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도입시 10년 간 8321억 더 필요"
野 "경제난으로 ICL 상환 중단 연 10만명"
전문가도 엇갈려…'본회의 직회부' 가능성
과도한 재정이 소모된다며 '포퓰리즘'이라는 입장과 재정 부담이 크지 않고 사회초년생들의 생활고가 커지고 있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맞서는 상황이다.
17일 교육부가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에 제출한 추계 자료를 보면, 취업 전 기간 동안 ICL 대출금의 이자를 면제한다면 올해(844억원)부터 2032년까지 10년간 모두 8321억원의 예산이 더 필요할 것으로 추정됐다.
전날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한 ICL법 개정안은 대출금에 대해 일정 기준 소득이 생기기 전에는 이자를 면제한다는 조항을 담고 있다. 취업 전은 무이자로 하고 취업 후 원리금을 갚게 하자는 이야기다.
현재도 군 복무 기간이나 저소득층의 재학 기간은 이자를 면제해 주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제출 자료에서 올해 62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추계했다.
교육부가 올해 본예산에서 ICL 대출 채권 이자 대납 명목으로 편성한 한국장학재단 출연금은 1825억원이다. 전년도 출연금은 1102억원이었는데, 채권 조달금리(4.1%)가 고물가로 전년(1.91%) 대비 오르며 늘었다.
이를 종합해 볼 때 내년부터 취업 전 학자금 대출이 무이자로 전환되면 올해 예산의 절반(46.9%·856억원)에 해당하는 재정을 더 써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날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제도의 근본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미(未)진학 고졸자나 소상공인 대출과 형평이 맞지 않고 추가 대출이 급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청년 보호가 명분이라지만 생활고로 대학 진학을 포기하거나, 특성화고 등을 졸업하고 생활 전선에 뛰어든 청년들도 생각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소상공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지난달 14일 교육위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중소상공인 대출의 평균 금리는 3~4%"라며 형평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또 ICL은 본래 꼭 필요한 학생들에게 필요한 만큼만 학자금과 생활금을 빌려주고 취업을 통해 조기 상환을 유도, 재정 건전성을 담보하고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취지의 제도인데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국회 교육위 국민의힘 간사인 이태규 의원은 전날 전체회의에 ICL법 개정안이 상정되자 "4인 가구 월 소득이 1000만원 넘는 청년들까지 이자를 면제하겠다는 것"이라며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민주당 서동용 의원은 "소득인정액은 실질 소득이 아니라 월 소득에 자산을 더하는 복잡한 계산식을 통해 산출한 것"이라며 "해당 구간 실질소득은 2022년 2학기를 기준으로 527만원"이라고 맞섰다.
ICL은 학부생을 기준으로 학자금 지원 8구간(월 소득인정액 1080만원)까지만 신청할 수 있다. 소득인정액은 가족이 버는 모든 소득은 물론 보유한 자택, 토지, 현금·보험, 자동차 등을 합해 산정한 금액이다.
야당은 정부가 재정 부담을 부풀리고 있으며, 학생 수 감소와 국가장학금이라는 대체 제도로 대출 수요가 줄고 있어 부담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국장학재단 학자금 대출 통계연보를 보면 ICL 대출금 총액은 2010년 도입 이후 2013년(1조7812억)까지 늘다가 이후 매년 줄어 2021년 7953억원까지 감소했다. 2021년 1인당 대출액은 360만원 수준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역대 정부에서도 학자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출금리를 인하해 왔다. 도입 초반 2009년 2학기 5.8%에서 올해 1학기 현재 1.7%로 내렸다.
직장을 구했다가 실직 등의 이유로 ICL을 갚지 못한 사회초년생의 규모도 상당하다. 서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연도별 ICL 의무상환 중단 인원은 2017년 4만7716명에서 2021년 9만8459명으로 증가했다.
ICL은 취업 등으로 교육 당국이 정하는 기준 이상의 소득이 잡힐 때부터 원리금을 상환해야 한다. 서 의원실 통계는 전년도에 소득이 발생해 대출금을 갚아야 할 대상이었으나 생활고로 다시 빠진 인원이다.
송기창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ICL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모든 대출자에게 무이자로 전환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소득 수준이 나은 학생들은 대출을 받아 예치해두고 이자 수입을 올릴 수 있고, 너도나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취업 전 무이자 ICL을 도입하려면 소득수준에 따른 제한을 해야 한다"며 "등록금을 지원하는 국가장학금 제도와 중복 투자 문제도 있어 ICL과 국가장학금 제도 전반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고소득자가 제도를 악용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라며 "지자체에서 이미 60여개의 학자금 지원 조례를 만들어 운영 중인데, 그 제도를 쓰지 않다가 ICL 금리가 내려가니 받겠다고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연구원은 "등록금이 비싸기 때문에 학생들이 불가피하게 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며 정부가 이자 없이 원금만 빌려준다는 철학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2019~2020학년도 기준 독일·네덜란드·뉴질랜드는 한국 ICL에서도 지원하는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무이자 대출해 주고 있다.
ICL법 개정안 역시 간호법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회법에 따르면 60일 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사가 끝나지 않은 법안은 소관 상임위 위원장이 표결 등을 거쳐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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