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 전례처럼 모든게 평화롭게 진행될 수 있길"
진상규명 협조에 "당시 경험자 아냐, 현실적으로 어려워"
[광주=뉴시스]이영주 김혜인 기자 =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시민을 학살한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27)씨가 광주 북구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 입구에 박힌 전두환 기념비를 밟지 않겠다고 했다.
전씨는 30일 오후 광주 서구 자신이 묵고 있는 한 숙박업소 앞에서 취재진을 만나 "평화로운 방식으로 모든게 진행될 수 있길 바란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씨는 "사죄를 하러 온 제가 그런 것도 못하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제가 무릎을 꿇는 등 (광주시민들이) 저를 어떻게 하는 것은 자유"라며 "(다만)저는 미움이 증폭되는 것보다 서로를 사랑하는 것을 우선하는 종교인이다. 다른 방식으로 사죄를 구하겠다"고 밝혔다.
민족민주열사묘역 입구에는 1982년 3월 전두환 씨 부부가 전남 담양군 고서면 한 마을에서 숙박한 것을 기념하고자 주민들에 세웠던 기념비가 박혀있다. 기념비에는 '전두환 각하 내외분 민박마을'이라고 쓰여 있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전두환 씨가 정권에서 물러나자 광주 시민 단체들이 이를 찾아내 일부를 가져와 땅에 묻었다.
그간 참배를 하러 오는 인사들이 이 기념비를 밟아온 행위는 그의 5·18 학살 만행 등에 대한 심판과 진상규명 의지로 해석돼왔다.
전씨는 미흡한 5·18 진상규명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 이어졌다고도 분석했다. 그는 "5·18에 대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아 저를 포함한 가족 등 범죄자들이 떳떳하게 살아가고 있다"며 "5·18과 관련된 유력한 진실이 밝혀지려면 가족 모두가 앞에 나와 사과해야 한다. 다만 현실적으로 어렵기에 먼저 사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제가) 5·18 당시 경험자가 아닌데다 증거 또한 가지고 있지 않아 (저를 통한) 진상규명은 어렵지 않겠나"라며 "제 사죄를 통해 한 사람이라도 마음의 위안을 얻게 되길 바라고 나아가 진상규명으로 이어질 수 있길 희망한다"고 했다.
그는 전두환씨가 과거 가족들의 5·18 관련 질문에 대해 사실을 왜곡 했다고도 떠올렸다.
전씨는 "할아버지가 가족의 5·18 질문을 피하거나 이로운 방향으로 설명했다"고 말하며 사실상 전두환씨가 5·18을 편집·왜곡해 가르쳤다는 점을 인정했다.
전두환씨가 5·18 학살 만행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5·18은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답했다.
그는 "많은 분들께서 제 의도를 순수하게 받아 들여주시고 좋게 봐주셔 감사하다"며 "(이번 5·18 관련 광주 방문과 사죄를) 죽을 때 까지 이어질 여정의 시작이라고 생각하겠다"고 약속했다.
전씨는 오는 31일 오전 10시부터 5·18 공법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와 본격적인 사죄 행보에 나선다.
그는 서구 5·18기념재단에서 5·18 당시 고등학생 시민군이었던 아들 문재학 열사를 잃은 김길자 여사, 총상 부상자 김태수씨, 부상자 김관씨 등을 만나 광주 방문 소감 등을 밝힌다.
이후 오전 11시 30분부터는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희생된 5월 영령들에 헌화하고 참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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