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약 먹는 '가상 환자' 생성"…임상서 AI 활용 커졌다

기사등록 2023/05/26 11:43:15 최종수정 2023/05/26 13:12:05

과거 빅데이터 활용한 예측

최적의 임상시험 기관 선정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가짜 약을 복용할 가상의 환자를 생성하고 최적의 임상시험 기관을 콕 집어주는 등 임상시험에서 AI(인공지능) 빅데이터의 활용도가 높아졌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씨엔알리서치는 지난 달 아시아에서 최초로 임상시험 데이터 플랫폼 기업 메디데이터의 AI ‘스터디 피저빌리티’를 도입했다.

이 프로그램은 임상시험 첫 단계에서 중요한 시험기관 선정과 환자 등록을 예측하기 위해 만들어진 솔루션이다. 메디데이터는 그동안 제약바이오 기업에 임상 솔루션을 제공하며 축적한 900만명 이상의 환자(시험 대상자)와 3만건 이상의 임상시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빅데이터를 구축했다.

전 세계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과거 등록률, 시험기관 혼잡도, 시험기관 내 대상자 활동 등 100개 이상의 변수를 활용해서 연구별, 국가별, 기관별 대상자 등록률을 예측한다. 시뮬레이션을 통한 실제 예측모델에서 환자 등록률이 높은 시험기관과 낮은 기관 간 3배 이상 차이가 났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글로벌 임상을 준비하는 제약기업에 예측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

빅데이터를 통한 접근은 임상시험의 윤리적 문제와 위험을 해소하는 데도 사용되고 있다.

지난 2020년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미국 메디세나 테라퓨틱스의 교모세포종(뇌종양) 치료제 3상 임상시험에서 메디데이터 ‘합성대조군’(SCA) 사용을 승인했다. 3상에서 합성대조군 방식이 승인된 첫 사례다.

합성대조군은 과거 임상시험 빅데이터를 AI로 분석해 형성된 ‘가상 환자군’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의 대다수 임상은 시험 참여자를 ‘신약 투약군’과 ‘대조군’으로 무작위로 구분해 그 결과를 대조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대조군은 보통 위약(가짜 약) 혹은 기존 표준 치료제를 복용하게 되는데, 암 및 희귀·난치질환자가 위약이나 기존 약을 투여받게 됐을 때의 위험성과 윤리적 문제가 따랐다.

메디데이터 AI 합성대조군(SCA)은 과거 임상시험 데이터로 생성된 ‘가상의 대조군’을 제공하는 솔루션이다. 표준 치료제가 부적합하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암, 희귀질환 등 환자 희소성 문제로 대조군 설정이 어려운 임상시험에 사용될 수 있다. 과거 임상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매칭해 신뢰도 높은 가상 대조군을 설정할 수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FDA의 임상 승인으로 합성대조군 사용의 문이 이미 열렸다”며 “환자 모집이 어렵거나 위약 투여 과정에서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암, 희귀질환 임상시험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고 앞으로 활용도는 더 커질 전망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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