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대리점 일방적 교체"…대리점 "본사 납품비리 모를리 없다"
도교육청 감사, 에너지효율 1등급 150여대 3~4등급 바꿔치기 적발
[청주=뉴시스] 김재광 기자 = 국내 대기업이 조달청에 등록한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냉난방기를 3~4등급 제품으로 바꿔치기한 지역 대리점의 '납품비리'를 알고도 묵인했다는 지적이 나온다.<뉴시스 4일 보도 등>
16일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냉난방기 완성품을 생산하는 A사는 청주 대리점과 계약을 맺고 2008년부터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냉난방기를 충북 지역 학교, 기관 등에 납품했다.
교육청 특별감사에서 A사가 대리점을 통해 2018~2021년 충북 학교 등에 납품한 냉난방기 7800여 대 중 150여 대는 에너지 효율 1등급 제품이 아닌 3~4등급이 설치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조달청 나라장터에 등록된 에너지효율 1등급 냉난방기는 A사, B사 제품 두 가지다.
공공기관은 '에너지 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에 따라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제품을 구매해 사용해야 한다.
충북교육청, 교육지원청은 냉난방기 발주 시 조달청에 입찰을 의뢰하고, 낙찰된 A사나 B사는 제품을 공장에서 찍어내 지역 대리점을 통해 학교에 납품한다.
A사는 냉난방기 설치를 대리점이 했기 때문에 '납품비리'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A사 관계자는 "2021년 대리점이 64대의 냉난방기를 (교육청)발주제품과 다른 제품을 설치한 점을 알고 엄중히 경고했다"며 "발주처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대리점이 일방적으로 냉난방기를 교체했다는 사실을 확인해 부정하게 설치한 제품을 모두 교체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리점이 제품을 부정하게 설치하더라도 본사는 알 수 없다"면서 "대리점이 관급자재를 임의로 교체하지 못하게 반드시 발주처의 동의를 구하도록 납품제도를 개선했다"고 말했다.
대리점은 A사의 승인 없이 공공기관이 발주한 냉난방기를 임의로 교체할 수 없기 때문에 '납품비리'를 본사도 알고 있다는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다.
청주 대리점에서 일했던 C씨는 "교육청이 냉난방기를 구매하면 비용은 대기업 본사로 들어가고 지역 대리점은 설치비 등을 받는다"며 "대리점이 공공기관에 납품할 100여 대의 냉난방기를 건건이 취소하고, 저등급으로 다시 주문했기 때문에 대기업이 비리를 모를 수가 없다"고 말했다.
A사가 대기업 이미지를 훼손하는 납품비리를 인지하고도 대리점과의 계약을 유지해 사실상 묵인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충북교육청 특별감사팀은 오는 21일까지 냉난방기 전수조사를 진행한다.
부정하게 납품된 냉난방기를 조사해 조달청에 통보하고, A사와 대리점은 '부정당 업체 지정'을 요청할 방침이다.
냉난방기 발주·검사·검수 담당 공무원의 직무태만, 공무원과 대리점의 유착 의혹, 당시 냉난방기 납품비리 사안 감사의 적정성 여부 등을 감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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