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무산 고려 안해…3분기 결과 기대"

기사등록 2023/06/20 17:48:03

"아시아나 합병에 온 힘 쏟아야 하는 상황…플랜B 없다"

"HMM 연내 계약 체결 가능…KDB생명 매각 성사 기대"

"정부, 국회와 산은 자본확충 협의…현물·현금출자 논의"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3.06.20.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김형섭 최홍 기자 =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20일 해외 경쟁당국의 반대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제동이 걸린 것과 관련해 "한진칼 지분 처분 계획을 포함해 무산 이후에 대해 대비할 게 아니라 합병에 온 힘을 쏟아야 하는 하는 상황"이라며 "(합병 무산에 대비한) 플랜B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가진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신고대상 13개국 중 10개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끝났고 미국, EU, 일본의 결정만 남은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강 회장은 "(합병 승인이) 만약 쉽게 될 것이었다면 이렇게 시간을 끌지 않았을 것이고 반대로 만약 안 해줄 것이면 또 이렇게 시간을 끌지 않았을 것 같다"며 "어려운 상황이지만 합병 심의 결과가 최소한 해 3분기에는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EU 경쟁당국의 심사절차가 까다롭고 기업결합 과정이 녹록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양대 국적항공사의 통합이 아시아나항공의 근본적인 생존과 대한민국 항공산업 재편을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기에 해외 경쟁당국 설득을 위한 대한한공의 적극적인 대응을 독려하는 한편, 정부부처의 지원을 요청하는 등 조속한 심사 완료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1월 EU 경쟁당국을 만나서 합병 필요성에 대해 말하고 답하는 형식으로 여러 의견을 공유했다"며 "지난 5월 중순에는 이 거래가 왜 필요한지 강조했다. 공정위나 외교부, 산업부, 국토부 등 정부가 이 일에 관심을 갖고 도울 수 있도록 지원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합병 지연으로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는 지적에는 "합병 기간이 오래 걸리면 피인수기업 입장에서는 경쟁력 저하가 올 것"이라며 "3분기 정도에는 딜이 정리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 전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조치가 특별히 없다. 다만 최근 항공권 가격이 특수라서 아시아나항공이 예상치 못한 이익을 내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부 해외 경쟁당국이 요구하고 있는 슬롯(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 축소와 관련해서는 "당연히 슬롯 축소 논의가 나올 수 밖에 없다"며 "중요한 것은 축소 자체가 아니라 축소의 양이다. 산은은 슬롯 축소가 최소화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HMM·KDB생명 매각 성사에는 자신감

비싼 몸값으로 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한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과 관련해서는 연내 매각 성사에 자신감을 보였다.

강 회장은"지난 1월 HMM 지분처리에 대한 관계기관 협의를 끝내고 4월에 매각자문사를 선정해 기업실사 및 잠재매수자 물색, 최적의 거래구조 설계 등 매각컨설팅을 진행 중"이라며 "조만간 컨설팅에 대한 최종결론이 확정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3.06.20. bjko@newsis.com
그는 "매각자문사에서 다수의 전략적 투자자를 대상으로 인수의향을 태핑(사전조사) 중"이라며 "매각작업이 차질없이 수행된다면 연내 SPA(주식매매계약) 체결도 가능하리라 예상된다"고 말했다.

HMM 지분을 각각 20.69%, 19.96% 보유한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본격적인 지분 매각 절차에 착수했지만 유력 후보군들이 잇달아 인수 의사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산은과 해진공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까지 모두 보통주로 바꿀 경우 최소 7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비싼 몸값과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해운업황이 매각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고 있다.

강 회장은 "우리가 탭핑한 결과 HMM 인수 후보군이 없지는 않다"며 "영구채 포함 잔여 지분 처리 방법도 인수 당사자와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네 차례의 시도가 무산된 바 있는 KDB생명 매각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지분 92.7%를 보유한 산은은 KDB생명 매각과 관련해 올해 1분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2분기 거래종결을 목표했지만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

강 회장은 "과거 금호그룹 부실처리 과정에서 지난 2010년 산업은행이 결성한 사모펀드가 금호생명을 인수한 이래 KDB생명은 산은에게 있어 줄곧 '아픈 손가락'이었다"며 "매각 도전만 다섯 번째이지만 이번에는 과거 네 차례의 매각 시도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자신했다.

그는 "재무구조 개선 작업의 일환으로 지난 5월 75% 무상감자로 자본금을 줄이고 이월결손금을 축소하는 한편 산은이 신종자본증권 차환발행분 2160억원 전액을 매입함으로써 가용자본 관리도 용이해졌다"며 "올해 들어 KDB생명의 운용자산 수익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매물로서의 매력도를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수의 원매자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이번 본입찰에서는 매각이 성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산은이 KDB생명의 신종자본증권 2000억원 이상을 인수하는 등 여러 조치를 했기 때문에 매각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라며 "실제로 몇몇 기업에서 관심을 갖고 있어 7월에 입찰공고를 낼 예정이다. 조만간 결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13%대 BIS 비율로는 부족…산은 자본확충 필요"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3.06.20. bjko@newsis.com
한국전력공사의 대규모 적자가 대주주인 산은의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정부와 국회에 자본확충도 요청했다.

강 회장은 "코로나 위기 극복과정에서 시장안전판 역할 수행으로 영업자산이 급증해온 가운데 한전의 대규모 적자 누적으로 산은의 국제은행(BIS) 기준 자본비율은 2020년말 15.96%에서 2023년 1분기말 13.11%로 2.85%포인트 하락하는 등 뚜렷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한전 손실에 따른 BIS비율 하락 영향만 1.95%포인트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에 대응해 정부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지난해 11월 이후 공기업 주식 1조원을 현물출자 받고 후순위채권 1조3000억원을 발행하는 등 자본확충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함으로써 금감원의 BIS비율 권고치인 13%를 유지하면서 올해 자금공급 목표 73조5000억원을 차질없이 달성할 계획"이라며 "다만 산은의 비전을 달성하기에는 현재의 13%대 BIS비율로는 부족하다"고 했다.

이어 "충분한 정책수행 여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산은 자체적으로 수익성을 개선해 나가는 한편, 정부 및 국회와 추가 출자 등 자본확충을 위한 협의를 지속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자본확충 방안으로 강 회장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로 영구채를 7000억원 발행해서 자본을 확충하려고 한다"며 "은행 수익성 부분도 좀 더 제고해서 스스로 자본을 늘릴 수 있는 방안도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가 산은에 온 뒤로 많이 놀란 게 산은의 재무구조가 밖에서 볼 때와는 다르다는 것이었다"면서 "취약하다면 취약다고 할 수 있는데 HMM을 열심히 팔려고 했던 것도 HMM주가가 1000원 움직이면 산은 BIS 비율이 7bp 움직인다. 이처럼 내부가 굉장히 취약해서 재무구조가 안정화 되려면 HMM 매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배당 부분에 관해서도 산은의 특성을 좀 감안해 달라고 당국에 많이 요구하고 있다"며 "각고의 노력으로 BIS 비율 13%를 넘기고 있지만 그 미만이 될 경우 국제시장에서 우리를 어떻게 볼까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다. 정부도 상황이 녹록치 않은데 현물출자부터 현금출자까지 다양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강 회장은 총선 출마 내지는 입각 가능성에 대해 "산은에 충실하겠다는 게 기본적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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