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채권거래 칼 빼든 금융당국
금품수수 리베이트 관행까지 보나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금융당국이 금융투자업계의 채권 자전·파킹거래에 칼을 빼들면서 증권사 랩·신탁 운용부서는 초긴장 상태다. 과거 제재 사례를 보면 불법 자전·파킹거래는 서로 주고받는 '짬짜미'로 이뤄지는 만큼 다수 기관이 무더기로 적발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당국은 한차례 채권 시장 경색이 휩쓸고 간 지금 업계에 만연했던 불건전 영업 행위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시장 금리의 가파른 상승으로 불법 채권 거래가 더 기승을 부렸을 거란 판단에서다. 이번 사태로 증권사들의 줄징계에 형사 처벌 사례까지 나올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25일 금융투자업계와 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올해 금융투자 부문 감독·검사의 테마 중 하나로 채권 시장 불건전행위를 집중 들여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KB증권과 하나증권에 대한 검사를 이달 초부터 착수했으며 추가로 검사 대상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채권 시장 경색 당시 일부 증권사들이 운용하던 신탁·랩 등에서 환매 중단이 발생한 것이 이번 검사의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진다. 상품 수익률을 높게 제시하기 위해 만기가 긴 채권을 무리하게 담은 결과 시장 상황 급변에 따라 채권 운용에 손실이 발생, 이를 메우기 위해 자전거래와 파킹거래 등이 이용된 것이다.
불법 자전거래와 파킹거래는 통상 세트처럼 등장한다. 이는 수익률을 맞추기 위한 불법 관행이다. 파킹이란 채권을 매수한 뒤 이를 바로 장부에 담지 않고 잠시 다른 증권사 등 중개인에 맡겨운 뒤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원하는 채권금리에 도달하면 장부에 담는 거래 형태다. KB증권은 하나증권에 신탁 계정을 만들고 자사 법인 고객 계좌에 있던 장기채 평가손실을 이전 장부가로 사들여 수익률을 높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이 신탁과 랩어카운트 등에 편입된 채권을 같은 회사 내에서, 혹은 타사와 짬짜미로 사고팔며 수익률을 관리한 것이 오래된 관행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채권 자전·파킹 거래는 최소 두개 이상 기관이 연루돼 짬짜미 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업계는 초긴장 상태다. 금융투자업계는 자전거래와 파킹거래와 관련해 최대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약 10년 전에도 금감원의 대대적인 검사가 있었다. 당시 금감원은 맥쿼리투자신탁운용(옛 ING자산운용)이 7개 증권사와 짜고 4600억원대의 채권거래를 조작했다는 자전·파킹거래 혐의로 중징계를 내렸고, 증권사들 역시 과태료 및 기관 경고 등 처분을 받았다. 또 금감원은 2014년 말부터 업계의 자전거래 행태를 살핀 결과, 8개 증권사들이 약 50~60조원 규모의 불법 자전거래를 한 것으로 파악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가 부당 이익 취득, 즉 횡령·배임에 대한 형사 처벌로까지 번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파킹거래 과정에서 금품 수수 등 불법 리베이트가 오고간다는 의혹도 업계에선 공공연한 이야기다.
불법 거래의 주체가 된 증권사는 자전·파킹 거래로 수익률을 원하는 대로 맞추고, 불법 자전거래와 파킹거래의 상대방이 돼 준 중개인(증권사)에게 이 이익을 리베이트 형태로 공유하는 식이다.
과거 맥쿼리 사태 때도 금감원은 임원급의 금품 수수 혐의를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지나, 의혹을 확인하진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채권운용 담당 임원은 "신탁·랩의 채권 불법 거래는 아주 오래 전부터 문제가 되고 있었고 당국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최근 1년 간 금리가 치솟는 등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사고가 터지지 않도록 손보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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