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K-예능물 거간꾼"…세계시장 도전 계속

기사등록 2023/04/04 13:10:19

'피지컬: 100'·'나는 신이다'로 흥행 발판

올해 총 7편 공개…장르 다양화

19금 토크쇼부터 좀비 서바이벌까지

"한국처럼 치열하게 예능 만드는곳 없어"

정효민·정종연·이은경·박진경·김재원 PD.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넷플릭스가 한국 예능물 인기를 이어간다. 서바이벌 '피지컬: 100'과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흥행에 힘입어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유기환 매니저는 4일 서울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넷플릭스 예능물 간담회에서 "올해 피지컬: 100이 1위를 차지했다. '예능은 글로벌로 성공하기 힘들다' '지역적 특성'이 있다고 했는데, 피지컬 : 100이 세계적으로 흥행하면서 '한국 콘텐츠가 이렇게 사랑 받고 있구나'라고 느꼈다"며 "나는 신이다는 한국에서 처음 제작한 다큐 시리즈다. 제작이 쉽지 않았지만, 맹목적인 믿음에 관해서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게 했다면 감사한 일이다. 나는 신이다는 증언자들의 용기 덕분이다. 그분들께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출연자 검증 관련해서는 고민이 적지 않다. 피지컬: 100은 한국 예능을 최초로 세계 넷플릭스 1위에 올랐지만, 출연자의 학교 폭력·폭행·협박과 결승전 조작 의혹으로 얼룩졌다. "넷플릭스에서 출연자 검증을 위해 훨씬 더 많은 절차를 밟고 있다. 프로그램에 따라 다르지만 생활기록부를 받아 보거나 정신건강의학과와 스트레스 체크를 하기도 했다. 미국 팀에서는 동의를 얻어 SNS를 훑어보기도 했다"며 "출연자에게 질문하고 거짓으로 응답할 시 배상·책임을 지게 하는 계약도 맺었지만, 그럼에도 해결할 수 없는 이슈가 나와서 안타깝다. 방송 후 문제도 해결하기 위해 꾸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진경 PD

올해 넷플릭스는 예능 프로그램 7편을 공개한다. 정효민 PD의 '성인+물', 이은경 PD의 '사이렌: 불의섬', 박진경 PD의 '좀비버스', 김재원 PD의 '19/20' '솔로지옥3', 정종연 PD의 '데블스 플랜' 등이다. 성인+물은 MC 신동엽, 성시경이 성과 관련된 해외 인물을 찾아가 인터뷰하는 쇼다. 청소년 관람불가다. 5월 공개하는 사이렌은 여성 24명이 소방, 경찰, 경호 등 6개 팀을 이뤄 직업과 명예를 걸고 싸우는 서바이벌이다. 좀비버스는 '실제로 좀비가 나타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라는 궁금증에서 시작한다. '19/20'은 Z세대의 열아홉 마지막 일주일과 스물의 첫 일주일을 담는다.

특히 성인+물은 넷플릭스에서 처음 선보이는 미드폼 예능물로 기대를 모은다. 유 매니저는 "성인+물은 러닝타임이 짧아서 제작 기간도 축소됐다. 가벼운 소재라서 편하게 볼 수 있다. 넷플릭스에서 하지 않은 소재"라며 "그동안 넷플릭스에서 스케일이 큰 것을 했는데, 예능이 꼭 크고 무거운 장르만 있어야 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 시청자들에게 밀접하고 빠르게 다가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보통 기획부터 방영까지 1년에서 1년6개월 정도 걸렸는데, 사이렌 제작기간은 약 5개월로 짧은 편이다. 한국 창작자의 퀄리티와 속도가 받쳐줘서 이런 시도를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효민 PD는 "성인+물은 '인 투디 언노운'(Into the Unknown)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일본과 대만 총 2편을 준비했는데, 이런 세상이 있는 줄 몰랐다고 하더라. 아무리 여행 가도 경험할 수 없는 사람을 만나서 새로운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며 "성시경씨도 '우리나라와 가까운데 너무 다르다'고 하더라. 신동엽씨는 '마녀사냥' 때도 '즐겁고 행복하다'고 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본인의 능력을 200% 발휘했다"고 귀띔했다. "예능이 드라마·영화에 비해 세계 시청자와 만날 기회가 조금 늦게 온 것 같다. 더 많은 시청자와 한국적인 콘텐츠를 나누고 싶은 욕심이 있다"며 "이 과정에서 여러가지 문제가 있지만, 좀 더 응원하고 도와주면 한국 예능물이 좀 더 발전하지 않을까 싶다. 성인+물이 조금 야하고 자극적이라서 이렇게 말하는 건 아니"라고 웃었다.
정종연 PD

