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육과 범죄 사이…매년 아동학대 3만 건씩

기사등록 2023/05/24 17:37:43 최종수정 2023/05/24 20:34:05

체벌로 훈육할 수 있다는 인식 여전

아동 학대 건수도 매년 증가 추세

10건 중 8.4건은 친부모에 의한 학대

[서울=뉴시스]김래현 박광온 기자 = 최근 강남에서 발생한 일가족 딸 폭행 사건은 여전히 '내 아이를 체벌로 가르쳐도 된다'는 인식이 우리 가정 곳곳에서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적 영역인 가정 내에서 이뤄지는 훈육과 학대를 명확히 구분하기가 어려운 탓에, 아동학대에 노출된 아이들이 매년 3만 건씩 보고되고 있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19일 강남의 한 대로에서 중학생 딸을 폭행한 혐의로 부친 A씨를 동부구치소에 유치한 상태로 수사 중이다. 경찰은 A씨에 대해 아동복지법 위반 신체학대 혐의로 영장 없이 최대 2개월간 유치장 등에 구금할 수 있는 가정폭력 임시조치 7호 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모친 B씨와 고등학생 아들 모두에게는 접근 금지와 전기통신 금지 조치인 2호와 3호 처분이 내려졌다. B씨에는 이에 더해 상담·교육 조치인 5호도 결정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병원 진료를 거부해 체벌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훈육을 빙자한 가정폭력은 때로는 자녀가 사망에 이르는 참변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1년 경남 남해에서 중학생 의붓딸을 폭행해 숨지게 한 계모가 2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올 초 인천에서는 초등학생 자녀를 사망하게 한 친부와 계모가 구속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 모두 훈육을 이유로 자녀를 폭행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아동 학대 건수는 ▲2019년 3만45건 ▲2020년 3만905건 ▲2021년 3만7605건 등으로 매년 증가세다. 특히 추계아동인구(0~17세) 수는 매년 감소세인 탓 아동인구 1명당 아동학대 건수 비율은 2019년 0.38%에서 2021년 0.50%로 크게 늘었다.

2021년 기준 아동학대 사건 10건 중 8.4건은 친부모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가족관계에 의해 피해 사실이 곧바로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암수성'이 짙은 까닭에, 실제 아동학대 범죄 사건은 통계로 드러난 것보다 더 많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가 늘고 있다는 것은 여전히 많은 부모가 학대와 훈육의 차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실제 지난 2021년 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훈육과 학대의 경계'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359명 중 253명(70.5%)은 체벌을 암묵적으로 허용해도 된다고 답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처음 부모가 되면 무엇이 훈육인지, 아동학대인지 구분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특히 체벌을 암묵적으로 허용해도 된다는 인식이 전승되는 이상 아동학대 범죄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배근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회장도 "사실 훈육과 학대를 명확히 구분 짓기는 어렵다"며 "그렇기 때문에 체벌이 위험할 수 있는 교육 수단이라는 인식이 부모 머릿속에 제대로 자리 잡아야 하며, 이를 위해 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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