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해군에 대한 위기감이 배경…보수 지연시 억지력 떨어져
한국 등에서도 정기 보수 검토, 바이든 정권 '통합 억지' 구현
미군이 일본 기지 밖에서 전투함을 상시적으로 보수하는 것은 처음이다. 일본에 전개하는 20척 이상이 대상이며, 미국 측은 향후 미일 공동으로 일본에서의 전투함 제조도 기대하고 있다.
미 정부 관계자가 밝힌 바에 따르면 람 에마뉘엘 주일미국대사를 주축으로 국방예산을 쥔 미 의회와 일본 방위성, 외무성에 타진하기 시작했고, 요코하마(가나가와현), 마이즈루(교토부), 구레(히로시마현) 등 해상자위대의 함선을 수선하는 민간 조선소가 첫 번째 후보로 올랐다.
주일미대사관은 이 같은 조선소를 운영하는 미쓰비시중공업, 가와사키중공업 등 일본의 조선 대기업 간부들에게 비공식 타진했고, 미쓰비시중공업은 "코멘트할 수 없다"고 답했고, 가와사키중공업은 "코멘트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했다.
해군 함선은 'MRO'라고 불리는 정기적인 정비와 보수, 분해 수리가 정해져 있다. 일본에서 전방에 전개하는 미 함선은 현재 간이 정비 등은 요코스카(가나가와현)와 사세보(나가사키현)의 미군기지 내 독(dock·선박건조시설)에서 실시하며, 본격적인 보수나 분해 수리 등을 하기 위해서는 미 본토로 돌아가야 한다.
그동안 미사일 발사 등 전투능력이 없는 보급함을 일본, 인도, 필리핀에서 보수한 적은 있다. 이번에 대상으로 하는 20척 이상은 구축함, 순양함, 양륙함 등 공격을 주임무로 한 전투용 군함이다.
미 당국자는 장래 일본 조선소에서 미국과 일본이 협력해 미 함선을 건조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고,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일·미 안보 협력 흐름에 따른 움직임"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말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미국이 일본에서 군함 정비 등을 검토하는 배경에는 중국 해군에 대한 위기감이 있다"며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의 함선은 미 해군을 넘어 세계 최대 해군"이라고 지적했다.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 장관도 중국이 2030년 440척 체제로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으며, 현재 함선 건조 계획대로 라면 2052년에는 367척에 불과한 미국 측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
미국은 자국에서의 보수 작업 지연에도 위기감을 갖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가 전했다. 미 회계검사원에 따르면 미 해군의 주요함인 알레이버크급 미사일 구축함의 보수는 평균 26일간 지연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이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해양 진출을 강화하고 있어, 미 해군으로서는 정박 중인 군함이나 정박을 기다리는 군함을 줄이지 않으면 중국에 대한 억지력이 떨어질 수 있다.
일본에서 정비나 수리를 할 수 있으면 신속한 운용이 가능해진다는 점도 장점이다. 정비 보수가 궤도에 오르면, 미 대륙을 거점으로 하는 함선이 일본에 기항했을 때 정비나 보수도 가능해질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일본 조선업계에는 순풍이다. 조선업계는 한중일에서 약 90%의 점유율을 차지하지만 최근에는 중국과 한국의 헐값 수주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잇따른 해운 불황도 겹쳐 업계의 어려움은 계속된다. 미군 함선을 정비하면 조선소 가동률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미 해군은 MRO 비용을 2024년도 예산으로 약 139억달러(약 1조9240억엔) 계상하고 있다. 일본의 민간 조선시설에서 수용할 경우 이 예산에서 일본 수탁기업에 지불하게 된다.
그동안 일본 등 해외 조선소를 활용하는 방안이 본격적으로 확산되지 않은 것은 지역구에 조선소를 둔 미 의원들이 반대해 온 배경이다.
미국 조선업계는 11만개의 일자리를 갖고 있고 정치적 영향력도 막강하다. 조선소는 현지 최대 고용주인 경우가 많아 일자리 해외 이전에는 미국 내에서도 저항이 만만찮다. 다만 중국의 함선 증강이 현실적인 문제로 떠오르면서 전례 없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같은 정비나 보수를 한국, 싱가포르, 필리핀, 인도에서도 실시할 수 없는지 검토하고 있다"며 "실현되면 동맹국, 파트너국과 제휴하면서 중국에 대처해 나가는 바이든 정권의 '통합 억지'를 구현하는 움직임이 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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