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절의 시대'를 그리다…화제의 개그 듀오 '킥서비스'[인터뷰]

기사등록 2023/05/30 05:01:13 최종수정 2023/05/31 16:22:43

박진호·정진하가 주축, 지난해 1월 채널 개설

2032·2033년 시리즈 인기, '포켓몬빵' 첫 조명

"10년 후 설정에 과장도", "적당한 기간 정해"

"다음 콘텐츠를 통해 대중성 잡는 것도 중요"

박진호 "죽기 전에 모든 국민 웃겨보고 싶어"

정진하 "개그맨으로서, 한 획 그어보고 싶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크리에이터 '킥서비스'(왼쪽부터 개그맨 정진하, 박진호)가 30일 서울 강서구 크리에이터 '킥서비스' 사무실 인근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3.05.30. ks@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창환 기자 = 흡연구역을 찾아 수십㎞가 넘는 거리를 헤매거나, 방탈출을 넘어 섬탈출 카페가 있는 10년 뒤 미래를 그리는 크리에이터가 있다.

'갤럭시 제트제트 플립플립플립', '아이폰24', '배달비 43만원', 'PC방 상견례'와 같은 이른바 '뇌절 개그'를 선보이며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스케치코미디 유튜브 채널 '킥서비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뇌절은 1절, 2절에서 그치지 않고 어떤 행동을 도가 지나치게 지속하는 것을 비꼬는 유행어다. 끝도 없이 치솟는 부동산 가격, 유행에 따라 기괴하게 형태가 바뀌는 식품들, 모든 사회 변화에 'MZ 세대'를 대입해 해석하는 세태처럼 적정선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모습이 킥서비스의 이야기 소재다.

이들은 10년 뒤까지 이런 '뇌절의 폭주'가 지속되면 어떤 모습일지를 과장스럽게 그려내는 풍자물을 만든다. 지난해 초 유튜브 활동을 시작하고 만들어 낸 '2032년 시리즈'는 해가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2033년 시리즈'가 됐다. 1년 이상 고집스럽게 이 시리즈물을 만들고 있으니 자신들 또한 뇌절의 한 부분이 된 셈이다.

킥서비스는 KBS 공채 개그맨 출신 박진호(33)·정진하(32)가 주축이 돼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로, 지난해 1월 말 개설 이후 단기간에 큰 주목을 받으며 54만여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로 성장했다.

지난 2020년 개그콘서트가 막을 내리면서 설 자리를 잃었던 이들은 '개승자'라는 예능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 '신인팀'으로 함께 합을 맞췄으나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연을 비롯한 공개 코미디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크리에이터 '킥서비스'(왼쪽부터 개그맨 정진하, 박진호)가 30일 서울 강서구 크리에이터 '킥서비스' 사무실 인근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3.05.30. ks@newsis.com

박진호는 지난 26일 서울 강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당시) 코로나19가 심해 공연을 할 수가 없어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다"며 "거창한 목표는 없었다. 같이 개그를 했는데 좀 아쉽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킥서비스의 2032·2033년이라는 '10년 후' 시리즈는 현재 수백만회 조회수를 기록하며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대표작이지만, 처음 선보였을 당시에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

정진하는 "(우리 콘텐츠가) 바로 핫했던 건 아니었고, 한 달 가까이 '현타'가 올 정도로 진짜 조회수가 너무 안 나왔다"면서도 "그런데 '이건 무조건 재밌다'는 콘텐츠에 대한 확신이 있었던 것 같다. 계속했더니 알고리즘이 하나 터졌는데, 전 영상들까지도 많은 분들이 정주행해서 봐주셨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께 올린 '오빠 그거 뮤츠야?'라는 제목의 영상이 당시 큰 호응을 얻은 가운데, 때마침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콘텐츠가 공유되면서 주목을 받았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해당 영상은 식당 계산을 포켓몬빵으로 하고, 결혼 프러포즈도 반지가 아닌 포켓몬 스티커로 대신하는 등 2032년에 포켓몬빵의 인기가 더욱 높아진 모습을 상황극으로 연출한 콘텐츠다.

