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세연 '전세사기대책, 조세에 미치는 영향'
4월부터 전세보증금, 당해세보다 우선변제
"회수 못한 재산세, 지자체 재정에 악영향"
"종부세·재산세 체납 회수 장치 마련해야"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전세사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지난 4월부터 시행된 전세보증금 당해세 예외가 기초지자체의 원만한 세수 확보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연구기관의 제언이 나왔다.
9일 한국지방세연구원이 낸 '전세사기 대책이 조세정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보증금 변제가 당해세 부과보다 우선하게 되면서 매년 확보하지 못하는 종합부동산세·재산세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세사기 피해주택뿐만 아니라 경·공매되는 모든 주택에 영구적으로 영향을 끼치게 되면서다.
주택 경·공매가 집중되는 자치구에는 상당한 재정적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해세는 재산 자체를 대상으로 부과하는 조세로, 종부세, 상속·증여세, 재산세 등이 있다. 법정기일에 상관없이 최우선변제권이 인정되는 채권 다음으로 당해세의 우선순위가 인정돼왔다.
정부는 세입자가 거주하던 집이 경·공매된 경우 해당 주택에 부과하는 당해세보다 주택 보증금 변제가 우선하도록 법안을 개정했는데, 지난 4월1일 이후 매각된 분부터 적용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임차인의 확정일자보다 법정기일이 늦은 당해세의 경우, 전세보증금이 우선 배당된다.
기존에는 주택이 경매나 공매로 넘어가면 정부가 먼저 낙찰대금에서 당해세를 거둬가고, 저당권 등 채권이 변제된 후에 임차보증금을 받았다. 이 때문에 임차인이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는 경우가 드물었다.
바뀐 개정안은 임대차보증금이 당세해보다 우선 배분되도록 해 전세 피해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했다.
보고서는 당해세가 변제의 가장 후순위로 밀려나면서 지자체 세수에 미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한다.
이번 개정은 전세사기 피해자뿐만 아니라 모든 임차인에게 적용되기 때문에 고가의 아파트를 포함한 역전세 등 경매나 공매되는 모든 주택에 영구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지난 3월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2년 만에 2000건을 돌파하는 등 최근 대출이자를 상환하지 못하고 경매가 진행되는 아파트 수가 급증하고 있다.
또 이달 1일부터 전세사기피해주택에 대한 취득세와 재산세 감면이 한시적으로 시행 중이다. 2026년까지 취득세를 200만원 공제하고, 3년간 재산세 25% 또는 50%(전용면적 60㎡ 이하)를 경감해주는 내용이다.
마정화 한국지방세연구원 지방세연구실 연구위원은 전세사기에서 지목된 다주택자의 당해세는 주로 종부세인데, 기초지자체의 근간 세목인 재산세까지 후순위로 밀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마 연구위원은 "최근 종부세 강화 정책에 따라 종부세 규모와 체납액이 급증해왔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종부세 당해세 규모를 예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재산세의 경우, 매년 발표되는 공시가격 대비 부담이 과중하지 않게 운영돼왔다"며 "재산세는 기초지자체의 근간 세목이자 재산이 존재하는 한 당연히 과세하기 때문에 정책적 조세인 종부세와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재산세는 전국의 모든 부동산을 대상으로 매년 과세하는 세목이기 때문에 전세보증금에 대한 당해세 예외에 따라 걷지 못하는 재산세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경·공매 건수가 증가하면 할수록 그 규모가 확대될 전망이다.
마 연구위원은 "당해세 예외를 통해 개별 주택 임차인이 보호받는 주택임대차보증금 액수는 미미하더라도, 시기에 따라 주택 경·공매가 집중되는 자치구의 경우 해당 규모가 상당하여 열악한 재정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안정적 재원 조달 기능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는 종부세나 재산세가 체납될 경우, 체납 처분을 통해 회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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