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본동초 어린이날 운동회 현장 취재
학부모 함께 하는 '마을결합형 건강축제'
학교 신체활동↓…운동회 500만원 지원
조희연 "초등생 특히 필요…2학기도 지원"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운동회 너무 재밌어요! 달리기가 제일 기대돼요"
생애 첫 운동회에서 달리기 줄을 기다리던 초등학교 1학년 이경율 군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이같이 말했다. 친구들과 장애물 달리기를 준비하던 3학년 신해윤 양은 "마스크를 안 쓰니까 입 주변이 안 막혀서 답답하지 않고 기분 좋아요"라며 웃었다.
어린이날 이틀 전인 3일 오전 9시,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본동초등학교는 운동회 준비로 분주했다. 아이들은 학년별로 빨간색(1학년), 초록색(2학년), 보라색(3학년) 등 형형색색 티셔츠를 입고 들뜬 표정을 지었다.
아이들이 들뜬 이유에는 엄마·아빠의 참여도 한 몫했다. 현장에는 학부모 50여명이 참석해 자녀와 함께 운동회를 즐겼다. 천 위로 큰 공을 실어나르는 '파도를 넘고 넘어'를 첫 종목으로 장애물 달리기, 계주 등이 이어졌다.
자녀가 본동초 4학년에 재학 중인 유미경씨는 "운동회 참여는 처음인데 즐거웠다"며 "아이가 꼭 와야 된다고 해서 (왔는데) 안 왔으면 큰일날 뻔했다"고 말했다.
점심 장사 전 운동회에 참석했다는 허태중(43)씨는 자녀와 '파도를 넘고 넘어'를 함께 한 뒤 "이제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다"며 "학교 규모가 작아 학부모들과 함께 하는 운동회가 더 친밀한 것 같다"고 밝혔다.
허씨의 아들 4학년 허준혁군은 "그 전에 아빠가 안 와서 (이번에는) 꼭 와달라고 했다"며 "아빠랑 운동을 같이해서 좋다"고 했다.
이처럼 이날 운동회는 본동초 재학생 117명뿐 아니라 학부모 50여명도 함께 하는 '마을결합형 건강축제' 형태로 기획됐다. 대형 공이나 심판 등 인적·물적 자원도 지역사회를 통해 구했다.
본동초가 이처럼 '마을결합형 건강축제' 형태로 운동회를 치른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가을에도 운동회를 치렀으나, 올해는 서울시교육청 지원이 보태졌다.
교육청은 올해 1학기를 포스트 코로나(코로나 이후) 학교로 가는 '디딤돌 학기'로 규정, 지난 3년 간 위축된 아이들의 신체활동을 증진하고자 1300여개 전체 초중고에 학교당 500만원의 체육행사 운영비를 지원했다. 총 65억원의 예산은 교육부 특별교부금으로 마련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운동회 개막식 전 인사말에서 "오늘은 코로나 3년 동안 움츠렸던 것을 펴는 날"이라며 "디딤돌, 발판을 딛고 코로나 전 활발했던, 건강했던 여러분들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처럼 교육청이 예산까지 투입하면서 체육행사를 장려한 이유는 코로나를 거치며 아이들의 체력 저하가 실제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교육청에 따르면 학생건강체력평가(PAPS)에서 4~5등급을 받은 저체력 초중고 학생 비율은 2019년 9.1%에서 2021년 14.7%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서울 학생 과체중 및 비만 비율은 26.7%에서 32.1%로 늘었다.
구양주 본동초 교장은 "우리는 작은 학교라 코로나 때도 등교했지만 마스크를 쓰고 있어 신체활동이 제약될 수밖에 없었다"며 "신체력이 떨어지면 마음 근력도 떨어지는지 아이들이 어려운 일을 마주했을 때 포기하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 인내심이 많이 줄고 한 교실에 있는 것도 어색해 할 정도로 함께 하는 활동도 낯설어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운동회를 '이기고 지는 것'이 아닌 '함께 노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고 강조했다.
구 교장은 "우리는 청군·백군을 나누지 않고, 점수도 매기지 않는다"라며 "운동을 못하면 그거에 스트레스를 받아 운동이 싫어지기도 하기 때문에, 마음을 보듬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조 교육감은 "교육청 각 부서에 기존 정책이 더 잘 작동하게 하고, 코로나 이후 국면에서 보완할 점을 찾고 있다"며 "초·중학교, 특히 초등학교에서는 집단성, 사회성 발달을 위해 아이들끼리 부대끼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2학기 때도 이런 지원을 (계속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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