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귀환 '대영호' 선장·선원들로 밝혀져
언어 후유증, 유족 등 취업 실패 피해 호소
檢, 피해자 인적사항, 유족 등 추가 파악 중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북측으로부터 납치됐다가 귀환한 후 간첩으로 몰려 유죄를 선고 받은 납북귀환 어부 100명 중 35명이 재심을 받을 전망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이 지난달 각 관할청에 동해상에서 어로 작업 중 납북됐다가 귀환한 어부 100명에 대해 직권 재심 절차에 착수하도록 지시한 후, 현재까지 총 35명에 대해 직권 재심 청구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100명 중 5명은 피해 당사자 또는 유족 측이 스스로 재심을 청구한 경우다. 이를 제외한 95명 중 직권 재심 청구 진행률은 36.8%다.
직권 재심 대상이 된 납북귀환 어부들은 1969년 5월 강원도 고성군 거진항을 통해 귀환한 '대영호' 등 선박 12척의 선장·선원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1968년 10~11월 동해에서 어로작업 중 북한으로 납치됐다가 이듬해 5월 일괄 귀환했지만 반공법위반죄 등으로 불법구금돼 징역형 집행유예 등 유죄를 선고 받았다.
이들은 납북과 귀환, 이후 국내에서 형사절차를 거치며 겪었던 피해를 줄곧 호소해왔다.
피해 당사자 중에서는 언어장애가 생겨 무직으로 평생을 산 경우도 있었다. 자녀가 신원 조회에서 불이익을 받아 취업에 실패한 사례는 물론, 피해자를 형제로 둔 유족 중에는 직업군인으로 복무하다 신원조회에서 사건이 밝혀져 강제 전역을 당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이에 지난달 16일 대검은 이들 100명에 대한 명예회복과 권리구제를 위해 5개 관할 검찰청에 직권 재심 청구를 지시했다.
강릉·속초·영덕지청에서는 지난 16일 각 17명, 10명, 4명의 납북귀환 어부 31명에 대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했다. 이 중 생존자는 4명에 그쳤으며 27명은 사망해 유족 동의를 받아 재심 청구가 이뤄졌다.
이에 앞서 춘천·대구지검과 속초지청에서도 총 4명에 대한 직권 재심 청구가 진행됐다.
검찰은 절차에 착수하지 않은 60명의 납북귀환 어부에 대해 현재 인적사항과 유족 유무, 연락처 등을 파악하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어로작업 중 납북됐다 귀환하는 과정에서 억울하게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가 있는지 살펴 신속하게 직권재심 절차 착수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검찰이 추가 피해자들에 대한 진실규명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동해안납북귀환어부 피해자모임은 이날 별도 입장문을 통해 "검찰이 직권 재심 청구에 착수한 것에 환영을 뜻을 전한다"면서도 "그러나 사건들과 그 시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피해자모임은 "검찰이 뒤늦게 직권 재심 청구에 나선 사건들은 이미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 규명 결정이 내려져 무죄가 확정된 사건"이라며 "검찰의 이번 직권 재심 청구는 '뒷북'이라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형사소송법상 제1호 재심청구권자는 당사자도, 유족도 아닌 검사"라며 "검찰은 이미 진실 규명 결정이 이뤄진 사건에 머무를 것이 아닌, 아직 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사건에 더 집중해 재심 청구 절차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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