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할랄 제품 시장 5~10% 성장세
할랄 제품 앞세워 농심·삼양식품 '진격'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라면 업계가 할랄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할랄은 아랍어로 '허용된 것'이라는 뜻이다. 이슬람 율법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생산한 식품을 일컫는다.
할랄 인증은 알코올 성분이 없고, 이슬람식 도축법인 다비하를 거친 소·양·산양 등의 고기로 만든 식품만 인증 받을 수 있다.
한국 식품 기업들은 동남아·중동 지역의 무슬림 수요층을 위한 맞춤형 전략을 본격화하며 내수 시장에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할랄 시장에서 찾는다는 각오다.
17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무슬림 인구로 분류되며 이들이 소비하는 할랄시장 규모는 2018년 2조2000억 달러에서 오는 2024년 3조2000억 달러로 연평균 6.2% 늘어날 전망이다.
할랄 시장이 매년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것도 특징적인 부분이다. 할랄 시장은 매년 5~10% 이상 성장세를 보이는데 다른 식품군의 연평균 성장률이 1~2%인 점을 감안하면 할랄 식품의 성장성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는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할랄 식품은 위생적으로 만들어진 식품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며 비무슬림 지역에서도 인기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라면업계도 이를 주목하고 있다. 라면 업계에서는 미국·캐나다 등 북미지역을 비롯해 중국·일본·호주·베트남 등에서 수출액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할랄 시장이 새로운 캐시카우로 떠오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삼양식품은 올 들어 34억1200만원을 출자해 인도네시아에 판매 법인을 설립했다. 인도네시아는 중국 다음으로 라면을 많이 소비하는 국가로 2021년 기준으로 132억7000만개 수준의 라면이 팔리기도 했다.
삼양식품은 2017년 국내 라면 업계에서 최초로 인도네시아 무이(MUI) 할랄 인증을 획득하고, MUI 인증을 받은 제품을 수출하며 현지에서 꾸준히 입지를 강화해 왔다.
삼양식품은 현지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오리지널 불닭볶음면과 까르보불닭볶음면을 앞세워 인도네시아 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무슬림이 많은 중동 지역 공략을 서두른다는 계획이다.
농심은 2011년 부산 공장에 할랄 제품 생산시설을 구축, 같은 해 4월 신라면에 대한 할랄 인증을 받았다. 할랄 인증을 받은 신라면은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카타르·파키스탄 등으로 수출된다.
농심의 할랄 라면은 고기를 사용하지 않고 할랄 인증을 받은 원료만 쓴다. 면은 호주산이나 미국산 밀가루를 사용한다. 전분은 독일산, 팜유는 말레이시아산을 이용한다. 건더기 구성은 국내외 모두 동일하다.
할랄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기업 중 하나는 신세계푸드다. 신세계푸드는 2017년 말레이시아 식품기업 마미더블데커와 현지에 합작법인 신세계마미를 설립한 뒤 할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2018년에는 말레이시아 자킴(JAKIM) 할랄인증을 받은 대박라면을 선보이며 큰 인기를 끌었다. 신세계푸드는 대박라면 후속 제품을 선보이며 할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할랄 인증을 받은 제품은 코로나19 이후 비무슬림 지역에서도 수요가 늘고 있다"며 "라면을 비롯해 다양한 할랄 인증 제품이 무슬림 시장을 비롯해 다양한 국가에서 높은 인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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