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노래 들어요?"…취향 엿보는 재미 '와쏭'[인터뷰]

기사등록 2023/03/28 02:35:45

듣는 노래 묻는 콘텐츠로 구독자 14만명

각종 대학로, 콘서트, 시상식 등에 등장

질문 전후 짧은 인터뷰…시민 재치 돋보여

"초창기 '도믿맨' 취급…10번 연속 거절"

"뉴진스의 하입보이요" 밈 소재 되기도

"일반인 출연자 악플…우리로선 마음고생"

[서울=뉴시스]유튜브 채널 와쏭 운영진이 지난 3일 뉴시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유튜브 와쏭 채널 영상 캡처) 2023.03.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운지 리포터 = 거리를 걷는 모든 사람의 귀에 이어폰이 꽂혀 있다고 봐도 무방한 시대다. 타인이 말을 걸면 이어폰부터 빼는 게 일반적이다. 누구나 핸드폰 속 음악 플레이리스트(속칭 '플리')에 개성을 담고, 각자 선호하는 곡을 원하는 순서에 따라 감상한다.

"지금 무슨 노래 듣고 있어요?"

유튜브 채널 '와쏭'은 타인의 취향을 엿보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뉴시스는 '우리가 길에서 마주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은 어떤 것을 좋아할까?'라는 단순한 호기심을 콘텐츠에 적용한 유튜버 와쏭을 지난 3일 만났다.

운영자 겸 사회자 두 명은 같은 대학교 친구 사이인 남녀다. 그들은 지난해 8월 첫 유튜브 영상 '신촌에서 무슨 노래 듣고 있어요?'를 게시한 이래 각종 대학로, 아이돌 콘서트, 힙합페스티벌, 서울가요대상 등을 방문해 촬영을 진행했다.

콘텐츠의 구성은 단순하다. 거리를 걷는 시민에게 대뜸 "무슨 노래 듣고 있냐"는 질문을 던지고 짧은 인터뷰를 진행한 후, 대답으로 나온 노래를 영상에서 짧게 틀어주는 식이다. 간혹 코스프레 행사 등에서는 "현재 복장에 어울리는 노래를 추천해 달라" 등으로 질문의 형태가 바뀌기도 한다

'요즘 시민들은 대체로 무슨 노래를 듣냐'고 묻자, 와쏭은 "대학로에서는 대체로 노래 종류가 다양하고, 고등학교에서는 대중가요나 아이돌 노래가 많이 나오는 편"이라면서 "생각보다 인기차트 노래가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중에서 자주 등장하는 노래는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이라고 언급했다.

일반인 출연자들은 와쏭과의 인터뷰에서 각자의 개성과 재치를 보여준다. 대학로에서 만난 한 학생은 "(앞으로)미팅을 많이 나가고 싶다"며 웃었고, 걸그룹 에스파 콘서트를 찾은 팬은 "에스파 늘 사랑한다"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외에도 "이거(와쏭) 진짜인가"라며 놀라워하는 시민, 부끄러워하면서도 농담을 던지는 시민, 웃으며 춤을 추는 시민 등 다양한 반응들이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서울=뉴시스]2021년, 해외 유튜버 '니콜라스 누반'이 올린 '왓 송 얼 유 리스닝 투' 미국 뉴욕 편(사진=유튜브 '니콜라스 누반' 채널 영상 캡처) 2023.03.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실 이런 콘텐츠를 와쏭이 처음 시도한 건 아니다. 다양한 장소의 행인에게 노래를 묻는 '왓 송 얼 유 리스닝 투(What Song Are You Listening To)'는 무려 10여년 전부터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와쏭은 "해외에서는 10년 넘게 유행하고 있는 콘텐츠인데도, 케이팝의 본고장인 한국에서 이를 다루는 채널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우리만의 색을 입혀서 다양한 사람과 함께 즐기고자 채널 운영을 계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즉 해외 인기 콘텐츠를 국내로 수입해 현지화한 셈이다.

지금은 출연 희망자가 줄을 서는 와쏭이지만, 초창기에는 당연히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많은 시민들은 모르는 사람이 다가오면 경계심을 느끼기 때문이다.

채널 운영 초기에는 '이걸 왜 묻는 건가' 하는 반응이 많았고, 심지어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는 순간 '도믿맨('도를 믿으십니까?'라고 물어보는 사람들)' 취급하는 경우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답변을 10번 이상 연속으로 거절당한 씁쓸한 경험도 있다. 처음으로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출장을 갔을 때의 이야기다.

와쏭은 "당시 나름 '핫 플레이스'로 알고 갔는데, 하필 길거리에서 영업(?)하시는 분이 많았다"면서 "그래서 그런지 거들떠보지도 않고 거절하는 시민이 정말 많았다. 그날 촬영이 정말 힘들었던 걸로 기억한다"고 언급했다.




인지도가 점차 높아지면서 이들은 온라인 상에서 유행하는 밈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한 시민이 이어폰을 착용한 행인에게 "혹시 홍대 가려면 어떻게 하냐"며 길을 묻는다. 그런데 행인은 "뉴진스의 하입보이요"라고 대답한 뒤 춤을 추며 떠나버린다. 와쏭의 콘텐츠로 오해해 이런 반응을 보였다는 설정이다.

'뉴진스의 하입보이요' 밈은 와쏭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밈의 유행으로 인해 새로운 어려움이 생기기도 했다.

운영진은 "(밈이)채널이 알려지는 데에 많이 기여한 것 같다"고 했지만, "처음엔 (밈이 유행하는 게)좋았는데 점점 부작용이 보였다. 다른 노래를 듣고 있는 분이 '뉴진스의 하입보이'라는 대답만 반복해서 하기도 하고, 어떤 분은 뜬금없이 다가와서 본인을 찍어 달라면서 하입보이를 추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런 영상을 모두 올리면 '적당히 해라' '뇌절(같은 행동을 반복해 질리게 하는 것) 그만 해라' 등의 반응이 나온다. 그래서 요즘은 오히려 뉴진스의 하입보이가 안 나오길 바라는 심정도 있다"고 전했다.

또 일반 시민이 출연하는 만큼, 신원 노출 및 외모 평가 등의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와쏭은 "간혹 출연자에게 안 좋은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그런 댓글을 보면 운영하는 우리로서는 굉장히 마음고생을 한다. 이 문제는 지금도 계속 해결해나가고자 노력 중"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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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운지 리포터(kuj0102@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