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국기행진'대열, 예루살렘서 '팔'주민 조롱, 갈등 폭발

기사등록 2023/05/19 07:59:45 최종수정 2023/05/19 08:06:05

극우파 장관 벤그비르도 합세, '팔'지역 게이트 넘어

요르단, 이집트도 '이'정부의 도발적 행진 허용 비난

[예루살렘= AP/뉴시스] "예루살렘의 날" 국기행진에 나선 이스라엘의 시위대 수천 명이 5월18일 (현지시간) 동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 주민 지역에 몰려와 춤추고 노래하며 아랍인들을 조롱하고 있다. 이 날은 1967년 이스라엘이 중동전쟁을 일으켜 예루살렘을 점령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며 극우파의 벤그비르 국가안보부장관까지 이 날 행진에 참가했다. 
[예루살렘= AP/뉴시스] 차미례 기자 =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의 날"을 맞아 '국기행진'이 거행된 18일(현지시간) 예루살렘 시내에서 수 천 명의 유대인들이 행진하면서 "아랍인에게 죽음을!"(Death to Arabs) 같은 인종차별적 구호와 구시가지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조롱하는 구호를 외쳐 새로운 폭력과 충돌의 불씨가 되고 있다.

유대교 정교회의 10대와 청년 남성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스라엘의 행진 참가자들은 56년 전인 1967년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예루살렘 구도시를 점령한 날을 기념하는 "예루살렘의 날"을 맞아  축하의 국기 행진을 벌였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이 행사 자체를 도발로 여기고 있어 해마다 충돌이 빚어졌다. 2년 전인 2021년에는 이 행사로 인해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의 하마스 무장단체 간에 11일동안의 본격적인 대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18일 오후 내내 수 천명씩의 이스라엘 행진대가 흰색과 파란색으로 된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동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 거주지역의 입구인 다마스쿠스 게이트를 무단 통과해 유대교 성소인 서쪽 벽 (통곡의 벽)을 향해 밀고 들어갔다.

이 지역은 목요일이면 보통 팔레스타인인들이 주말을 앞두고 금요 예배를 준비하기 위해 발걸음이 바빠지는 아랍구역이다.

이스라엘 군중들은 다마스쿠스 문밖에서 유대교의 찬가를 부르며 춤을 추고 구호를 외쳤고 이스라엘 경찰들이 근처에 둘러 서서 이들을 호위했다. 
 
이들은 곳곳에서 "아랍인을 죽여라" "모하메드는 죽었다" " 너희 마을은 불타버려라" 등 구경하는 팔레스타인 인들을 향해서 악담을 퍼부었다. 

시위대 일부는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들의 화합이나 좋은 관계를 맺는데 반대하는 유대인 극우파 단체 레하바의 복장을 하고 있었다.
[예루살렘=AP/뉴시스] 5월 18일 팔레스타인 지역에 진입한 이스라엘의 국기행진 시위대원들과 팔레스타인 주민 여성이 이 지역 출입구인 다마스쿠스 게이트 앞에서 실랑이를 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이 행진을 도발과 공격으로 여기고 있다. 

이스라엘 경찰은 폭력사태를 막기 위해 양측을 분리하는데에만 집중했고 이스라엘 군중의 도발과 구호는 말리지 않았다.  팔레스타인 상점들은 셔터를 내리거나 문을 닫았으며 시위대는 취재 중인 기자들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그 때마다 박수와 환호성을 불러일으켰다.  
 
이스라엘의 극우파 새 내각의 연정에 참가한 여러 명의 국회의원들도 이번 행진에 가담했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부장관도 경찰의 엄중한 호위를 받으며 다마스쿠스 문을 통과해 군중들과 함께 손을 흔들며 경비병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했다.

서안지구 정착촌 출신의 그는 극우파 행동대원과 정착촌 관련 극우파 단체의 지도자였다가 네타냐후 연립내각의 경찰 및 치안 총책임자로 발탁되었다.

예루살렘의 날 국기행진은 유대인과 팔레스타인들의 충돌이 불가피한 날이어서 이 날 시내에는 2500명의 경찰이 국기행진 도로에 배치되었고 예루살렘 주변에도 수백 명이 배치되었다.

이 날 행진은 큰 불상사없이 끝나고 행진한 군중들은 통곡의 벽 앞에서 기도하는 것으로 행사를 끝냈다.

하지만 이 행사로 인해서 전쟁이 일어난 뒤로는 행진의 경로를 다마스쿠스 게이트에서 우회하는 다른 길로 바꿨던 이스라엘 정부가 올해에는 장관까지 시위대와 함께 다마스쿠스 문을 직접 통과하면서 극우파 정부의 인종차별적인 정책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 날 행진을 앞두고 가자지구의 하마스 정부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이 날 행사에 반대할 것을 지시했다.

18일 팔레스타인 저항 시위대는 가자지구와 이스라엘을 가르는 울타리 부근에 집결해서 팔레스타인 국기를 높이 들고 폐타이어와 이스라엘 국기를 태우며 무장 경비병들을 향해 투석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스라엘군은 시위대에 최루가스와 고무탄을 발사해서 3명이 부상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이번 사태는 이집트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소규모 이슬람 과격파 지하드군의 5일전쟁의 정전이 이뤄진지 불과 며칠만에 일어난 것이어서 행진을 허락하고 장려한 이스라엘 정부에게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예루살렘 등 성지의 충돌을 막는 관리자 역할을 해온 요르단은 유대인들의 예루살렘 성소 진입을 비난했고 이스라엘과 화해한 첫 아랍국가인 이집트와 2020년 아브라함 협정을 맺어 이스라엘과 국교를 맺은 아랍에미리트도 이번 예루살렘 성소 행진을 규탄했다.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대통령실은 예루살렘 구시가지에 국기행진 군중을 들여보낸 것은 양측의 긴장을 고조시켜 언제라도 폭발할 수 있게 만드는 처사라며 비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m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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