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구건조증 신약, 번번이 고배…"포기는 없다, 다시 도전"

기사등록 2023/05/25 17:36:54 최종수정 2023/05/25 19:58:05

발병원인 많고 환자주관평가 어려워

안구건조증 글로벌 신약도 4번 임상

한올·HLB "평가 지표 또 바꿔 재도전"

[서울=뉴시스]가을에는 기온이 떨어지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씨 탓에 안구건조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사진= 김안과병원 제공) 2022.09.29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많은 제약바이오 기업이 안구건조증 치료 신약의 여러 차례 효능 입증 실패에도 재도전을 불사하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올바이오파마, HLB테라퓨틱스는 각 3번째, 4번째 3상 임상시험에 도전해 안구건조증 신약 효능을 검증할 계획이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최근 대웅제약과 공동 개발 중인 안구건조증 후보물질 ‘HL036’(성분명 탄파너셉트)의 두 번째 미국 임상 3상(시험이름 VELOS-3)에서 유효성 입증을 위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

미국 중증 안구건조증 환자 260명을 대상으로 각막 중앙부의 개선 효과 ‘CCSS’(객관적 징후)와 안구건조감 측정 ‘EDS’(주관적 증상)를 1차 평가지표로 해 신약의 효능을 알아봤지만 위약(가짜 약)과 통계적인 차이가 없었다.

앞서 진행한 첫 3상(VELOS-2)에서는 1차 지표로 각막 하부에서 효과를 알아보는 ‘ICSS’(객관 징후)와 안구불편감 ‘ODS’(주관 증상)를 설정했지만, 역시 효능을 입증 못했다. 이 약은 안구 내 염증을 유발하는 종양괴사인자(TNF)를 억제해 안구건조증을 치료하는 기전이다.

HLB테라퓨틱스 역시 안구건조증 신약 ‘RGN-259’의 네 번째 임상 3상(ARISE-4)에 도전하기 위해 작년 미국 FDA에 프로토콜 특별평가제도(SPA)를 신청했다.

이 회사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진행한 3번의 미국 임상(ARISE 1~3)에서 1차 평가지표를 변경하며 연구를 이어갔지만 입증하지 못했다. 1차 지표는 각막 중앙부 손상과 안구건조감 개선에서 각막 하부 손상과 안구건조감 개선으로 변경했다.

이들뿐 아니라 삼진제약도 안구건조증 개량신약 후보물질의 임상을 2상 단계에서 중단한 바 있다. 휴온스는 2020년 안구건조증 후보물질 ‘HU007’ 임상 3상을 마치고 품목허가를 신청했으나 고배를 마신 후 3상에 재도전하고 있다.

◆글로벌 신약도 4번 임상…"발병 원인 많고, 환자 주관 평가 어려워"

안구건조증 신약 개발의 어려움은 글로벌 제약사 사례에서도 나타난다. 노바티스의 ‘자이드라 점안액’도 여러 차례 1차 지표를 바꾼 후 4번의 임상 끝에 2016년 FDA의 승인을 받았다.

이는 다요인성 질환의 특성에서 기인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안구건조증은 안구 표면이 손상되거나 염증 등의 이유로 눈물막이 과도하게 부족하거나 증발돼 발생하는 다요인성 질환이다. 발병원인이 여러가지라 효능 평가를 위한 뚜렷한 지표 설정과 효능 입증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다. 1차 지표로 필요한 환자의 설문도 주관적 요소인 만큼 도달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올바이오파마 관계자는 “다요인성 질환이라 한두개 특정 지표에 대한 유효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며 “환자가 느끼는 증상의 정도도 사람마다 달라서 고령 환자의 경우 감각이 둔화돼 따끔거림을 잘 못 느끼는 반면 예민한 환자는 크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동일한 지표를 두고도 효능을 입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HLB테라퓨틱스 관계자는 “3차례 임상 디자인의 변경은 다요인성 질환이자 여러 평가변수를 가질 수 있는 안구건조증 임상에서 보편적인 접근방법이다”며 “거의 모든 안구건조증 치료제 개발사에서 볼 수 있는 개발 과정이다”고 말했다.

