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정원 감축 타협책으로 '입학정원 모집유보' 거론…대안 될까

기사등록 2023/06/01 07:00:00 최종수정 2023/06/01 07:16:05

2024학년도 정원 감축 논의 과정에 유력 검토

교사 신규채용 감소 속 위기감…"공감대 형성"

일부 교대 입장차…"모두 동의하기는 어렵다"

[서울=뉴시스] 전국교육대학생연합 학생들이 지난 3월26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거리에서 열린 '교육 불평등 심화시키는 교육부 정책 반대, 전국 예비교사 분노의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3.06.01. 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학생 수 감소와 초등교사 채용 감축 속에서 교육대학 정원 조정의 타협책으로 '입학정원 모집유보제'가 거론되고 있다.

비록 불발됐지만 2024학년도 정원 감축 논의 과정에서도 유력한 대안으로 검토됐던 만큼 교대 총장들 사이에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까지 이어진 2024학년도 교대 정원 감축 논의 과정에서는 '입학정원 모집유보제'를 활용해 교대와 초등교육과 13곳의 총정원 10%를 감축하는 방안이 유력 검토됐다.

하지만 촉박한 논의 시간, 대학별 실정을 고려한 일부 교대의 반대로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교육부는 교대 정원 감축 여부를 각 대학의 자율에 맡겼고 결국 정원 동결(3847명)로 결론지어졌다.

입학정원 모집유보제는 일정한 조건을 갖춘 대학이 교육부에 미리 보고하면 전체 입학정원의 일부를 묶어 뒀다가 필요할 때 다시 모집할 수 있는 제도다.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이 모집을 유보했다가 여건이 개선된 시점에 모집을 재개하거나, 첨단분야 학과 신입생 모집에 활용할 수 있다.

본래 정원을 감축한 뒤 다시 증원하려면 교사(건물), 교지(땅), 교원, 수익용 기본재산 등 '4대 요건'을 충족해야 할 만큼 조건이 까다로웠는데, 학생 수 감소 위기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도록 우회로를 연 셈이다.

현재 입학정원 모집유보제는 관련 고시에 교대를 제외한 대학만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교육부는 당초 고시를 개정해 교대를 포함시키는 방안도 저울질했으나 일부 교대가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대 총장들이 전부 동의했다면 적극적으로 고시 개정을 검토해 볼 생각이었다"며 "우려를 표명한 곳이 있어서 우리 차원에서 더 이상 검토를 않고 자율에 맡기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모집유보제 활용에 동의하는 교대 총장들은 학생 수 감소와 초등교사 신규 채용 규모 감축이 예정된 이상 임용시험 경쟁률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13년째 동결된 정원을 방치하면 초등교사가 되기 위한 문은 더 좁아지고 학생들의 불안감은 커질 수 있다. 이는 자퇴, 반수 등 중도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교대와 초등교육과 전체의 올해 정시 경쟁률은 2대 1로, 최근 5년 간 3대 1을 밑돌고 있다. 정시는 군별 3장의 원서 접수 기회가 있기에 입시 전문가들은 3대 1에 못 미치면 사실상 '정원 미달'로 분석한다.

종로학원이 교대 중도탈락율을 분석한 결과 2021년 282명에서 2022년 396명으로 40.4% 증가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자료를 보면 임용시험 합격률은 48.6%로 2013년 이후 처음으로 50%를 밑돌았다.

이런 상황인 만큼 일정 기간 입학생 수를 줄이고 반대급부로 교육부가 줄어드는 등록금 수입을 보전하는 재정 기여 방안을 제시하게 하자는 구상이었다.

이 방안을 처음 제안한 이혁규 청주교대 총장은 "목적형 교원양성체제에서 적정 임용 경쟁률을 관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입학정원 모집유보제는 법정 정원은 유지하되 신입생 선발 인원을 줄여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연착륙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모집유보제는 2025학년도(정원 조정 논의 과정)에도 여전히 유효하게 검토해야 할 방안"이라며 "임용 경쟁률이 더 악화되는 것을 막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초등교원 양성체제에 대한 질서 있는 구조 개혁 방안을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2024학년도 정원 감축 논의 과정에서도 합의를 이루지 못한 만큼 모든 교대가 모집유보제 도입에 합의할 가능성은 희박한 분위기다.

일부 교대에서는 교원단체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기초학력 저하 문제와 빈번한 학교폭력 등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적한 학교 현장의 초등교사 수는 여전히 충분치 않다는 입장이다. 교대 정원을 섣불리 줄여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모집유보제도 어찌 됐든 신입생 수를 줄이는 '자발적 제 살 깎기'가 아니냐는 교대 교수진과 학생 등 구성원들의 반대 역시 만만찮은 어려움으로 꼽힌다.

박판우 전국교원양성대학교총장협의회(교총협) 회장(대구교대 총장)은 "(모집유보제는) 당시 일부 반대 속 대체적으로 찬성하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무산됐다"며 "결렬된 방안을 다시 논의해 교대 모두가 함께 움직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2025학년도 교대 정원 감축 논의 과정에 입학정원 모집유보제를 포함시킬지, 순수한 감축으로 갈 지 여부는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다"며 "논의를 다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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