일반 전자기기를 넘어 화장실 변기와 생수통까지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되거나, 자전거·전동킥보드뿐만 아니라 일회용 컵과 친구·티셔츠까지 공유하는 등 미래의 모습을 과장해서 가정하는게 재미 요소다.

적정선에서 끝나지 않는 뇌절은 유행에 민감하고 쏠림 현상이 과도한 우리 사회의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모습이다. 이들의 기발한 풍자가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이유다.

특히 치솟은 부동산 가격 탓에 바닷가까지 집을 구하러 가는 '부동산'편과 집 대신 차량에서 숙식하는 '카푸어'편의 경우 200~300만회를 웃도는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박진호는 "하이퍼 리얼리즘이 굉장히 대세이지 않나, 그런데 그대로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공감대에서 10년 후라는 설정을 하면서 과장하는 것을 좀 더 메인으로 가져갔던 것 같다"며 "예를 들어 진짜 공사장에서 커피를 판다는 식의 설정을 해서 돌려 말하기를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보시는 분들로 하여금 발견하는 재미, 혹은 눈치채는 재미가 좀 있었지 않았을까 (싶다)"고 봤다.

정진하는 "나름 좀 전략이 있었다. '10년 뒤 OO'으로 네이밍이 되기 좋지 않나. 사람들이 궁금해할 것 같기도 하고, 10년 뒤라고 하면 적당한 미래 아닌가"라며 "30~40년 뒤 하늘을 나는 오토바이 그런 것들은 너무 현실과 멀어지며 공감이 안 되고 유치할 것 같아 (생각한) 적당한 기간이 10년이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크리에이터 '킥서비스'(왼쪽부터 개그맨 정진하, 박진호)가 30일 서울 강서구 크리에이터 '킥서비스' 사무실 인근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05.30. ks@newsis.com


공개 코미디에서 쌓은 탄탄한 연기력과 창의적인 연출, 디테일한 현실 재현이라는 3박자는 킥서비스의 뇌절 콘텐츠가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 요소로 꼽힌다.

이 과정에서 박진호·정진하의 개그 취향 차이도 보다 대중성을 확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박진호는 "뇌절은 원래부터 있었지 않나, 그전에는 병맛과 B급 코미디라는 말이 있었다"며 "저는 (개그맨) 지망생 때부터 말도 안 되는 걸 얘기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진하는 좋아하지 않았다. 제가 너무 나가거나 할 때 진하가 잡아주다 보니 사람들이 좋아할 만큼의 뇌절이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정진하는 "너무 말도 안 되고 유치하다고 생각해서 저희 채널을 추천하지 않으시는 분들도 많다"며 "그런 분들을 잡기 위한 다음 콘텐츠가 중요한 거다. 이를 통해 대중성을 잡는 것도 중요하다"고 보탰다.

단순히 스케치 코미디에 그치지 않고, 종합 코미디 채널로 성장함으로써 다양한 소재를 다뤄나가고 싶다는 게 이들의 바람이다. 이 같은 고민 속에서 등장한 콘텐츠가 쇼미더머니·극한직업·근황올림픽 등이다.

극단적인 상황을 진지하게 풀어내는 연출 때문에 NG가 나는 경우도 흔하다고 한다. 그러면서 2032년 반려견 에피소드를 꼽고 "출연한 강아지보다 저희가 NG를 더 많이 냈다. 저희 촬영이 끝날 때까지 강아지가 사료를 먹으면서 기다렸다"고 웃어 보였다.

이들은 향후 목표로 '국민 모두를 웃겨보기', '힐링 콘텐츠 내기' 등을 각각 제시했다.

박진호는 "다양한 장르, 취향의 개그를 계속 하다 보면 대한민국 국민 한 명당 한 번쯤은 웃겨보고 죽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라며 "이왕이면 그 목표를 킥서비스 안에서 이뤄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정진하는 "저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유튜브를 보다 보면 나중에 힐링 채널 같은 걸 개설해서 강아지와 여행도 다니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며 "개그맨으로서의 목표는 정말 획을 한번 그어보고 싶다는 거지만, 사람 정진하의 목표로는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다"고 전했다.

한편 킥서비스는 강유미·김두현·김원훈·민성준·임우일·장하나·조진세·최지용·최지명·황정혜 등 희극인·크리에이터들과의 협업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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