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아프간 지원단 "탈레반 여성탄압시 원조 축소" 경고

기사등록 2023/03/09 15:35:58

"아프간은 여성 소녀에게 가장 억압적 국가"

[서울=뉴시스]로자 오툰바예바 유엔 아프가니스탄 지원단장은 8일(현지시간) 탈레반 정권의 여성 권리 억압이 원조·개발 자금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은 오툰바예바 지원단장이 아프가니스탄 상황에 대해 기자들에게 브리핑하는 모습. (사진=UN 홈페이지 캡처) 2023.03.09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최현호 기자 = 로자 오툰바예바 UN(유엔) 아프가니스탄 지원단장은 8일(현지시간) 여성의 날을 맞아 탈레반 정권이 여성 권리를 계속 억압한다면 유엔 원조 자금이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UN과 AP통신, 뉴캐슬헤럴드 등에 따르면 이날 오툰바예바 지원단장은 "여성이 일할 수 없다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지원 자금이 줄어들 것"이라면서 "지원 금액이 줄어들면 해당 지원에 필요한 미 달러 현금액도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프간에 올해 46억 달러(약 7조원)의 사상 최대 규모 단일국가 원조를 해 달라고 유엔이 국제사회에 호소한 상황이지만 탈레반 정권이 여성 억압을 계속하면 원조를 줄이겠다"고 설명했다.

탈레반 정권이 여성에 대해 고등학교·대학교 진학과 구호 단체 활동 금지는 물론, 남성 친척 없이 집을 나설 수도 없게 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같이 경고한 것이다.

또 "탈레반은 국가를 통합했다고 주장하지만, 성별에 따라 심각하게 분열됐다"면서 "세계에서 가장 큰 인도주의·경제 위기 국가 중 하나가 인구의 절반을 집에 가두는 것은 엄청난 국가적 자해 행위"라고 규탄했다.

아프가니스탄 원조 금액 삭감 가능성과 관련해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구호품 전달 금지의 의미가 얼마나 있을지 살펴보며 유엔과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2022년 유엔 원조 계획에서 아프가니스탄에 가장 많은 기부를 한 국가로, 10억 달러(약 1조 3000억원) 이상을 제공했다.

유엔에 따르면 올해 아프가니스탄은 전체 인구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2800만 명이 원조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0만 명은 식량 부족 상태에 놓여 있으며, 600만 명 가량은 기근에 빠져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엔은 여성의 날을 맞아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전 세계에서 여성과 소녀들에게 가장 억압적인 국가'라며 규탄했다. 이날 15개의 유엔 안보리 이사국 중 10개국(알바니아·브라질·에콰도르·프랑스·가봉·일본·몰타·스위스·아랍에미리트 연합·영국)은 탈레반이 여성·소녀들에 대한 모든 탄압 조치를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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