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급 늘면서 화재사고도 급증
전기차 화재 진압 어렵고, 번지기 쉬워
지하 주차장서 화재 발생 시 대형재난 우려
일부 지자체 전기차 충전시설 지상 이전도
지난 4월 말에는 부산의 한 고층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충전 중이던 소형 전기차에 불이 나 주민들이 한밤중에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불은 30여분 만에 잡혔지만, 철제 구조물만 앙상하게 남을 정도로 빠르게 소실됐다.
최근 수 년 새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화재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내연기관차와 달리 배터리 열폭주가 주 원인인 전기차 화재는 쉽게 꺼지지 않는다. 전기차 화재가 대형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포감이 커지며 일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전기차의 지하 주차를 막는 방안이 나오고 있다.
19일 국토교통부와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는 38만9855대로 2018년(5만5756대)과 비교하면 600% 가까이 증가했다.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화재 사고도 급증세를 보인 것이다. 2018년 3건에 그쳤던 국내 전기차 화재 사고는 지난해 43건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2018~2022년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 원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배터리, 충전설비 등과 관련이 있는 전기적 요인으로 전체 88건 중 21건에 달했다. 부주의나 교통사고 원인은 각각 16건, 11건이었고, 원인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화재는 24건이었다.
전기차 화재가 늘면서 전기차를 기피하는 공포감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아파트 등 공동주택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지하 주차장은 불길이 번지기 쉽고, 소방차 진입도 어려운 특징이 있다.
실제 전북 정읍시는 전기차 화재로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하 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시설을 지상으로 옮기는 공동주택에 대해 최대 2000만원의 이전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경상남도와 충청남도 도의회는 각각 도지사가 전기차 충전시설을 지상에 설치하도록 권고하는 조례 개정안을 발의했고, 충청북도는 지난 1월 공동주택 충전 설비를 지상 주차장에 설치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산업통상자원부에 건의한 바 있다.
전기차 충전과 주차가 지상으로 제한되면, 전기차 보급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 새로 지어지는 대규모 공동주택 단지에는 지상 주차장이 없는 곳이 많아 입주민이 전기차 충전에 큰 불편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 지상에 설치할 수 있는 전기차 충전시설은 한계가 있다"며 "지하주차장 충전 금지 대신 좀 더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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