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기·조깅화·독서대…청와대 특별전 '여기 대통령들이 있었다'

기사등록 2023/06/01 11:30:00
[서울=뉴시스](위부터)이승만 대통령의 영문타자기, 박정희 대통령의 반려견 스케치, 노태우 대통령의 퉁소.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2023.06.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이승만 대통령의 영문 타자기, 박정희 대통령의 반려견 스케치, 노태우 대통령의 퉁소, 김영삼 대통령의 조깅화, 김대중 대통령의 원예가위, 노무현 대통령의 독서대…'

청와대 개방 1주년을 맞아 역대 대통령의 일상을 주제로 한 특별전시가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일부터 오는 8월28일까지 청와대 본관과 춘추관에서 청와대 개방 1주년 기념 특별전시 '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여기 대통령들이 있었다'를 진행한다.

대통령들의 삶의 기록을 담은 다채로운 소품과 자료들이 전시를 통해 공개된다. 청와대의 핵심 공간인 본관의 세종실과 인왕실에서 역대 대통령들의 청와대에서의 삶을 압축하는 소품을 만날 수 있다. 다양한 사진 자료와 함께 소품에 담긴 이야기를 친근하고 흥미롭게 전한다.
[서울=뉴시스](위부터) 김영삼 대통령의 조깅화, 김대중 대통령의 원예가위, 노무현 대통령의 독서대.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2023.06.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대표적으로 이승만 대통령의 영문 타자기는 그의 필수품이었다. 독립운동 시절부터 그의 가방에 들어 있었던 물건이다.

1953년 7월, 6.25 전쟁 휴전 무렵 한미 양국의 최대 현안은 상호방위조약 체결 문제였다. 그는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과 협의를 이어갔고, 협상은 철저한 보안 속에 긴박하게 이뤄졌다. 78세의 이승만은 직접 타자기를 두들기며 문서를 작성했다. 두 손가락을 쓰는 '독수리 타법'이 됐지만,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 외에 그 누구도 타이핑을 대신할 수 없었다.

조깅은 김영삼 대통령의 상징이다. 청와대 녹지원에서 새벽 조깅을 해온 그에겐 건강관리 이상의 의미였다. 30분쯤 뛰면서 자신과 대화했고, 고뇌 속에 주요 정책을 결심했다. 1993년 8월12일 오후 7시45분, 김영삼은 청와대 기자실에서 금융실명제 실시를 발표하며 나라를 뒤흔들었다. 참모들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날 새벽 조깅부터 조짐은 있었다. 평소보다 두 배는 빠른 속도로 달렸고, 전격 발표의 긴장을 속도로 해소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특허 보유 대통령이다. 1974년 사법시험 준비 시절 '개량 독서대'를 만들었고, 실용신안 특허를 받았다. 청와대 시절엔 온라인 통합관리시스템 'e-지원'을 개발했다. 그는 "대통령을 안 했으면 컨설턴트나 발명가였을 것"이라고 했다. 특허는 그의 도전과 돌파의 본능과 연결돼 있다. 문제 해결에 직진했고, 파격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그런 모습은 5공 청문회를 비롯한 '노무현 드라마'에 등장한다.
[서울=뉴시스]청와대 본관 중앙계단의 '금수강산도'.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2023.06.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또 청와대의 원모습도 일부 복원돼 관람객을 맞이한다. '본관 내부 복원 프로젝트'를 통해 대통령이 국빈을 맞이하고 집무하던 시기 모습으로 복원 중이다.

이번 전시 기간에는 그동안 설치됐던 덮개 카펫을 철거해 다시 드러난 붉은 카펫을 볼 수 있다. 본관 건립 시 설치됐던 작품들도 제 자리를 찾고 일부는 복원 작업을 거쳐 과거 언론을 통해 보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중앙계단의 '금수강산도'는 제작 당시 은을 혼합해 채색했던 금색 부분이 산화돼 검게 변한 것을 김식 작가가 직접 복원해 금빛의 모습을 되찾았다. 충무실 전실에서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맞이했던 10폭 병풍인 서예가 이수덕의 '아애일일신지대한민국(我愛日日新之大韓民國)', 국무회의장으로 쓰이던 세종실에 설치된 백금남의 벽화 '훈민정음'도 이번 전시를 통해 공개된다.
[서울=뉴시스]기자회견장이었던 춘추관 2층 브리핑룸에서는 청와대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사용됐던 가구와 식기 등 생활소품을 전시한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2023.06.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기자회견장이었던 춘추관 2층 브리핑룸에서는 '초대, 장' 전시가 열린다. 청와대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사용됐던 가구와 식기 등 생활소품을 전시한다. 관람객 참여형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이다.

청와대 시설물 보호와 관람객 안전을 위해 본관 관람객 수는 동시 수용인원 200명 규모로 조정된다.                   

박보균 장관은 "청와대는 74년간 역대 대통령들이 격동의 대한민국 역사를 써 내려간 최고 리더십의 무대였다. 대통령들의 상징적인 소품을 통해 그들이 권력의 정상에서 고뇌하고 결단을 내리던 순간을 보여줄 수 있도록 전시를 준비했다"며 "대통령의 공과를 다루는 기존의 전시 방식을 벗어나 스토리텔링을 통해 예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방식으로 대통령들을 접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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