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접 비행하며 연료 뿌리려던 러 전투기
실수로 충돌하자 미 조종사가 추락 유도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흑해 상공에서 러시아 전투기와 충돌한 미 드론을 드론조종사가 유도해 추락시켰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 미 국방 당국자에 따르면 현지 시각 이른 시각 러시아 공군 Su-27 전투기 2대와 루마니아에서 출격한 미군 MQ-9 정찰 드론이 공해상에서 30분 동안 근접 비행을 하던 도중 오전 7시쯤 불과 몇 초 사이에 사건이 발생했다고 WSJ는 전했다.
이 당국자는 러시아 전투기 한 대가 드론 위로 비행하면서 연료를 뿌리고 이탈한 뒤 다른 전투기도 같은 행동을 하려다 드론과 충돌하면서 MQ-9 드론이 파손돼 드론 조종사가 해상으로 추락하도록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WSJ는 미국이 흑해에 미군 함정이 없어 아직 추락한 드론을 인양하지 못한 상태라고 전하고 미 당국이 인양 계획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튀르키예는 흑해와 지중해를 잇는 보스포러스 해협을 군함이 통과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이와 관련 한 국방부 당국자는 러시아 조종사가 저지른 “유치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고 WSJ는 전했다. 이 당국자는 드론과 충돌한 러시아 전투기도 손상됐지만 비행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충돌 장면 영상이 드론에 녹화됐으며 영상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흑해 지역 미군 작전을 지휘하는 미 유럽사령부는 “사건에서 무능함과 위험, 비전문성이 보인다”고 강조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위험하고 비전문적인 요격”에 항의했으며 러시아 주재 미 대사도 러시아 외무부를 방문해 같은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안토노프 러시아 대사는 국무부 방문 뒤 러시아는 드론 출격을 도발로 간주한다고 말한 것으로 러시아 관영언론이 보도했다. 안토노프 대사는 미국이 우려를 표시했으나 보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했다. 그는 대화가 건설적이었다면서 러시아는 미국과 충돌하길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러시아 당국자들은 미 드론이 크름반도 상공을 침범해 전투기가 출격했다고 미국의 주장을 반박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드론을 무기로 공격하지 않았으며 충돌하지도 않았다면서 드론을 잘못 조종한 때문에 급격히 비행궤도를 이탈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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