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10년만 규탄 성명…권영세 "스스로 고립 강력 경고"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북한이 남북 간 정기 통화에 닷새째 응하지 않았다. 남북 간 '강 대 강' 대치 속에 연락 단절도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통일부와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 업무 개시 통화에 이어 오후 마감 통화도 북측의 무응답으로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남북 간에 유선으로 연결된 통신선은 통일부가 평일 오전 9시 개시통화, 오후 5시 마감통화를 진행하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채널과 국방부가 매일 오전 9시 개시통화, 오후 4시 마감통화를 하는 동·서해 군 통신선이 있다.
북측은 지난 7일부터 남북 정기 통화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2021년 10월 남북 간 통신선이 복원된 이후 남북 연락사무소나 군 통신선이 이틀 넘게 두절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북한의 일방적인 통신선 차단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근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북한 인권보고서 공개 및 유엔인권이사회의 북한인권결의 채택, 개성공단 내 우리 측 시설의 무단사용 중단 요구 등에 대한 시위성이 짙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한은 앞서 6일 개성공단 내 통근버스 운영 등 한국 측 자산을 무단 사용한 데 대해 정부가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통지문을 보내려 했을 때도 남북 연락채널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긴장으로 몰아가려 할 때 연락 채널을 끊었던 전례를 비춰보면 대남 공세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북한 매체는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주재해 "전쟁 억제력을 더욱 실용적으로, 공세적으로 확대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김정은이 남한 지도를 펼쳐둔 채 손가락으로 수도권 근방을 가리키는 모습도 포함됐다. 지도는 흐릿하게 처리돼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되지 않지만 주한미군 기지가 있는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 일대로 추정된다.
또 옆에 선 한 간부는 지휘봉으로 지도상 충청 지역을 짚고 있는데, 우리나라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 인근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군은 추가 도발 징후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북한의 통신선 차단 사태가 계속되자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이날 장관 명의의 성명을 발표하며 대북 압박에 나섰다.
권 장관은 "북한의 일방적이고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이는 스스로를 고립시켜 더욱 어려운 지경에 처할 수밖에 없을 것임을 강력하게 경고한다"고 밝혔다.
그간 통일부는 남북 간 대화를 유도했지만 권 장관은 북한에 연락 채널에 응하라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북한의 도발과 위법 행위에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기조와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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