감성에 부합한 처분이 내려지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변호사 징계 절차를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변호사의 징계 처분은 10인 이상 50인 이내 조사위원으로 구성된 변협 조사위원회를 거쳐 변협 징계위원회 심의를 통해 결정된다.

조사위에서는 사실관계에 기초해 사안을 징계위로 회부할지 결정하는데, 직권조사 권한이 없기에 사실상 대다수 사안이 징계당사자의 경위서에 근거해 판단되고 있다.

사실상 사실관계를 파악하는데 집중하기 보다 반성문과 같은 의견서에 기초해 사안을 판단하게 되는 셈인데, 조사위에 직권조사 권한을 부여해 수사기관으로부터 자료 등을 확보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조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현재는 징계 당사자에게 의견을 회신해달라고 요청할 뿐 회신을 하지 않았을 때 자료를 의뢰해 받는 등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회칙을 개정해 징계위에 넘길 만한 사안에 대해서는 조사할 수 있도록 절차를 촘촘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사례처럼 유족이 직접 현장을 찾아 심의가 지연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조사위 단계에서 피해 당사자 의견 수렴 절차를 마련하고, 징계사유별 기준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크다.

이 관계자는 "너무나 다양한 사안에 대해 성실의무·품위유지 의무 위반이란 사유가 붙는데 징계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납득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기준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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