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기로' 맞는 반도체 산업, 한미 정상회담이 돌파구

기사등록 2023/04/15 10:20:00 최종수정 2023/04/15 12:38:39

업황 둔화에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시름 깊어져

업계 "정상회담서 반도체 관련 미 설득 나서야"

삼성·SK도 총수 직접 미중 오가며 해법 모색 중

[워싱턴DC=AP/뉴시스]지난 4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열린 과학기술자문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4.07.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메모리 업황 부진과 미중 반도체 갈등 격화로 한국 반도체 산업에 중대 전환점을 맞은 가운데 이달 말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이 돌파구가 될 지 주목된다.

미국 정부는 자국에 생산시설을 짓는 기업에게 50조원 이상 보조금을 주기로 했지만, 반도체 수율 등 기밀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 반도체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도 들어 있어 이미 중국 사업에 한창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민이 깊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말 미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갖는 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동행할 예정이어서 어떤 식으로든 해법을 찾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들린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법 보조금 신청 요건의 4대 독소조항으로 ▲반도체 시설 접근 허용 ▲초과이익 공유 ▲상세한 회계자료 제출 ▲중국 공장 증설 제한 등이 거론된다.

특히 미국 정부가 첨단시설인 반도체 공장을 들여다보면 기술 및 영업 비밀의 유출 가능성이 크고, 예상보다 많은 이익 발생 시에도 보조금의 최대 75%를 공유하도록 한 것은 한국 업체들에게 다분히 부정적이라는 지적이다.

재무, 영업, 회계자료 제출도 주요 생산 제품과 생산량, 상위 10대 고객사 등을 요구해 과도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 "정상회담서 반도체 리스크 해소해야"
이런 가운데 오는 26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이 반도체 해법을 논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31일부터 기업들로부터 반도체 보조금 신청을 받고 있는데, 여러 독소조항에 대한 우려로 한국 기업들은 아직 신청하지 않고 있다.

특히 중국 사업 비중 축소 문제는 해법 마련이 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 장비의 대중국 수출 규제를 도입하며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게 1년 유예를 줬는데, 오는 10월에 이 기간이 끝난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미국 기업이 핀펫(FinFET) 기술 등을 사용한 로직 반도체(16nm~14nm 이하), 18n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기술을 중국에 판매하면 허가를 받도록 해 사실상 장비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업계에서는 중국 사업을 지속하려면 이 장비 수출 금지 유예 연장이 절실한 만큼,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미국의 견제가 향후 10년간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투자 의향을 줄이고, 현지 생산 능력의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중국의 메모리 시장 점유율은 D램의 경우 올해 14%에서 2025년 12%로, 낸드플래시는 같은 기간 31%에서 18%로 감소할 전망이다.

◆이재용·최태원도 미국行 동참해 돌파구 찾기 나서
기업 총수들도 '반도체 외교전'에 적극 동참할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앞서 지난달 중국을 직접 방문하며 문제 해결 의지를 드러냈다. 이 회장은 지난달 25∼27일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2023년 중국발전고위급포럼(중국발전포럼)'에 참석해 현지 고위 관료와 경제인 등과 교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중국행은 3년 만이다.

최 회장도 중국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 참석해 미중 갈등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이 회장과 최 회장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 기간에 맞춰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미국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중 반도체 갈등과 까다로운 보조금 조건 등 복잡하게 엉킨 실타래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지난달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전년 같은 달보다 39.8% 급감했다.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고전하는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7%에서 1.5%로 0.2%포인트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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