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 개선"주장한 CNN CEO 크리스 리히트 결국 13개월만 퇴진

기사등록 2023/06/08 11:24:21

지난해 선임…"편향적 보도 줄이겠다" 선언

지난달 트럼프 타운홀 행사 중계 결정 논란

시청률 올랐으나 비판 이어져 결국 해임

[뉴욕=AP/뉴시스]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는 CNN 최고경영자(CEO) 크리스 리히트가 13개월만에 해임되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해 CNN 행사에 참여한 크리스 리히트의 모습. 2023.06.08.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한휘연 인턴 기자 = "편향적 보도를 줄이겠다"라며 부임 후 미국 보도전문채널  CNN의 대대적 체질 개선을 목표했던 CNN의 최고경영자(CEO) 크리스 리히트가 13개월 만에 물러나게 됐다.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는 CNN의 모회사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의 데이비드 재슬러브 CEO가 이같이 결정했다고 전했다.

재슬러브는 성명을 통해 "크리스는 혼란과 변화가 많은 시기 CNN을 이끄는 쉽지 않은 일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라는 말과 함께 CEO 교체 사실을 CNN 직원들에게 알렸다.

리히트는 지난해 취임 후 여러 차례 도마 위에 올랐다. 리히트의 부임 당시 CNN은 최고 인기 앵커였던 크리스 쿠오모의 해고와 전임 CEO 제프 저커의 불륜 사태로 혼란의 시기였다. CNN이 출시한 스트리밍 서비스 CNN+가 3주 만에 중단돼 수많은 해고가 잇따른 상황에서 그는 "체질 개선으로 CNN의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 주장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리히트 해임 결정의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원인은 지난달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타운홀 행사 인터뷰 보도로 꼽힌다.

리히트는 지난달 10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타운홀 행사 보도를 결정해 CNN 구성원과 시청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었다. 트럼프는 불륜으로 사퇴한 전임 제프 저커 CEO 시절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진보 논조의 CNN을 비난한 바 있다.

당시 CNN이 중계한 타운홀 행사에서 트럼프는 허위 발언을 일삼고 여성 사회자를 조롱했다. 당시 해당 중계방송의 시청자 수는 310만명에 달해 전일 같은 시간대 시청자 수인 70만7000명에 비해 급등했다.

그러나 CNN 애청자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CNN이) 트럼프에게 거짓말을 할 기회를 줬다"라며 "더 이상 CNN을 시청하지 않겠다"는 등의 거센 비판을 이어갔다.

트럼프 타운홀 중계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과 함께 지난주 미국 매체 더아틀랜틱이 게재한 1만5000자 분량의 비판적 기사가 그의 퇴진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재슬러브에 따르면 리히트와 함께 CNN에 부임한 글로벌커뮤니케이션책임자 등도 같이 해임됐다.

뉴욕타임스는 CNN은 당분간 지난주 선임된 최고운영책임자(COO) 데이비드 리비를 포함한 4명이 이끌게 된다고 전했다. CNN에 새로 선임될 CEO는 "(CNN의) 지속적인 시청률 감소와 온라인 기반 스트리밍 전략의 재수립, 2024년 미국 대선 캠페인 보도라는 중임을 맡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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