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대학30 흥행했지만…구성원 반발도 계속
중요한 것은 '담대한 혁신' 도출…졸속통합 우려
"정부가 책임 떠넘긴 선택과 집중…지원책 필요"
통합 이후 최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융합으로 상승(시너지) 효과를 내기 보다는 '한 지붕 두 가족'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는 사례가 없지 않다.
2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글로컬대학30 사업에 통합을 전제로 지원한 부산대와 부산교대의 경우, 동문과 교원단체 등 교직사회의 반발이 여전하다.
부산교대 학생들은 부산대 사범대와의 통합에 반대하는 차원에서 지난달 24~25일 동맹휴업을 벌였다.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학생 98%가 반대한 통합에 의견을 묻지 않고 추진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반발의 배경에는 전문적 교원양성기관이라는 교대의 위상이 종합대학의 한 단과대학 수준으로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교대 총장은 "길게는 100년 이어온 목적형 교원양성기관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통합이 이뤄지고 있다는 데 우려가 클 것"이라며 "구성원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반론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컬대학30 사업은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와 맞물려 광역시도를 기반으로 추진하는 대학 구조조정인데, 교원양성기관은 법 체계상 국가 차원에서 정원을 관리하도록 돼 있다"며 유감을 표했다. 개별 대학이나 광역시도가 나서서 할 문제가 아닌데 정부가 책임을 떠넘겼다는 주장이다.
교육부는 올해 대학들이 제출한 혁신기획서 중 최대 10건을 선정할 예정이다. 지원서가 받아들여진 대학은 108곳으로 경쟁률만 10.8대 1에 이른다.
물론 통합을 공약한 대학들은 내년, 내후년에도 글로컬대학30에 도전할 수 있다. 하지만 부산대와 부산교대를 비롯해 충남대-한밭대 등 구성원들이 통합에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사례가 없는 것이 아니다.
반발이 표출되지 않더라도 학교법인이 다른 사립대, 국립대와 공립대, 또 일반대와 전문대의 통합은 구성원들을 설득하기에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학본부는 어디에 둘지, 이름은 뭘로 할 지, 처우와 흡수되는 캠퍼스의 육성 방안 등 쟁점이 산더미와 같다.
백정하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고등교육연구소장은 "예컨대 국립대와 도립대가 합치면 설립유형은 어떻게 될 지도 의문"이라며 "국가 공무원이 지방 공무원으로 바뀔 수 있는데 직원들이 불이익이라고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통합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방대가 통합을 통해 지역을 대표하는 세계적 수준의 대학(글로컬)으로 성장할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는지다.
기존의 통합이 곧 성장과 생존을 보장하는 보증수표가 아니라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2012년 옛 탐라대와 제주산업정보대학이 합쳐져 출범한 제주국제대는 지난 2018년부터 정부 재정지원제한대학 명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명단에 들면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 지원이 제한된다.
옛 탐라대 부지는 제주도가 매입했으나 수년째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하고 방치하다가,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올해 발표한 기본구상에 따라 핵심기술 연구단지인 가칭 '하원테크노캠퍼스'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부지 면적만 30만4771㎡, 매입액은 415억여원이다.
이를 두고 그간 대학가에서는 정부나 광역시도 차원의 생존 구상 없이 학령인구 절벽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땜질식 통합'의 결과라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참여정부 '대학 구조개혁 방안'(2004년), 이명박 정부 경영부실대학(2009년) 및 재정지원제한대학 선정(2010~현재), 박근혜 정부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2014년), 문재인 정부 '기본역량진단' 등 역대 정부의 정책도 하위권 대학 퇴출에 초점이 맞춰졌다.
대학교육연구소가 정의당 의뢰로 낸 '대학 구조조정 현재와 미래' 연구 보고서를 보면, 정부 주도 대학 구조조정 정책이 추진된 후인 2021년 대학 입학정원은 지난 2003년 대비 18만명(27.7%) 줄었다. 감축 정원의 80.6%가 지방대, 71.6%가 전문대에 집중됐다.
같은 기간 대학 입학정원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33.7%에서 39.2%로 높아졌다. 고려대, 연세대 등 한 해 입학정원이 2000~4000명대에 달하는 서울 대규모 사립대의 경우 10.7%를 줄이는 데 그쳤다.
수험생이 선호하는 수도권 대학 정원 비중은 늘어났고 지방대는 줄었으니 지방대 위기가 해결되기는 커녕 오히려 심화된 것은 예상된 결과였다는 것이다.
글로컬대학30 사업은 과거 정부 주도의 대학 구조조정 방식과 차별화된 것은 사실이다. 지방대가 통합을 비롯한 혁신을 약속하면 5년간 국고 1000억원을 지원한다. 자발적 구조조정 유도책이라는 이야기다.
정부가 책임을 대학에 넘겼을 뿐 위기에 대처하기 급급한 '땜질'이라는 점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글로컬대학30은 명백하게 선택과 집중에 기초한 재정지원사업"이라며 "이는 그간 고등교육(대학) 정책의 기본적 기조였으며 지방대학을 전멸의 위기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학령인구는 계속해서 급격히 감소할 것이고, 대학들은 쫓기는 입장이기에 앞뒤 가리지 않고 졸속적으로 통합을 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지방대가 정원 감축의 부담을 짊어지지 않도록 수도권 대학의 정원 감축과 줄어드는 등록금 수입을 보전하는 재정 지원 등 정책의 큰 그림을 그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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