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대립 개입 말라"는 프랑스에 중·동유럽국 격분

기사등록 2023/04/12 11:22:53

"안보 큰 역할하는 미를 중과 동등 평가" 개탄

연금개혁 반대로 위기에 빠진 마크롱의 돌파구

"프랑스가 큰 나라인 것처럼 보이기 위한 과장"

[광저우=AP/뉴시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일 중국 광저우의 한 정원을 거닐고 있다. 이날 양 정상은 비공개회담을 가졌다. 2023.04.07.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과 미국 사이에 거리두기를 강조하자 중부와 동부 유럽 각국 당국자들이 “우리는 미국이 필요하다”며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POLITICO)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주 중국을 방문한 뒤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유럽이 미중 대만 분쟁에 끌려 들어가선 안되며 유럽국들이 미중 대결의 속국이 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마크롱은 또 유럽이 장기적으로 미국과 중국과 대등한 제3극(third pole)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미중 대립으로 그 목표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폴리티코는 마크롱 대통령 발언에 대해 전통적으로 미국에 안보를 크게 의존해온 동유럽 국가들이 중국에 더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미국 방문을 앞둔 마테우스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미국으로부터 전략적 자율성을 추구하는 대신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할 것을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폴리티코는 사적으로 동유럽 당국자들이 더 강력한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면서 한 동유럽국 외교관이 “위기 국면인 현 시점에서 미국과 협력에 대한 마크롱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유럽연합(EU)처럼 단결해야 한다. 그러나 마크롱의 중국 방문과 발언은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폴리티코는 유럽에서 안보 문제를 두고 각국이 이견을 보인지 오래라면서 마크롱이 유럽의 경제적, 군사적 자율성을 강조한 것에 대해 중동부 유럽국들이 러시아 억지에 큰 도움이 되는 미국을 소외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동유럽 국가의 한 고위 외교관은 “현 국제 정세 속에서,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상황에서, 민주국가들이 굳게 뭉쳐야한다. 뭉치지 않으면 각각 교수형을 당할 것이라고 한 미국 최초의 주 프랑스 대사 벤저민 프랭클린의 지혜를 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외교관은 “마크롱이 EU 입장이 아닌 자기 입장을 드러낸 건 처음이 아니다”라면서 마크롱이 여전히 제멋대로라고 비판했다.

중동부 유럽 당국자들은 마크롱이 미국과 중국을 똑같이 평가하는 것을 개탄했다. 한 당국자는 마크롱의 발언이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며 미국과 중국을 똑같이 취급해 EU가 전략적으로 양국과 모두 거리를 두라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한 중부 유럽국 외교관은 마크롱에 대해 “정말 화가 난다”고 했고 다른 외교관은 연금 개혁 반대 시위로 위기에 처한 마크롱이 “프랑스가 실제보다 더 대국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한 일”이라고 매도했다.

러시아와 국경이 접한 에스토니아의 방위 및 안보 센터 대외정책 연구 책임자 크리스티 라이크는 중유럽 국가들이 마크롱이 미국을 대신할 수 있는 세력에 대한 언급을 한 적이 없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고 지적했다.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을 주장하는 마크롱이 우크라이나에서 보듯 유럽 안보와 방위가 미국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을 외면한다”는 것이다.

라이크 연구원은 마크롱이 “자주 국방력을 갖춘 유럽을 지향하려면 프랑스도 러시아를 상대로 유럽을 지키는 일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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