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폼·원단·페트병…버려지던 '자투리' 소재의 대변신

기사등록 2023/06/20 10:02:48

자투리 자재로 '새활용 제품' 개발

메모리폼·원단·페트병으로 재탄생

[용인=뉴시스] 기업들은 단순히 제품을 재활용하는 차원에서 나아가 폐기물을 새 자원으로 재탄생 시키며 '자투리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21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재활용센터에 각 가정에서 쏟아져 나온 플라스틱 폐기물이 가득 쌓여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배민욱 기자 = 다양한 업종의 생산시설에서 '새활용(업사이클링)'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새활용은 폐기될 수밖에 없던 자투리 생산 자재를 다시 새 제품을 만드는데 사용하며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단순히 제품을 재활용하는 차원에서 나아가 폐기물을 새 자원으로 재탄생 시키며 이른 바 '자투리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밀도 수면 브랜드 슬로우베드는 메모리폼 재단 시 불가피하게 버려지는 자투리 메모리폼을 화학적으로 분해해 새활용한 신소재 메모리폼 '레코텍폼(Recotec Foam)'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메모리폼을 표준 크기에 맞춰 재단하면서 남는 메모리폼을 화학적 분해해 원재료로 되돌리는 방식이다.

여러 원료를 혼합해 만들어지는 메모리폼은 그동안 화학적 재활용이 까다로웠다. 메모리폼을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분쇄 후 다른 소재들과 혼합하는 물리적인 방법만 가능했다. 하지만 이 또한 본래 메모리폼의 기능 저하가 발생해 많은 양이 폐기됐다. 특수시설에서 소각되는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기도 했다.

슬로우베드는 리폴리올(Re-polyol) 기술을 메모리폼에 국내 최초로 적용했다. 리폴리올 기술을 통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자투리 메모리폼을 폐기하지 않고 분쇄 후 용액화해 기존 폴리올 용액을 일부 대체해 새로운 메모리폼으로 생산할 수 있게 했다.

슬로우베드는 자투리 메모리폼 폐기 시 발생하는 스펀지 스크랩 배출량을 20% 절감하고 무한 재생산과 새활용을 가능하게 했다.

원단 제조업체 세진플러스는 방직공장에서 잘못 생산된 옷 또는 자투리 원단 등 버려지는 섬유 폐기물을 새활용해 제조한 건축용 섬유 패널 '플러스넬'을 개발했다.

세진플러스가 국내 최초로 연구·개발한 플러스넬은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자투리 원단을 솜처럼 만들어 여러 겹을 쌓고 고온과 고압으로 성형해 건축 가구 마감재, 인테리어 소품, 벤치 등의 친환경 재료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기존 목재 패널 대비 충격, 습도, 온도 등 외부 환경 변화에도 내구성이 우수한 고기능 친환경 섬유 패널 플러스넬은 30년 이상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또 섬유 자체가 가진 특성을 이용해 접착제와 같은 화학 제품 없이 순수 섬유를 압착해 제작된 친환경 패널로 계속해서 새활용이 가능하다.

효성티앤씨는 폐페트병을 활용한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원사 '리젠'을 개발했다. 석유를 원료로 해서 생산되는 기존 폴리에스터 섬유와 달리 리젠은 폐 페트병을 수거한 뒤 작게 조각내고 칩으로 만든 뒤 폴리에스터 원사로 추출한다. 이를 통해 페트병 재활용으로 플라스틱 매립양을 줄이고 생산 과정에서 남는 자투리 플라스틱도 다시 원사 단위로 새활용하며 무한 반복 생산을 가능하게 한다.

효성은 패션 스타트업 '플리츠마마'와 협업해 페트병으로 만든 친환경 가방을 선보이기도 했다. 플리츠마마의 니트플리츠백 1개에는 500㎖ 생수병 16개에서 추출한 실이 사용된다. 원단을 재단하고 봉제하는 방법이 아닌 3D 입체 패턴으로 편직하는 '홀가먼트 니팅’'기법으로 자투리 원단이 발생하지 않는다.

효성티앤씨는 최근 노스페이스, K2 등 아웃도어 브랜드와도 협업해 2023 S/S(봄·여름) 시즌 의류·가방에 '리젠 오션 나일론'을 적용하는 등 친환경 제품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투리 소재 폐기량을 줄여가는 것은 재생 가치를 더해 환경을 위한 새로운 관점"이라며 "기업들은 생산 과정뿐만 아니라 버려지고 방치되는 소재에 새활용 아이디어를 더해 자원 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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