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1단계 안정화 단계 김영환 지사 지휘 불필요"
가까운 진화 현장 안 찾아…진화율 보고도 '우왕좌왕'
[청주=뉴시스] 이병찬 기자 = 김영환 충북지사가 올해 들어 지역 내 가장 큰 규모였던 제천 산불 상황에서도 인접 지역에서 열린 연주회를 관람하고 술자리에 참석했던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2일 충북도에 따르면 김 지사는 지난달 30일 충주시 문화회관에서 열린 충북도립 교향악단 연주회를 참관한 뒤 충주 시내 주점에서 열린 이 지역 민간 단체 초청 간담회 자리에 참석했다.
같은 시각 인접한 제천시 봉양읍 봉황산에서는 올 들어 도내 최대 규모의 산불이 발생해 헬기는 물론 인접 지역 산불진화대까지 동원되는 진화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날 오후에는 인근 위험지역에 주민대피령도 내려졌다.
특히 이날 불은 오후 8~9시께 산 반대편에서 재발화하는 바람에 이튿날 오전까지 진화작업이 이어졌다. 총 281명의 인력과 헬기 11대 등 39대의 진화 장비를 투입했다고 도는 설명했다.
김 지사의 술자리 참석은 SNS를 통해 알려졌다. 김 지사와 함께 술잔을 나누는 '화기애애'한 사진 수십장이 참석자 등의 페이스북에 올라왔으나 논란이 확산하면서 모두 사라진 상태다.
도는 도립교향악단 연주회 참관 이후 간담회 자리는 공식 일정이 아니어서 알 수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그의 그날 밤 동선은 SNS를 통해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야권이 지사직 사퇴를 요구하는 등 거센 후폭풍을 야기했다.
그러나 도는 김 지사가 제천 산불 현장을 찾지 않은 것은 산불 대응 매뉴얼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피해면적 30㏊ 이하 산불 1단계 지휘권자는 시·군·구청장이기 때문이다. 시·도지사는 피해면적 100㏊ 이상 대형 산불을 지휘한다.
이 규정에 따라 21㏊를 태운 당일 제천 산불은 외국 출장 중인 김창규 제천시장을 대신해 박기순 제천부시장이 현장을 지휘했다.
결과적으로는 김 지사의 지휘가 필요하지 않은 1단계 산불로 상황이 종료했으나 산불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그의 술자리에 관한 적절성 논란은 더 확산하는 양상이다.
도 재난상황실은 당일 오후 7시께 산불 진화율을 100%로 공지하면서 '잔불 정리 중'이라고 했으나 재발화 이후 이를 정정하는 등 우왕좌왕했다. 지역 민간단체와의 술자리까지 김 지사를 수행한 참모진 역시 제천 산불 상황을 제대로 보고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천에 거주하는 한 인사는 "불길이 확산할까 뜬 눈으로 밤을 지샜는데, 지사는 승용차로 20분 거리에서 술을 마셨다니 어이가 없다"면서 "한 밤 중에 산에 올라 구슬땀을 흘린 많은 공무원과 진화대원들에게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도 재난안전실 관계자는 "지사가 산불 진화 현장을 찾았다면 불필요한 의전과 보고 때문에 더 혼란스러웠을 것"이라며 "도는 산불이 안정화하는 단계로 판단해 (지사의)현장 방문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전날 "도민은 불안에 떨고 있는데 술판을 벌였다는 말인가"라면서 지사직 사퇴를 요구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김 지사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엄호하면서 "산불이라는 재난마저 죽창가로 활용하려는 민주당의 행태가 웃기고 슬프다"고 맞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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