FDA가 2020년 12월 안구건조증 치료제 임상 설계 지침(draft guidance)를 발표했으나, 유효성 지표에 대한 자세한 설정은 없는 상황이다.

임상 지침에선 3가지 중 1가지 입증을 권고하고 있다. 3가지는 치료군과 위약군 간 ▲객관적 징후&주관적 증상 ▲각막염색상 손상 완전회복 비율 ▲셔머테스트(Shirmer Test)상 눈물 생성량 10㎜ 이상 비율의 통계적 차이다.

현재 많은 회사가 ‘객관적 징후’와 환자가 느끼는 ‘주관적 증상’을 1차 지표로 설정하고 있지만, 그 징후와 증상을 무엇으로 평가할건지에 대한 기준은 없어, 계속 지표를 바꿔가며 연구하는 근거가 되는 것이다. FDA도 안구건조증의 객관적 지표와 환자가 느끼는 주관적 증상의 차이를 고려해 2번 이상의 3상을 통한 재현성 입증을 요구하고 있다.

HLB테라퓨틱스 관계자는 “안구건조증의 유효성 지표는 개발사가 개발하고 있는 약의 특성과 기전에 따라 여러 평가 변수에서 가장 적합한 것으로 선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26년 7조…"시장성·환자 수요 커"

개발은 어렵지만 환자 수요와 시장성은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미국 인구의 약 14.5%가 안구건조증을 앓을 정도로 흔한 질병이나 아직 효과적인 치료제는 부족하다. 인공눈물(히알루론산 점안제)가 흔히 쓰이는 가운데 엘러간의 '레스타시스 점안액', 노바티스의 '자이드라 점안액' 등이 FDA 승인을 받아 나와있다. 증상 완화 및 유지 기능이 커 더 근본적인 치료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글로벌 안구건조증 시장 규모는 2018년 39억 달러(약 5조1000억원)에서 연평균 6.14% 성장해 2026년 56억 달러(약 7조4000억원)가 될 것으로 전망받는다.

안구건조증 신약을 개발 중인 에빅스젠 관계자는 “안구건조증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질환으로, 주변에 고통받는 환자를 흔하게 볼 수 있다”며 “환경변화에 따라 환자도 증가하는 데다 복합적인 질병으로 발전할 수 있어 신약 개발 시 시장성이 크다”고 말했다.

◆평가 지표 바꿔 3상 재도전

한올바이오파마와 HLB테라퓨틱스도 개발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한올바이오는 추가 임상을 예고했다. 이번 임상에서 그 결과가 잘 나온 셔머테스트를 다음 임상에서 지표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셔머테스트는 안구건조증 환자의 눈물 분비량을 측정하는 검사로, 3㎝ 길이의 종이를 아래 눈 꺼풀 밑에 걸쳐 놓고 5분간 적셔진 종이 길이를 측정하는 검사 방법이다.

회사 관계자는 “FDA 가이드라인을 보면 셔머테스트에서 10㎜ 이상 개선을 보인 환자 반응률 차이가 통계적 유의성을 달성하면 승인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다음 임상에서 이번 셔머테스트와 유사한 결과가 나온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HLB테라퓨틱스 관계자는 “네 번째 임상(ARISE-4)의 환자군은 이전 3번의 임상 결과를 종합해 당사 약이 효과를 보일 수 있는 환자군으로 조정했고 이에 따라 약간의 유효성 지표 변경도 있을 예정이다”고 말했다.

다른 회사들도 개발 중이다. 유유제약은 개발 중인 안구건조증 신약 ‘YP-P10’의 미국 2상 환자 투약을 완료하고 내달 2상 데이터를 발표할 예정이다. 합성 펩타이드를 활용한 바이오 신약이다.

디엑스앤브이엑스가 최근 인수를 결정한 에빅스젠은 안구건조 신약의 국내 임상 1상을 완료하고, 국내 및 미국에서 동시 2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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