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대학30' 첫 접수 마감 결과 분석해 보니
대학 통합 촉매 역할 확인…사실상 대부분 지원
"2040년 '학령인구 절벽' 위기감 재확인" 평가
글로컬대학30 사업이 그렇게 어렵다는 대학 간 자발적 통합을 유도하는 촉매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학령인구 절벽을 앞둔 지방대학들이 느끼는 '벼랑 끝 위기감'이 확인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1일 교육부가 공개한 글로컬대학30 예비지정 신청서(혁신기획서) 접수 결과 총 27곳의 지방대가 13건의 공동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사업은 단독 지원이 원칙이나 하나로 합친다면 공동 지원을 허용한다.
대학 통폐합은 학령인구 감소 위기가 본격화된 참여정부 시기부터 정부 주도로 이뤄졌다. 참여정부의 국립대 통폐합 방안(대학구조개혁), 이명박 정부 당시 도입돼 이어지는 재정지원제한대학 제도다.
2005년 옛 천안공대가 공주대로 합쳐진 것을 시작으로 2006년 8건, 2012년 5건, 2014년 3건 등의 간헐적 통합이 있었으나 2014년부터는 아예 중단됐다.
정부 주도의 강제적 통폐합에 대한 교직원과 학생들의 반발이 제기됐고, 대학 문을 닫게 될 경우 지역 경제에 타격이 막대하다는 목소리도 높기 때문이다.
글로컬(Global+Local)대학30은 담대한 비전을 갖고, 스스로 전면 혁신할 의지와 역량을 갖춘 대학을 지정해 5년 동안 국고 1000억원을 보장하는 사업이다.
사업 계획이 확정된 것은 지난 4월18일이다.
접수 마감(5월31일)까지 한 달 반 남짓 기간에 지방대 27곳이 13곳으로 합치겠다는 구상을 세운 것은 결코 적은 숫자라고 할 수 없다.
지금까지의 대학 구조조정이 평가를 거쳐 하위권부터 정원 감축을 시도해 왔다면, 글로컬대학30은 '자발적 대학 간 장벽 허물기'를 공약하면 파격적인 국고 지원금을 제공하겠다는 점에서 성격을 달리한다.
이런 점을 고려해도 교육부 안팎에서는 당초 예상보다 많은 대학이 지원했다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대학가에서는 신청서를 낸다고 해서 된다는 보장이 없는데, 굳이 통합이나 학사 구조조정과 같이 학내 구성원을 자극할 이유가 없어 "다음 기회를 노릴 것" 내지는 "눈치 보기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많았다.
지원 가능한 국립대 31곳 중 25곳이 신청했으며 지원하지 않은 6곳은 모두 특수성이 있는 교원양성기관이다. 교대 중 부산대와 부산교대가 통합을 전제로 신청했고 대구교대, 광주교대도 단독 신청했다.
일반 사립대는 66곳 중 64곳이 신청했고 지원하지 않은 곳은 종교계열 대학 2곳이다.
물론 전문대인 공립대와 사립대는 총 19곳(지원 가능 대학 중 27.5%) 신청에 그쳤으나 일반대는 사실상 거의 모두 신청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백정하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고등교육연구소장은 "이렇게 많이 신청할 줄은 몰랐다"며 "큰 대학이나 국립대, 우리는 해 볼만 하겠다는 곳은 내겠지만 다른 곳은 관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만큼 지방대학이 또 절박하다는 이야기일 것"이라며 "30개(글로컬대학 최종 선정 목표)에 들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고 하는 위기의식이 있으니 그만큼 절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교육연구소가 지난 2021년 12월 정의당의 용역을 받아 낸 '대학 구조조정 현재와 미래' 정책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 입학가능인원은 2040년 28만3000명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현재 수도권 대학과 지방 국립대 입학정원은 약 26만여 명으로 알려졌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지방 사립대의 경우 거의 전멸의 위기로 갈 수 있다"며 "글로컬대학에 선정되지 않으면 이제 존폐의 위기에 처한다는 것은 거의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에 대학들이 이 사업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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