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10곳 중 6곳, 수급 불안에 중단·지연
시멘트협회 "생산량 늘었지만 수요 더 늘어"
동절기 생산라인 정기 대보수 이달 마무리
경기도 공공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도 레미콘 200㎥(34대 물량)를 주문했는데 업체가 단 한 대도 공급해 줄 수 없다고 하면서 타설이 전면 중단됐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레미콘이 제때 들어오지 않아 건설 현장마다 아우성"이라며 "언제 타설이 가능할지 몰라 계획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가 최근 시멘트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레미콘 수요가 늘고 있지만 주원료인 시멘트 공급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레미콘 공급 부족으로 공사가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곳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건설협회가 최근 상위 100위권 내 중·대형사를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3월 이후 시멘트·레미콘 수급 불안으로 공사 중단·지연된 현장이 63.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 현장(42개)에서는 절반인 21개 현장에서 공사가 중단됐고, 민간 현장(112개)은 50개(44.6%) 현장이 멈췄다.
업계에서는 시멘트 업계의 정기 설비투자에 더해 동절기 타설 증가, 콘크리트 강도 기준 강화 등으로 시멘트가 부족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시멘트 업계는 매년 동절기에 생산라인에 대한 정기 대보수를 진행한다. 콘크리트는 추운 겨울철 잘 굳지 않아 타설하는 현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탄소중립을 위한 설비 개조도 진행되면서 겨울철 생산량이 평소에 비해 감소했다.
한국시멘트협회는 "환경투자가 진행 중인 일부 생산라인을 제외하고, 정기대보수를 진행하고 있는 생산라인은 이달 중 대부분 종료될 것"이라며 "생산라인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시멘트 생산량도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멘트 업계는 또 지난해 화물연대의 파업 이후 공사가 연기된 현장에서 공기를 맞추기 위해 속도를 내면서 시멘트 수요가 늘었고, 기온이 예년보다 따뜻해 동절기 착공이 늘어난 것도 원인으로 보고 있다.
또 지난해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 이후 콘크리트 강도 기준이 강화되면서 레미콘 1㎥ 생산 시 사용되는 시멘트량도 30㎏ 증가하면서 시멘트 수요가 늘었다고 분석한다.
시멘트협회는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시멘트 생산량이 오히려 2.6% 늘었지만, 수요가 이보다 큰 5.7% 증가했다"며 "이 같은 수요 증가는 시멘트 업계도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건설업계는 시멘트 공급 부족이 계속될 경우 가격 인상과 입주 지연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건설협회는 "별다른 대책 없이 4월 이후 건설 성수기에 접어들 경우 자잿값 급등과 공사비 상승, 아파트 입주 지연과 사회기반시설 지연 등 최악의 사태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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