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이어 코인베이스 제소…"증권법 준수하라"
업계 "규제 명확성 부족"…바이낸스는 폭로로 반격
[서울=뉴시스] 유자비 기자 =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거래소들을 상대로 잇달아 소송을 제기하며 규제의 칼날을 빼들자 미국 암호화폐 생태계에 냉기가 돌고 있다. 업계에선 "규제의 명확성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9일(현지시간) CNN,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SEC는 지난 5일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와 자오창펑 최고경영자(CEO)를 증권법 위반 혐의로 제소하고 다음날 미국 최대 거래소 코인베이스를 같은 혐의로 제소했다.
SEC는 바이낸스가 거래량을 부풀리는 등의 기망 행위를 했다고 보고 있다. 코인베이스에 대해선 투자자 보호를 위한 공개 의무를 회피했다고 보고 있다.
CNN은 SEC의 움직임이 수년간 규제 회색지대에서 운영된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규제가 한층 강화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해당 소송들은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SEC는 많은 암호화폐를 유가증권으로 간주하고 증권법에 적용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암호화폐거래소 역시 증권거래소, 브로커, 청산소로 등록해야 하는 등의 SEC 규정을 적용받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지난 8일 한 콘퍼런스에서 암호화폐 업계에 "사기꾼", "폰지사기"가 만연하다고 강력 비판하며 대부분의 암호화폐가 SEC의 권한에 속한다고 강조했다. 또 암호화폐거래소는 규제기관에 등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월가 최고 규제기관인 SEC의 입장대로라면 사실상 대부분의 암호화폐가 증권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미국에서 운영되는 암호화폐거래소는 불법에 해당되게 된다고 CNN은 진단했다. SEC는 바이낸스에서 거래되는 암호화폐 중 최소 12개, 코인베이스에서 최소 13개를 미등록 증권이라고 판단했다. 시가총액 1위, 2위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제외됐다.
이에 대해 코인베이스는 SEC가 2021년 상장을 허용했을 때 이미 비즈니스 모델을 승인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코인베이스는 규제기관과 협력해 법을 준수하도록 노력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바이낸스는 겐슬러 SEC 위원장이 과거 고문직을 요청한 적이 있다고 폭로하며 반격에 나서는 모습이다.
바이낸스 측은 겐슬러 위원장이 2019년 바이낸스 측에 고문 자리를 요청했고, 같은달 겐슬러 위원장은 자오창펑 CEO와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일본에서 만났다고 주장했다. 2021년 1월 SEC 수장으로 임명된 겐슬러 위원장은 당시 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였다.
암호화폐업계는 '규제의 명확성'이 부족해 기업들을 해외로 내몰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하지만 대표적인 규제론자로 꼽히는 겐슬러 위원장은 "투자하는 대중은 증권법의 혜택을 받는다. 암호화폐도 다르지 않아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SEC가 암호화폐산업 규제 강화에 나서면서 미국 투자자들은 더욱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리나 아그라왈 조지타운대 금융 시장 및 정책 센터 책임자는 "미국 규제 당국은 암호화폐 기업을 공격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이것이 바뀔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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