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적자에 문 닫는 한국와이퍼…청산 쉽지 않은 이유는?

기사등록 2023/03/16 16:16:59 최종수정 2023/04/07 16:34:28

한국와이퍼, 계속된 적자로 청산 진행

외부 회계법인도 "기업 존속능력 의심된다"

사측 "위로금, 학비지원" vs 노조 "위장 청산"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유희석 기자 = 한국와이퍼가 10년 넘게 이어진 적자 경영을 버티지 못하고 기업 청산에 나선 가운데 노조가 이를 극렬하게 반대해 관심이 쏠린다. 사측은 누적된 적자로 경영난에 휩싸이며 차입금이 338억원까지 불어났다며 청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이런 상황에서 채산성이 급격히 떨어져 더 이상 기업 경영을 하는 것은 적자만 키울 뿐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노조 측은 '위장 청산'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이 정한 청산 절차를 노조 저지로 제때 진행하지 못하는 등 상황은 악화일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와이퍼를 만드는 한국와이퍼는 지난 2021년 말 기준 결손금이 377억원에 달한다. 반면 자본금은 50억원에 불과해 자본잠식 규모가 327억원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국와이퍼는 차입금으로 버틸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누적 장·단기 차입금만 338억원 규모다. 한국와이퍼는 지난해에도 143억원의 자금이 부족해 경영난이 심각했다.

◆2012년부터 적자 지속, 존속기업 능력 상실
1987년 설립한 한국와이퍼는 일본 덴소그룹이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자동차용 와이퍼를 생산해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에 납품하고 있다. 2021년 276억원 매출을 올렸지만 당기순손실은 무려 117억원에 달했다.

한국와이퍼가 적자의 악순환을 시작한 것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인건비 상승과 생산비 증가, 경쟁 심화 등이 겹치며 실적이 급속히 악화됐다. 급기야 2015년에는 회사 자금이 부족해 자본금을 모두 사용한 '완전 자본잠식' 상태가 됐다.

한국와이퍼의 이 같은 경영난은 외부 감사 결과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2020년과 2021년 외부 회계법인이 실시한 감사 결과 "계속기업으로 그 존속 능력이 의심된다"는 의견을 받았다.

◆저가 수주, 임원 보수 삭감…다양한 노력 '역부족'
한국와이퍼는 사업 연장과 고용 유지를 위해 최후의 선택으로 기업 매각을 추진했다. 하지만 누적된 적자에 불투명한 사업 전망, 극심한 노사 대립 등으로 인수 후보조차 찾을 수 없었다.

한국와이퍼 관계자는 "그동안 사측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 모든 방법을 총 동원했다"며 "수주를 늘려 매출 증대와 원가 개선을 노리는 한편 임원수를 줄이고 임원 보수까지 삭감했지만 적자 해소에는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국내 와이퍼 시장 경쟁이 최근 수년 간 전에 없이 치열해진 것도 경영난을 부추겼다. 

한국와이퍼 관계자는 "국내 와이퍼 시장은 갈수록 채산성이 떨어지고 있고, 경쟁까지 심화되는 상황"이라며 "사업을 계속 영위하기 위해 저가 수주도 마다하지 않았지만 인건비 증가와 환율 영향 등을 상쇄하긴 힘들었다"고 밝혔다.

◆최후의 선택, 기업 청산마저 '난항' 부딪쳐
결국 한국와이퍼는 지난해 7월 회사 청산을 결정했다. '이윤 추구'라는 가장 기본적인 기업 목표가 11년째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사측은 기업 청산으로 당장 일자리를 잃게 될 직원들을 위해 위로금 카드를 내놓았다. 1인당 평균 1억2000만원꼴로 월급의 최대 60개월 치를 조기퇴직 위로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여기에 전직 지원과 학자금 보조(대학생 자녀 1인 졸업까지 학기당 100만원 지원) 등도 추가로 제안했다.

하지만 노조는 이런 지원책에 크게 반발했다. 일부 직원들은 이 위로금 조건을 수용했지만 나머지 200여명 직원들은 기업 청산 자체를 거부하며 고용 보장을 촉구하고 나섰다. 노조 측은 사측이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기업 청산을 발표했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현재 경기 안산시 반월공단 소재 한국와이퍼 공장의 자산 반출을 막고 있다. 이 과정에서 노사 양측은 심각하게 대립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한국와이퍼가 일부 자산 반출을 진행했지만 노조 저지로 작업을 중단해야 했다. 지난 15일에도 노조가 생산설비 반출을 막아서며 경찰과 충돌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이 다치고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4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일부러 적자 내는 기업 어딨나?" 노사 불신 심각
한국와이퍼 관계자는 "노조의 회사에 대한 불신이 도를 넘었다"며 "세상에 어떤 회사가 일부러 적자를 내겠느냐"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난 11년간 적자 경영을 해소하려고 노력했지만 적자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은행 빚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인데도 '위장 청산'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노조 관계자는 "사측은 일방적인 정리해고를 당해야 하는 직원들의 심경을 헤아려야 한다"며 "일방적인 기업 청산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노사 양측이 다시 머리를 맞대고 사태 해결을 위해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노조가 제기한 사측의 청산 절차 금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된 것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측은 노조가 위로금 등의 협의를 계속 거부하면 기업 의지에 따른 청산이 아니라 법원이 정하는 '파산'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반론보도]
본보는 지난 3월16일자 '11년 적자에 문 닫는 한국와이퍼…청산 쉽지 않은 이유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와이퍼 청산 과정에서의 노사간 갈등 내용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와이퍼 노조 측은 "해당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었더라도 청산 절차에 대한 합의권은 노조에 있으며 본안소송이 진행 중이다"고 밝혀왔습니다. 또한 "최근 사측이 1170억원을 증자한 상태여서 파산 위기에 놓인 것이 아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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