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인격권 등 침해"
"의무 다하지 않은 이상민 파면 촉구" 주장도
[서울=뉴시스] 김진엽 기자 =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수사 기관의 무더기 금융정보조회로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관련 법률 등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1시30분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참사 희생자와 생존자에 대한 무더기 금융정보조회는 프라이버시권 등 범죄피해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경찰특수본이 지난 3월 영장을 발부받아 참사 희생자 158명과 생존자 292명 등 총 450명의 금융정보를 동의 없이 수집한 사실이 알려졌다. 경찰은 이태원역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대중교통 이용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해명했다.
유가족들은 수사 기관의 이 같은 행위가 피해자들의 의사에 반해 기본권을 침해한 만큼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를 허용한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 제4조 제1항 단서 및 제1호가 헌법에 위반된다고도 했다. 해당 조항은 법원의 제출명령이나 법관이 발부한 영장이 있을 경우 예외적으로 금융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가족 측은 "심판대상은 피해자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프라이버시권, 인격권, 범죄피해자로서 가지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에 기반해 처우를 받을 권리 등을 침해했다"며 "피청구인들이 청구인들의 거래정보 등을 획득하고 활용한 행위가 위헌임을 확인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구한다"고 말했다.
이정민 유가협 대표직무대행은 "금융정보조회를 듣고 분노했다. 누구를 위해, 무엇 때문에 하는지 듣지 못했다"며 "항의성 전화를 했으나 납득할 수 없는 답변만 들었다"고 말했다.
유가협은 이날 '이태원참사 책임자 이상민 파면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이태원참사의 책임자로서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의무를 다하지 않아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파면을 결정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보수성향 단체와 마찰이 일기도 했다.
대한민국 애국순찰팀은 유가협이 기자회견을 진행한 헌법재판소 정문 반대편에서 맞불집회를 열어 "이태원 참사는 사고사다. 이 장관의 직무정지를 해제해야 한다"고 외쳤다.
유가족들은 애국순찰팀의 집회로 인한 소음과 유가족에 대한 비방으로 기자회견을 정상 진행할 수 없다고 경찰에 항의했고, 일부 관계자들은 욕설을 주고받기도 했다. 다만,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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