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 기업 유치는 대대적 홍보, 안전사고엔 침묵

기사등록 2023/06/16 07:00:00

이차전지 기업서 지난달과 지난 14일 두차례 가스누출 사고

사고 이후 투자협약 대대적 홍보…안전사고는 언급도 안해

[전주=뉴시스]최정규 기자 = 전북도와 정치권이 전북 새만금에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이차전지 기업에서 잇따라 가스가 누출돼 도가 이차전지 기업 유치에만 열을 올리고 안전관리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광영 전북도지사는 최근 전북 새만금에 이차전지 기업들과 연이은 투자협약을 체결하면서, 새만금을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하겠다고 선포했다.

이를 위해 도는 미래산업국 내 이차전지 전담팀을 신설하고,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5대 상용화 핵심센터 본격 추진, 이차전지 기업 역량강화 지원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에 총력 대응하고 있다.

이와 함께 김 지사 취임 이후 기업유치추진단을 신설하면서, 이차전지 기업의 투자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전북도·새만금개발청·군산시·한국농어촌공사가 국내 1위 이차전지 전해액 제조기업 ㈜엔켐·㈜중앙디앤엠이 공동 설립한 ㈜이디엘사와 ‘새만금 리튬염 양산공장’ 건립을 위한 6005억원대 투자협약도 체결했다.

리튬염은 이차전지 4대 핵심소재(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 중의 하나인 전해액의 주 생산 원료다. 배터리의 수명, 충·방전 효율, 안정성 등 성능 향상에 기여한다.

도는 이번 협약을 체결한 뒤 연간 생산량 5만t급 리튬염 생산 공장을 하반기에 착공한다. 준공 목표는 2026년 말이며 700여명의 고용 창출이 기대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협약식 전날인 14일 오후 4시 14분께 전북 군산시 오식도동 새만금 산업단지 입주업체에서 가스가 일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누출 가스는 소량을 흡입할 경우 인체에 무해한 클로로에틸렌카보 나이트 성분이었고, 소방당국이 급히 수습해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지난 14일 오후 4시 14분께 전북 군산시 오식도동 새만금 산업단지에 입주업체에서 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전북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이 업체에서는 지난달 18일에도 가스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도는 이차전지 입주 기업의 반복되는 사고였지만 기업유치와는 달리 대책마련이나 긴급점검을 하겠다는 안전관리 여부에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전북도가 기업유치만 신경쓰고 근로자와 도민들의 안전에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긴급성명서를 내고 "새만금산업단지에 소재한 이차전지 제조업체에서 가스누출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에 누출된 가스는 2t 가량으로 알려졌다"면서 "이 업체는 지난달 18일에도 염소가스가 누출되어 물의를 빚은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전자산업이 확대되는 만큼 공장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종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면서 "특히 전자산업은 첨단시설과 클린룸, 방진복이 대중적인 이미지로 자리 잡고 있지만 다양한 건강유해요인이 알려져 있으며 전자산업 종사자의 직업병 문제는 중요한 사회적 의제로 대두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속에서도)전북도와 정치권은 하루가 멀다 하고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을 외치고 있다. 너도나도 장밋빛 청사진을 그리지만 도민들이 그런 빛 좋은 개살구에 속은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특히 중국 자본과 합작해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진 음극재 생산 공장은 고온에서 유기용매를 사용하기 때문에 탄소배출과 환경오염이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면서 "각종 화학물질은 노동자와 지역주민들의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지만 전북도의 대책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이차전지 산업의 명과 암을 따지지 않는 ‘묻지마 유치’는 전북도 노동자·도민에게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면서 "전북도는 즉시 이차전지 산업의 유해요인을 점검하고 노동자·주민 안전보건대책부터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jk9714@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