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부장검사 면담 요청했는데"…직원 "등록이 안돼있어서"

기사등록 2023/05/02 12:05:09 최종수정 2023/05/02 12:07:49

출석 전부터 유튜버 등 군중들로 소란

송, 청사 들어갔으나 출입증 못 받아

전화 연결도 실패…입장 밝힌 뒤 퇴장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석하고 있다. 2023.05.02.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의 중심에 선 송영길 전 대표가 2일 검찰에 자진 출석했다. 지지·반대 세력이 몰려들며 현장은 아수라장이 된 가운데, 검찰의 소환 통보 없이 자진 출두한 송 전 대표는 조사실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이날 송 전 대표는 오전 9시58분께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 도착했다. 검찰청사 주변은 송 전 대표를 보기 위해 유튜버 등 군중이 몰려들며 수십 분 전부터 붐볐다.

청사 앞을 지키고 있던 지지자들은 송 전 대표가 나타나자 '송영길'을 연호하며 "송영길은 청렴하다", "사법살인 검찰 해체하라"고 외쳤다. 송 전 대표를 반대하는 측에선 그를 향해 "고개를 숙여라", "정치쇼 하지마"라고 하는 등 계속해서 규탄 목소리를 높였다.

송 전 대표는 일단 군중을 통과해 검찰청 내부로 들어갔으나 민원실에서 출입증을 교부 받지 못해 9분 만에 퇴장해야 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석, 검찰 출입을 거부 당한 뒤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2023.05.02. mangusta@newsis.com

송 전 대표는 이번 의혹을 수사 중인 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의 김영철 부장검사에게 변호사를 통해 면담을 요청했다고 했으나 민원실 직원은 "등록이 돼 있어야 들어갈 수가 있는데 등록이 안 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통화 연결을 요청했으나 연락은 닿지 않았다.

송 전 대표는 "전화까지 안 받을 필요 있나"라고 말하며 멋쩍게 웃은 뒤, 계속 전화 연결이 되지 않자 돌아 나왔다.

주위 소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송 전 대표는 중앙지검 청사 앞에 마련된 포토라인에 서서 A4 4~5장 분량의 입장문을 읽었다. 

송 전 대표는 "다시 한번 2년 전, 민주당 전당대회 금품수수 논란에 대해 송구스럽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검찰의 수사대상이 된다는 것은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범죄혐의가 있다면 당연히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다만 송 전 대표는 "이번 사건이 정치적 기획수사라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개인 비리 사건에서 별건수사로, 또 송영길 주변에 대한 이중 별건수사를 하는 탈법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며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가 맡았던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전당대회 금품수수 사건처럼 공안 1부로 이 사건을 이첩해 공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석, 출입을 거부당해 조사가 무산된 뒤 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3.05.02. mangusta@newsis.com

송 전 대표는 현재 정국을 '라이언킹'에 빗대어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무파사가 동생 스카의 억울한 음모로 죽고 나서 아들 심바는 쫓겨나게 된다. 스카와 하이에나들이 지배하는 밀림은 생기를 잃고 회색빛으로 변했다"며 "윤석열 정권 하에 대한민국은 음흉한 검찰 공화국으로 변질됐다. 문재인 정부 관련 인사 700여명이 수사와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는 "비겁하게 살지 않겠다. 저의 주변 사람들에 대한 비겁한 협박과 별건수사를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주변 사람 대신 저 송영길을 구속시켜 주시기 바란다.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취재진 질의응답을 포함해 약 20분간 입장을 밝힌 송 전 대표는 인파에 갇힌 채 검찰청사 인근 빌딩 앞으로 이동했다. 송 전 대표는 한 번 더 발언 시간을 가질 것으로 전해졌으나 주위 상황이 정돈되지 않자 준비된 차량을 타고 서초동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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