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의 매력은 따뜻한 인심과 정으로 사람 사는 냄새가 가득하다는 점이다. 싱싱하고 질 좋은 농수산물을 저렴하게 판매, 가격경쟁력도 갖췄다는 평도 받는다.
5일장이 서는 날이면 인산인해를 이루던 시절도 있다. 그러나 현재는 대형 할인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 손님을 빼앗겨 전통시장은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경쟁에 밀린 전통시장의 생존비결은 무엇일까?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과거부터 지역 주민들의 삶과 추억을 간직한 전통시장은 지금도 우리 곁을 지키고 있다. 지역의 역사를 되짚어볼 때도 전통시장은 빼놓을 수 없다. 게다가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비중과 역할도 자못 크다.
뉴시스 전북본부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침체한 지역 경제를 살리고, 지역 주민들에게는 소소한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연중기획으로 월1회씩 10회에 걸쳐 우리 동네 전통시장을 찾아 소개한다.
[무주=뉴시스]이동민 기자 = 지역의 전통시장은 보통 지자체의 이름을 따오기 마련이지만 예외는 있다. 이번에 소개할 전통시장은 '반딧불시장'으로 전북 무주군 무주읍 읍내리에 위치해 있다.
원래 2001년까지만 하더라도 반딧불시장의 이름은 '무주시장'이었다. 그러다 2002년 4월,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이 진행돼 시장의 명칭도 무주의 명물인 반딧불이를 따와 '반딧불시장'으로 바뀌었다.
반딧불시장은 1890년대 옛 무주군 관아터였던 현재 우체국 자리에 자리를 잡으며 형성됐다. 1919년에는 3·1만세운동이 벌어진 역사적인 현장이었으나 한국전쟁을 거치며 시장 전체가 불에 타버렸다.
이후 현재 위치(옛 시장 터에서 약 500m 옆)로 시장의 자리가 옮겨져 물자가 턱없이 부족한 전쟁통에 구호품이었던 군복이나 건빵 등이 거래됐고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을 판매하는 오일장으로 성장하다 목조 시장 건물이 세워지면서 현재 위치에 완전히 자리잡게 됐다.
전쟁이 끝난 뒤 1960년대 반딧불시장에서 주로 거래되던 상품은 금강에서 갓 잡은 생선, 다슬기 등 수산물이나 고추와 수박, 참외 등 농산물 등이었다. 당시 아낙들이 집에서 직접 만들어온 두부나 국수, 찐빵들은 상인들과 손님들의 허기를 달래기에 충분했다.
특히 경북 김천, 경남 거창, 충북 영동·금산 등과 맞닿아 있는 무주의 지리적 특성 상 타 시·도에서 공급받는 다양한 상품들이 있었고, 무주 산자락에서 나는 버섯, 약초, 산나무들도 타지역으로 넘어가며 경상도와 충청도를 잇는 교역망 역할도 담당했다.
1980년대에는 우시장이 열려서 소를 비롯한 다양한 가축들이 거래됐었고, 또 수박공판장이 생기며 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진행된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으로 장옥 6개동 48개 점포와 주차장, 공연장 등이 설립되며 상설시장과 오일장을 겸하는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5일장이 열린 지난 26일 오전 10시께 찾은 반딧불시장을 보는 순간 '재래시장의 감성을 간직한 전통시장이구나'였다. 깔끔하게 조성된 상가 앞 인도변에서는 닭장 안에 있는 중병아리들이 기자를 맞이했다. 보통 시장에서는 완주 삼례시장에서와 같이 살아 있는 큰 토종닭을 그 자리에서 바로 잡아주는 이른바 '닭집'이 있기 마련이지만 반딧불시장에서는 인도변에 닭장을 놓고 중병아리를 파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시장 입구의 간판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면 상인들이 펼쳐 놓은 좌판이 보인다. 감자, 마늘, 양파를 비롯한 농산물에 오징어, 꽃돔, 고등어 등 수산물까지 없는 거 빼고 다 있는 시장의 전형적인 모습이 보였다.
더 깊숙히 들어가보니 평범한 시장에서도 보기 힘든 대장간에서 직접 제작한 호미와 낫, 칼 등을 좌판에 깔아 놓고 판매하고 있었다.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먹거리'다. 반딧불시장에는 국수, 국밥, 어죽 등 손님과 상인들의 구미를 당기는 맛깔나는 음식점이 곳곳에 위치해 있다. 이날도 점심을 먹기에는 이른 시간임에도 주말과 장날을 맞아 시장을 찾은 손님들이 식당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뜻밖에도 반딧불시장의 명물 중에 명물은 '꽈배기'였다. 시장 상인 5명에게 "반딧불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먹거리가 무엇이냐"고 묻자 3명이 "꽈배기"라고 대답했다.
건강에 좋기로 유명한 무주 천마가루가 들어간 꽈배기를 직접 먹어보니 천마와 찹쌀의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 입 안을 휘감았다. 적당히 묻은 설탕은 꽈배기의 맛을 더했고 백앙금이 잔뜩 들어간 도너츠는 쫄깃한 빵과 조화를 이뤘다.
시장을 찾은 여행객과 손님들도 이 맛의 소문을 들었는지 끊임없이 가게를 찾아왔다. 가격도 1개에 1500원, 4개에 1200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반딧불시장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주관하는 2022~2023 문화관광형 육성사업 공모에 선정돼 2년 간 9억 원의 예산을 확보하는 등 시장의 명맥을 잇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예산은 상인회에서 인터넷쇼핑몰을 운영하며 시장에서 판매하는 물건들을 판매하기도 하고, 인근 관광자원과 연계해 코스를 구축하는 등 시장 활성화에 쓰인다.
반딧불시장에서 20년 동안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무주가 작은 동네이긴 하지만 무주군이나 상인회 등의 도움 때문에 시장이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먹거리도 많고 볼거리도 많은 반딧불시장을 많이 찾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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