박진경 PD와 정종연 PD는 넷플릭스와 첫 협업이다. 박 PD는 "글로벌 마켓을 가봐도 이렇게 치열하게 예능을 만드는 곳이 없다. 우리나라 예능이 세계적으로 더 알려졌으면 좋겠다"며 "내가 지금까지 만든 프로그램은 로컬 지향적이었다. '마리텔'도 해외 포맷 수출이 됐지만, 의외로 한국적인 정서가 많이 담겨서 우리가 원하는 대로 만들지는 않더라. 이번에는 어떤 사람이 봐도 즐길 수 있을 법하게 만들었는데, 약 200개국에 서비스하다 보니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좀비버스는 '반반 무 많이' 같은 매력이 있다. 치킨집에서 이렇게 주문할 때 '짬짜면'처럼 둘 다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인 것 아니냐. 기존 예능에서 느낀 익숙한 즐거움에 양념을 더했다. '드라마·영화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새로운 맛도 있다"며 "장르적 특성상 CG 등을 위해 충분한 자본·노하우가 필요했다. 이전에는 예능에서 좀비가 나왔을 때 '저게 좀비야?' 였다면, 이번엔 충분히 실감나는 좀비가 만들어졌고 출연자 반응이 리얼하게 나왔다. 예산을 좀 더 쓰고 싶긴 했지만, 덕분에 나의 과한 욕심을 막아줬다"고 덧붙였다.

김 PD는 19/20과 솔로지옥3에 상반된 매력을 담았다. "솔로지옥은 여름에 진행해 핫했는데, 19/20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촬영을 시작해 겨울 감성을 담았다. 솔로지옥은 여름에 찍어서 겨울에 공개하고, 19/20은 겨울에 찍어서 여름에 공개해 계절감이 뚜렷하다"며 "19/20은 한국에서만 가능하다. 외국 시청자들은 왜 1월1일에 다 같이 나이를 먹는지 이해를 못해 자막으로 설명했다. 한국적인 문화가 많이 담겼는데, 글로벌에서 이해할까 궁금하다"고 짚었다. "솔로지옥3는 과감하게 여러가지 변화를 줄 것"이라며 "출연자를 모집 중이니 기대해달라"고 청했다.
    
정 PD는 "예전에 브레인 서바이벌을 했을 때 시즌 끝나고 리뷰 회의하면 스태프들이 '이 프로그램 너무 어렵다'고 하더라. 당시  김현철 본부장이 '이 프로그램은 어려워야 재미있다'고 해 크게 감명 받았다. 해외에서 공개했을 때 어떻게 생각할지 참 궁금해서 그 맛 그대로 준비했다"며 "다들 넷플릭스라는 거간꾼을 통해 해외에 내보내고 싶은 욕구가 있지 않느냐. 나 역시 도전하고 싶었지만, 드라마·영화에 비해 기회가 별로 없었다. 예능은 로컬이라는 시선이 많았는데, 조금씩 해제되고 있는 상황이다. 넷플릭스가 거간꾼 역할을 해줘서 계속 도전하고 싶다"고 바랐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정효민·김재원·정종연·박진경·이은경 PD.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