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 100엔당 800원대까지 떨어져, 2015년 이후 8년만
시중은행 엔화매도·예금잔액 증가, 당분간 엔화 약세 전망
[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최근 들어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은행 외화예금과 환전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외화 중에서는 큰 폭으로 떨어진 일본 엔화로 차익을 시현하기 위한 환테크(환율+재테크) 수요가 급증하는 모습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은 오전 장중 100엔당 800원대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900원대를 보이고 있다. 원·엔 환율이 900원대 밑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 2015년6월 이후 약 8년 만이다.
엔화는 일본 중앙은행(BOJ)의 통화 완화 정책 지속으로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원화는 긴축 종료 기대감에 강세를 보이면서 원·엔 환율이 급락해 환테크 수요가 몰리는 모습이다.
4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엔화 매도액은 301억6700만엔으로 전월보다 32%(73억2800만엔) 증가했다. 엔화 예금 잔액도 이달 들어 15일까지 1131억엔 늘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 지속으로 약세 흐름이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은 좀 더 견고한 인플레이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난해와 달리 경제 역시 회복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엔화 약세를 저지하기 위해 공격적인 외환시장 개입도 자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 중인 주가 랠리 등 일부 과열 현상을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연말경에는 초완화적 통화정책의 출구 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엔화 흐름의 기조적 전환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진이 연구원은 "원화는 완만한 강세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완만한 달러 약세, 엔과 위안화 가치 상승과 함께 무역수지 흑자 전환, 반도체 업황 사이클 개선, 달러 수급 호조 등 국내 펀더멘탈 개선 효과 등이 원화 강세를 지지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하반기 제한적 엔과 위안화 강세 폭과 완만한 국내 경기 개선 흐름 등은 원화 강세, 원·달러 환율 낙폭을 제한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이웅찬 연구원은 "일본 증시는 신고가를 경신할 정도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엔화 환율은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물가 레벨이 급등했고 엔화도 전고점에 가까워질 만큼 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니 단기적으로는 BOJ의 액션이 필요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30년 동안 디플레이션의 고통을 겪은 나라인 만큼 통화 긴축의 속도는 빠르지 않을 것"이라며 "경제가 회복되고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데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유지된다면, 증시든 부동산이든 자산가격의 강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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