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정년 연장' 강력 주장하는 이유 보니…

기사등록 2023/04/18 15:16:00 최종수정 2023/04/18 21:59:38

노조 줄기차게 요구, 사측 '절대 수용 불가'

3년내 생산직 1만명 퇴직, 노조 사세에 영향

[울산=뉴시스] 구미현 기자 = 현대차 노사는 13일 오후 울산공장 본관에서 하언태 대표이사와 이상수 노조지부장 등 노사교섭 대표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상견례를 가졌다. (사진=현대차 제공) 2020.08.1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올해 정년 연장 안건은 무조건 (임단협에) 올라갑니다. 무조건입니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서 정년 연장 안건을 반드시 실현한다는 강경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민연금 수령 직전 해인 64세까지 회사에 재직할 수 있는 조항을 넣어 기존 만 60세인 정년을 '만 65세'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노조는 직원들의 생계보장과 품질제고 등을 정년 연장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 이면에는 정년을 연장해 노조 조직력도 강화하겠다는 복잡한 셈법도 들어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정년 연장이 현대차 임단협 협상 테이블에 오르는 것 자체가 올해 임단협의 최대 변수라고 지적한다. 현대차에서는 특히 최근 4년 동안 단 한번의 분규도 발생하지 않았는데 올해는 '정년 연장'이 핫이슈로 떠오르며 무분규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조심스럽게 나온다.

◆현대차 노조 "정년 연장, 올해는 반드시 관철" 강한 의지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내달 24일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2023년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한다. 이 요구안은 곧바로 현대차 사측에 전달될 예정이다. 올해 요구안 중 최대 핵심은 기본급 인상 같은 단발성 안건보다 단연 '정년 연장'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의 정년 연장은 산업계 전반의 초미의 관심사로 사회적 아젠다로 떠오를 수 있다.

노조는 이미 2017년 모든 기업의 정년이 만 60세로 의무화하자 사측에 정년을 만 65세로 연장하자고 요구해왔다. 지난해 임단협 협상에서도 정년 연장을 재차 요구했지만 사측 거부로 합의에 이르진 못했다.

하지만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선 정년 연장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며 벼르고 있다. 최근 노조가 확대 간부 4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6.9%가 '정년 연장'을 올해 임단협 교섭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이 설문조사에서 정년 연장을 국민연금 수급 개시 시점까지 늘려야 한다는 의견은 52.2%로 절반을 넘는 찬성표를 받았다.

[서울=뉴시스] 2019~2023년도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가입자 및 정년 퇴직자 예상도. (그래픽=안지혜 기자) 2023.04.18 hokma@newsis.com

◆사측 "전기차 시대 대비해야" vs 노측 "고용연장 최우선"
노조가 노조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던 정년 연장을 재차 강력히 요구하는 이유는 노조원 구성과도 관련이 있다. 현재 현대차 노조원은 4만4224명으로 이 중 2026년까지 정년 퇴직을 하는 조합원은 1만2600여명으로 추산된다. 정년 퇴직으로 조합원이 줄면 노조의 조직력 유지에도 어려움을 생길 수 있다.

현대차 노조 가입자는 2019년 4만9461명으로 전체 직원의 70.7%를 차지했지만 매년 감소세다. 이 같은 조합원 감소는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업계에선 현대차에서 매년 2000명 이상 정년 퇴직자가 발생하는 만큼 노조 가입자는 향후 3만 명대로 축소될 것으로 본다. 정년 연장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현대차 노조의 세력은 그만큼 약해질 수 밖에 없다.

노조 집행부는 지난 7일 발행한 노조지에서 "4~5년내 정년퇴직을 하지 않는 조합원은 정년연장에 관심이 떨어지고, 나이 어린 조합원일수록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집행부는 정년연장 문제를 관철해야 한다는 의견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측은 정년 연장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 요구대로 정년을 연장할 경우 막대한 임금 비용과 노동경직성으로 또 다른 고용 불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향후 미래차 사업구조 개편을 위해 연구개발(R&D)과 소프트웨어(SW)로 역량을 확대하는 만큼 생산직 중심의 정년 연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의 정년 연장은 MZ세대 조합원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도 과제다. MZ세대 직원들은 정년 연장에 대해 대체적으로 부정적이다. 정년 연장이 단체교섭권을 독점한 기성 노조의 특혜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현대차에 근무하는 한 30대 조합원은 "이직이나 퇴직을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정년 연장이 반드시 우리들에게도 돌아온다는 보장은 없다"며 "더 중요한 것은 임금인상과 상여금이지 정년 연장은 일부의 주장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현대차 같은 고용이 안정적인 직장에서는 정년 연장이 결국 노조원 모두의 혜택이라는 인식도 강해 정년 연장을 요구하는 노조 목소리가 더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zooey@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