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현장 불편함이 창업 아이템 됐네요"…보안 컨설턴트→스타트업 CEO 변신한 사연

기사등록 2023/03/27 16:07:16 최종수정 2023/03/28 09:33:24

[IT파이오니아] 조아영 오내피플 대표

보안 컨설턴트에서 개인정보 관리 자동화 SaaS 스타트업 CEO로 변신

조아영 오내피플 대표가 22일 서울 마포 서울창업허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송혜리 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혜리 기자 = "스타트업은 기존의 것과 달리 새로운 방식으로 사안에 접근하는 것이 경쟁력입니다, 그러나 이 새로운 방식을 선보이기 위한 실증 공간 자체가 적습니다, 실증할 곳은 없는데 투자사에선 실증한 것, 성과를 가져오라고 합니다, 과연 닭이 먼저입니까 달걀이 먼저입니까."

이달 초 판교 지란지교사옥에서 열린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 주재 간담회. 누가 이렇게 똑 부러지게 말을 하나 하고 봤더니, 6년 차 스타트업 조아영 오내피플 대표(36)다. 수 십년 간 보안시장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선배들 사이 앉아서도 내공이 느껴지는 단단한 말투와 태도다.

조 대표는 이날 레퍼런스(구축경험)쌓기와 투자유치 사이에서 하릴없이 서성이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아울러 현장 상황을 고려한 인재 육성 방안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에 둥지를 튼 오내피플 사무실에서 조 대표를 다시 만났다. 

◆ 보안 컨설턴트에서 스타트업 CEO로 변신…"저희는 '윈윈윈' 전략이에요"


조 대표는 2018년 오내피플을 창업했다. 정보보호학을 전공한 지식정보보안 컨설턴트로 200개 이상의 스타트업·금융·플랫폼·쇼핑몰·공공기관 등에서 개인정보보호 현황을 점검한 경험이 바탕이 됐다.

조 대표는 "5년 간 개인정보보호 컨설턴트를 했었는데 엑셀로 함수 만들어서 보고서 만드는, 그런 반복적인 일들이 많았다"면서 "관련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사람이 일일이 데이터를 입력을 해야 해서 반쪽짜리 솔루션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작업을 왜 매번 일일이 수작업으로 해야 하는 것일까, 의문이 창업 동기가 됐다"고 소개했다.

조 대표는 개인정보 관리 자동화 프로그램을 사업 아이템으로 떠올렸고, 서울창업허브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허브릿지'에 창업 아이템 제안서를 내민 것이 덜컥 선정됐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오내피플의 주력제품인 '캐치시큐'다.

캐치시큐는 개인정보 관리 자동화 기업용(B2B)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다. 개인정보보호법 등 개인정보 관련 88개 법률 조항 준수를 위한 개인정보 동의서·처리방침 문서 작성부터,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수집해 관리할 수 있는 보안 시스템을 구독형으로 제공한다. 최근에는 이벤트, 상담, 문의 접수 등 여러 상황에서 수집하는 개인정보를 인공지능(AI)이 자동 탐지·분류해 간편하게 동의서를 만들 수 있는 'AI 캐치폼' 기능과 정보주체가 동의 이력을 조회할 수 있는 동의이력조회 기능도 탑재됐다.

이를 통해 기업은 전문 지식이 없어도 개인정보를 법제도에 맞춰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고, 고객 개인정보가 어떤 동의를 거쳐 수집됐는지, 민감·일반정보인지 등의 내용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아울러 고객은 자신이 어떤 동의를 했으며, 어떤 개인정보가 기업에 수집됐는지 확인 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로페이 등 공공기관·협회·대기업·유망 스타트업이 캐치시큐를 도입했다.

조 대표는 "진짜 좋은 아이템은 '윈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윈윈윈'해야 한다"면서 "우리 회사, 우리 고객사, 고객사의 고객 모두에게 '윈'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아영 오내피플 대표가 22일 서울 마포 서울창업허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송혜리 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아직도 현장에선 "개인정보 그냥, 알아서 해주세요"

오내피플은 지난해 파이오링크로부터 시리즈 A 라운드 투자 유치를 했다. 이에 앞서 신용보증기금 스타트업 네스트, K-글로벌 시큐리티 스타트업, 청년창업사관학교, 팁스(TIPS) 프로그램 선정, SK 트루 이노베이션 등 여러 지원사업의 도움을 받았다. 2019년에는 초기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매쉬업엔젤스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치열하게 뛰어다닌 조 대표와 15명의 임직원들이 이뤄낸 결과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좀처럼 개인정보에 주목하지 않는다. 아직도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전문가가 되고 싶지 않아요, 대표님이 알아서 해주세요"다.

조 대표는 "대부분 기업에서 IT는 IT부서에서 하고, 정보수집은 마케팅에서 한다"면서 "개인정보는 관리 주체조차 없는데, 이는 공공기관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이것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부분이 동의 받아서, 아무렇게나 쌓아 둔다"고 설명했다.

아직도 현장에서 '데이터가 없다'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어떤 동의를 받아 어떻게 수집한 개인정보인지 투명하게 정리해 놓지 않고 그저 쌓아 놓기만 하다 보니, 정작 활용이 필요할 때 뭐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설명이다. 마치 '입을 옷이 없다면 옷장을 정리하라'던 어떤 패션 전문가의 조언과도 같다.

조 대표는 기업이 개인정보 관리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도록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 컨트롤타워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을 통해 본격화 하는 마이데이터 사업도 주목한다. 데이터의 중요성이 강조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이데이터는 개인정보의 주체에게 정보관리 권한을 돌려주는 것이다. 그간 금융·공공에서 '내 잔액 모아보기' 같은 형태로 운영해왔다. 다만 조 대표는 "지금 금융권에서 하는 마이데이터는 고객이 사업자에 내 데이터를 쓰라고 동의를 해주는 형태"라며 "이것은 정보주체 권리 보장이나, 스스로 데이터를 활용하게 끔 하는 형태와는 거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 회사 만들겠다

"가장 손쉽게 개인정보관리 할 수 있는 서비스, 그러면 캐치시큐가 떠올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 사람들'이란 뜻처럼 오내피플과 캐치시큐는 올해도 진화한다. 개인정보 관리 자동화 영역을 확대해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고도화할 계획이다. '세계적인 개인정보 규제 자동화 서비스'가 되겠단 마음도 먹었다. 

조대표는 "고객정보보호가 당연한 가치가 되게끔 하는 것이 목표"라며 "오내피플 구성원도 개개인이 어떠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며 정보를 보호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은 SaaS 기반의 개인정보보호 서비스, 하면 캐치시큐가 자연스럽게 내지 가장 먼저 생각나기만 해도 목표는 채웠다고 생각한다"면서 "결국엔 개인정보보호 종합 솔루션·플랫폼 회사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아영 오내피플 대표가 22일 서울 마포 서울창업허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송혜리 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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